기부금으로 부동산 산 바티칸, 1억파운드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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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이 브로커와 성금 유용바티칸 교황청이 소유하고 있는 영국 런던의 고급 오피스 건물이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매각이 이뤄지면 바티칸 교황청은 1억파운드(약 1600억원) 가까이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티칸의 자산 운용 방식이 연이어 도마에 오르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런던 호화 오피스 비싸게 매입
재판에 넘겨져…건물은 매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교황청이 소유한 런던의 고급 오피스 건물 ‘슬로운애비뉴60’ 매각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매각 대상은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다. 매각가는 2억파운드 규모로 알려졌다. 건물 인수를 위해 3억파운드를 투입한 바티칸은 1억파운드에 이르는 손해를 입을 전망이다.바티칸 검찰은 건물 매입에 사용된 비용이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기부금이라고 지적했다. ‘베드로 펜스’라고 불리는 이 기금은 세계 가톨릭 신자가 취약계층 구호 등을 위해 모은 것이다.
이번 건물 매각 논란은 바티칸 검찰이 올초 이탈리아 출신 은행가 라파엘레 민치오네를 사기·횡령 혐의로 기소한 것과 맞물려 확산되고 있다. 민치오네가 소유한 회사가 2012년 1억2900만파운드에 해당 건물을 인수했다. 그런데 바티칸은 2014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총 3억파운드를 들여 이 건물을 사들였다.
이후 해당 부동산에 불법 자금이 흘러간 정황이 포착되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관련 수사를 지시했다. 바티칸 검찰은 수사를 통해 부동산 투자에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베드로 성금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또 민치오네 회사가 해당 부동산 투자로 큰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했다.이 같은 검찰 조사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9월 교황청 시성성 장관직에 있던 안젤로 베치우 추기경을 성금 유용 의혹으로 경질하고 추기경 특권을 박탈했다. 베치우 추기경과 민치오네는 바티칸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민치오네의 자산 중 스위스 금고에 있는 4800만유로는 동결됐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