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맞붙는 래미안 vs 자이…한강뷰 '프리미엄 전쟁'
입력
수정
한강맨션 재건축, 삼성물산 VS GS건설 2파전국내 최초 고급 아파트인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에서 삼성물산과 GS건설이 6년 만에 맞붙는다.
2015년 이후 6년 만의 양사 리턴매치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강맨션 재건축 조합은 오는 29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낼 계획이다. 연내 시공사를 선정한다는 방침인데, 2015년 서초 무지개아파트(현 서초 그랑자이) 이후 6년 만에 삼성물산과 GS건설의 경쟁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점쳐진다.한강맨션 재건축은 총면적 8만4262㎡에 달하는 660가구 5층짜리 한강맨션을 지하 3층~지상 35층 1441가구 대단지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총사업규모는 약 1조원이며 공사비만도 6224억5000만원이 제시됐다.
한강맨션 재건축에는 사업시행인가 전부터 여러 대형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여왔다. 101%의 낮은 용적률을 보유한 저층 재건축인데다 기존 세대가 전용면적 전용면적 87~178㎡ 중대형으로 구성돼 가구별 대지지분도 크다. 용적률 255%를 적용하면 추가분담금 없이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군다나 1971년 준공된 한강맨션은 국내 최초 고급 아파트로 상징성을 갖는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모델하우스를 지어 선분양을 했고 웃돈이 붙은 것도 한강맨션이 최초다. '한강뷰'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한강맨션은 한강 조망이 가장 뛰어난 이촌1동의 한복판에 위치했고 앞에는 강변북로를 끼고 있어 향후 조망이 훼손될 우려도 없다. 아직 입찰공고도 나지 않았지만, 삼성물산과 GS건설은 각각 카카오톡 채널 '톡톡 래미안 한강맨션', '한강맨션 자이채널'을 개설하는 등 홍보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GS건설이 한 발 빨랐다는 게 현지에서의 얘기다. 이촌동 부근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재건축 조합 설립이 추진될 시기부터 GS건설이 사업 수주에 공을 들였다"며 "당시 현대건설이 함께 관심을 보이다 최근 시들해졌고, 삼성물산은 비교적 늦게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수주를 위한 양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2015년 이촌 렉스아파트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 첼리투스’에 이어 한강맨션 재건축사업을 확보해 이촌동에 래미안 브랜드 입지를 다질 방침이다. GS건설도 한강외인아파트 재건축단지 ‘LG한강자이’와 더불어 한강맨션 재건축 단지를 통해 이촌동을 자이 브랜드 타운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한강맨션 재건축 단지가 한강대교와 동작대교 사이에 위치했다. 주변 단지와 합쳐 브랜드 타운이 조성될 경우 한강변에서 가장 눈길을 끌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강변북로 랜드마크로 막대한 홍보 효과는 물론, 향후 진행될 이촌동 일대 재건축 사업 수주에서도 앞서나갈 수 있게 된다. 이미 이촌동에 자사 브랜드 단지를 한 곳씩 보유한 건설사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사업으로 볼 수 있다.더불어 이번 재건축 사업은 삼성물산과 GS건설의 리턴매치 성격도 지닌다. 두 건설사는 6년 전인 2015년 서초무지개 재건축사업의 시공권을 두고 경쟁을 벌인 바 있다. 당시에는 GS건설이 삼성물산을 제치고 시공권을 따냈다. 이번 사업이 삼성물산에게는 설욕의 기회이고, GS건설에게는 2연승을 통해 확실한 우위를 가릴 기회다. 사업적인 이점은 물론 자존심까지 걸린 상황인 셈이다.
지역 관계자들은 이번 수주전이 프리미엄 브랜드의 내실을 검증하는 무대도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한강맨션 재건축 사업은 조합원이 평균 3000만원 이상 개발이익을 얻으면 이익의 50%를 부담금으로 내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재초환 대상 단지들은 개발이익을 분담금으로 내느니 고급화로 사업비용을 늘리는 선택을 하는 추세다.
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2003년 재건축 추진위원회 승인 이후 오랜 시간을 기다리면서 고급 외관과 한강 조망 극대화 등 프리미엄 설계에 대한 한강맨션 조합원들의 기대치가 높아졌다"며 "재초환을 의식해 사업비용을 늘리자는 의견이 많고 부지도 프리미엄 설계를 펼치기 용이한 정방형 평지이다. 여건의 한계를 거론할 수 없는 조건이기에 건설사들이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는 실력을 갖췄는지 검증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