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화천대유, 사모펀드서 350억 '연 18%'에 빌렸다

美 오크트리, 조세회피처에 법인 설립
금융투자업계 고위 임원 대거 투자
"이례적 고금리, 횡령가능성 의심"

'드루킹 특검' 관계사 파산관재인 맡아
'팝펀딩 사모펀드' 운용사도 엮여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가 2018년 한 사모펀드로부터 연 18%라는 고금리에 350억원을 빌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유명 헤지펀드는 물론 국내외 금융투자업계 인사들도 대거 투자한 것으로 나타나 투자 경위 등을 둘러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8일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농협은행에서 받은 ‘리딩REDI전문투자형사모펀드 2호’ 수탁자료를 보면 해당 사모펀드는 2018년 1월부터 2019년 4월까지 모두 350억원을 화천대유에 빌려줬다.

당초 화천대유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2018년말 기준)를 통해 알려진 210억원을 상회하는 액수다. 리딩REDI 2호가 화천대유 대출을 통해 거둔 이자수익은 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화천대유 2018년 감사보고서 캡쳐

막대한 이자수익은 대출금리가 연 18%로 높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당시 화천대유는 은행·보험사에서 6000억원이 넘는 돈을 연 4~5% 수준에 빌렸다. 정치권에서는 “비슷한 시점에 실행된 다른 대출건에 비해 금리가 터무니없이 높다는 점에서 횡령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리딩REDI 2호 수익자명부 상 투자자는 ‘어니언 그랜드 애비뉴 파트너스’(152억원)과 ‘리딩REDI 1호’(28억원)로 나뉜다. 전자는 조세회피처인 미국 델라웨어주에 주소지를 둔 페이퍼컴퍼니다. 화천대유 투자 직전인 2018년 1월 설립됐다가 2019년 12월 해산됐다.

리딩REDI 1호는 13명의 법인과 개인들로 구성됐다. 이들 중 일부는 미국 오크트리캐피털과 관련된 인물들로 밝혀졌다. 오크트리는 월가에서 ‘가치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하워드 막스가 이끄는 헤지펀드다. 운용자산은 170조원 규모에 이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오크트리가 ‘어니언 그랜드 애비뉴’를 설립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오크트리캐피털 홈페이지 캡쳐

리딩REDI 1호에 개인자격으로 2억원을 넣은 최모 씨는 오크트리 전무이자 아시아부동산부문 대표다. 투자자 중 법인 세 곳도 오크트리가 과거 한국에 설립한 팬지아데카라는 투자회사 관련 인물들이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팬지아데카는 2010년 대우건설 인수전에 재무적 투자자(FI)로 뛰어들었다. 2015년 폐업 당시 파산관재인은 2018년부터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했던 허익범 전 특별검사였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드루킹 특검에 의해 댓글조작 혐의가 확인돼 지난 7월21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허 전 특검은 “당시 법원 지정에 따라 파산관재인으로 활동했을 이후 상황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부 법인들은 국내 자산운용사인 J사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J사는 2020년 1000억원 규모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킨 ‘팝펀딩 대출채권 펀드’를 운용했다.

이밖에 모 증권사 현직 부사장과 외국계 운용사 고위임원도 사모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영세 의원은 “화천대유의 사모펀드 차입금은 비슷한 시기 다른 대출건에 비해 금리가 터무니없이 높다는 점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조세회피처와 페이퍼컴퍼니 등을 활용해 자금출처를 은폐하려는 목적도 있을 수 있어 특검을 통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형주/성상훈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