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 대선, '남편 대통령-아내 부통령' 연임 유력…70대 '파워커플'

독재정권과 싸웠던 부부, 독재의 길 답습
美 바이든 "공정하지 않은 엉터리 선거"
중미 니카라과 대선 결과 '남편은 대통령, 아내는 부통령'인 부부의 연임이 유력하다.

7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은 이날 치러진 선거에서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75)의 4연임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그는 1985~1990년 대통령을 지냈고, 2007년 재집권에 성공해 지금까지 집권 중이다. 이번에도 당선되면 2027년까지 20년 연속 집권하게 된다. 그의 부인이자 부통령인 로사리오 무리요(70·여)는 2017년 대선에서 남편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당선됐고, 이번에도 러닝메이트로 나섰다. 당선이 확정되면 이들의 부부 통치는 5년 더 연장된다. 이와 관련 AFP는 "이미 70대인 이 '파워커플'이 권력을 놓지 않으려 한다"고 보도했다.

둘은 1977년 처음 만나 2005년 정식 결혼을 했고, 슬하에 7명의 자녀를 뒀다. 무리요가 이전 결혼에서 낳은 딸이 1998년 오르테가로부터 11살때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을 때 무리요는 딸을 가리켜 '미친여자', '거짓말쟁이'라고 부르며 오르테가 편에 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니카라과의 이번 대선에 대해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엉터리 선거"라고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40년 전 오르테가가 싸운 소모사 가문과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오르테가와 무리요는 '혁명 동지'로 처음 만나 친미 우파 독재 정권인 소모사 가문(1936~1979년 집권) 타도에 힘을 보냈다.

오르테가는 일찌감치 좌익 산디니스타 혁명전선(FSLN)에 가담해 소모사 정권을 무너뜨린 후 실질적인 국가구반 역할을 했고, 1984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1990년 대선에서 패한 뒤 2007년 재집권한 오르테가는 다시는 권력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 장기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0년 대법원을 통해 대통령 연임을 가능하게 하고, 2014년 개헌으로 대통령 임기 제한을 없앴다. 2017년 무리요가 부통령으로 합류한 뒤에는 반정부 시위를 계기로 야권을 철저히 탄압했고,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야권 인사들을 무더기 체포해 경쟁자의 싹을 잘라내기도 했다.

젊은 시절 독재정권에 맞서 싸웠던 이들 부부가 그들이 무너뜨렸던 소모사 가문의 가족 독재를 그대로 답습하게 된 셈이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