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미루는 중앙은행…JP모간, "금리가 증시 위협되지 않는다"

미 중앙은행(Fed) 등 중앙은행들이 시장 예상과 달리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를 밝히면서 채권 금리가 하락하고 있다. JP모간은 미국 유럽 등에서는 상당기간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거나 점진적으로 이를 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금리가 서서히 오르면서 글로벌 증권 시장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8일(현지시간) 털릿브리본에 따르면 미국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오후 4시께 1.502% 수준에서 거래됐다. 이는 지난 3일 1.606%로 마감됐던 것에 비하면 크게 내린 것이다. 지난 5일 하루 13bp(1bp=0.01%포인트)나 급락한 탓이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 호주 캐나다 등 각국의 금리도 지난주 크게 내렸다.
이는 지난 주 각국 통화정책 회의 결과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부터 채권시장에서는 각국의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서 중앙은행들이 곧 금리를 올리는 등 긴축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호주에선 호주중앙은행이 3년물 국채의 금리를 수익률 곡선 제어 정책(YCC)를 통해 0.1%로 금리를 유지시키겠다고 지키겠다고 선언했었는데, 이 금리가 금리 인상을 점치는 시장 트레이더들로 인해 지난달 말 0.75%까지 치솟았다.

호주중앙은행은 지난 2일 YCC 정책을 폐지했지만 여전히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선 완화적 태도 유지했다. 또 Fed도 지난 3일 11월 FOMC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들에 의해 높아졌다"면서 완화적 태도를 지속했고, 지난 4일에는 기준금리를 올릴 것처럼 보였던 영국중앙은행이 예상 외의 금리를 동결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런 여파로 한동안 치솟았던 금리가 크게 되돌려진 것이다.

JP모간은 이와 관련 지난 5일 '모든 중앙은행들이 긴축으로 움직이고 있는가'(Are all global central banks on the move?)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투자자들이 금리 인상 기대치를 앞당기면서 각국 금리가 상승했지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각국별로 다른 속도와 폭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주의할 것을 권했습니다. 즉 중앙은행마다 통화정책 정상화의 속도가 다를 것이기 때문에 금리 움직임도 차별화되어 나타날 것이란 얘기이다.JP모간은 각국의 인플레이션 지속성 여부, 그리고 중앙은행들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책 등 두 가지 변수에 따라 향후 통화정책이 차별화될 수 있다고 봤다.

각국마다 인플레이션 역학이 다른데, 지속적 인플레 요인이 얼마나 차지하는지 하는 게 첫 번째 변수다. 두 번째 변수는 중앙은행들이 물가 목표를 갖고 있는데 지난 경기 사이클 때 이보다 물가가 낮았는지 높았는지 여부다. Fed의 경우 지난 주기에 물가가 낮았던 만큼 이번 주기에는 조금 높아도 허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JP모간은 이들 두 가지 변수에 의해 세계 중앙은행을 세 가지 부류로 나눴다.가장 정상화에 앞선 쪽은 이미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은행들이다. 인플레이션이 위협적 수준까지 오른 중남미와 러시아, 헝가리, 폴란드 등 중앙은행과 노르웨이 뉴질랜드 등 일부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포함된다.

두 번째는 현재로서는 참을성을 갖고 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금리를 높일 가능성이 있는 중앙은행이다. 여기에는 캐나다, 호주 등이 포함된다. 최근 금리가 치솟았다 급락한 현상은 주로 이런 시장에서 발생했다. 시장이 중앙은행에 앞서 너무 빨리, 많이 금리 인상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JP모간은 미국 Fed도 이 두 번째 은행군에 속한다고 봤다. 지난 경기 사이클 때 물가가 낮았던 탓에 지금 참을성을 갖고 지켜보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에 지속적 요인들이 있어 내년에는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금리 인상과는 거리가 먼 중앙 은행들이다. 지난 경기 사이클에 물가가 낮았고 여전히 지금도 인플레 요인이 지속적이라기보다는 일시적인 곳이다. JP모간은 유럽과 일본이 여기에 속한다고 분석했다. JP모간은 투자자 일부는 내년에 유럽중앙은행(ECB)이 첫 번째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ECB는 2023년 또는 그 이후까지 완화적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JP모간은 결론적으로 각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시작되는 동안 낮았던 금리가 점진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이같은 느린 금리 상승은 글로벌 주식 시장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