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 "'원더우먼' 인기 이하늬 덕분, 제가 웃기려 하면…" [인터뷰+]

SBS '원 더 우먼' 한승욱 역 배우 이상윤

조연주 조력자부터 로맨스까지
"코믹 연기 욕심나…번번히 '컷' 당해"
배우 이상윤/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여자들이 돋보이는 드라마였지만 기꺼이 동참했고, 빛나는 활약을 했다.

배우 이상윤은 잘생긴 외모와 학벌로 먼저 주목받았다. 서울대 물리학과라는 타이틀이 꼬리표처럼 이상윤의 뒤를 따라왔다. 부담이 될 수도, "이제 그런 말은 그만해달라" 정중히 요청할 수도 있지만, 이상윤은 "그 타이틀 덕분에 더 많은 기회를 얻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이제는 저를 그 자체로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져 감사할 따름"이라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집계기준 17.8%(전국)라는 성적을 거두며 마무리한 SBS 금토드라마 '원 더 우먼' 종영 인터뷰에서도 이상윤은 "드라마의 성공 비결은 이하늬 배우가 날아다닌 덕분"이라며 모든 공을 돌렸다. 연말 연기대상 '베스트커플상'에 오른다면 이하늬와 김창완 중 누구와 받고 싶냐는 질문에도 "두 사람이 받는다면 행복할 거 같다"고 우문현답을 했다.

'원 더 우먼'은 비리 검사 조연주(이하늬)가 사고로 하루아침에 재벌 상속자 강미나(이하늬)로 뒤바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한승욱(이상윤)은 강미나의 첫사랑이자 조연주의 조력자로 활약을 이어갔다.

아버지의 의문의 죽음 후 작은아버지였던 강미나의 시아버지 한영식(전국환)에게 모든 것을 뺏기고 미국으로 도피성 유학을 떠나 살아왔던 한승욱은 복수를 위해 귀국하고, 강미나가 뒤바뀐 걸 가장 먼저 알아챈다. 이후 진짜 강미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조연주를 돕고, 어릴 적 자신의 마음을 흔든 존재가 강미나가 아닌 조연주라는 것도 알게 된다. 이상윤은 이 과정에서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이며 '원 더 우먼'에서 활약했다. '원 더 우먼'은 여성이 주인공, 여성이 빌런 1인자라는 설정으로 더 큰 관심과 지지를 받았던 작품. 이상윤은 "어떻게 '원 더 우먼'에 합류하게 됐냐"는 말에 "대본이 유쾌하고 재밌었다"며 "전작 SBS 'VIP'로 욕을 많이 먹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사랑받고 싶었다"면서 솔직한 출연 배경을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배우 이상윤/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 '원 더 우먼'을 끝냈습니다.

일이 끝난 건 좋은 데 사람들이랑 헤어지는 건 아쉬워요. 정말 즐겁게 촬영했습니다. 재밌게 봐주실 거라곤 알았지만 이렇게 시청률이 높을진 몰랐어요. 갑자기 확 올랐을 때가 있었는데요. 그 다음날 촬영을 갔는데, 감독님이 '큰일 났다'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올랐다'고요. 이 정도까지 예상 못 했던 거 같아요. 현장은 덕분에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어요.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이라 신나게 작업했죠. 그 힘으로 후반부도 촬영했고요.▲ '원 더 우먼'이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유가 뭐였을까요?

이하늬 배우가 날아다닌 덕분이요.(웃음) 대본이 정말 재밌기도 했고요. 저도 그래서 출연했어요. 대본부터 정말 재밌었어요. 이게 드라마로 나온다면 정말 너무 웃길 거 같았어요. 특히 조연주가 시가 식구들을 상대로 할 말을 다 하는 부분들이 제가 봐도 정말 속시원했어요.

▲ 사촌동생의 아내를 좋아하는 설정이다 보니 극 초반엔 '미친 시숙'이란 별명도 얻었습니다. 미나와 연주를 오가며 둘 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설득력을 잃었을 수도 있었는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을까요?저는 연주 한 사람만 좋아했었던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미나인줄 알고 살아오다가 결국 연주라는 걸 알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제 설정이 설득력 있게 다가가지 못할 수 있다는 경우를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저 최선을 다해 서포트하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지 않을까만 생각했죠.

▲ 이하늬 배우와 커플 호흡뿐 아니라 사건을 해결하는 파트너 케미도 완벽했습니다.

이하늬 배우는 빨리 친해지는 성격이더라고요. 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인데, 코로나로 인한 거리 두기로 밥도 한 번 같이 먹지 못하는 상황이잖아요. 촬영을 하면서 밥 먹으며 친해지는 부분이 커서 걱정도 됐는데, 성격이 워낙 좋아서 금방 친해졌어요. 친해진 후엔 재밌게 시간이 흘러갔죠.

▲ '문명특급' 에서 이하늬 배우의 하이텐션에 물을 벌컥벌컥 드셔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하늬 배우의 파워풀한 에너지에 촬영장에서 압도된 상황은 없었을까요?

매일매일 매 순간이 그랬습니다. 처음엔 '기운이 강한 친구구나' 생각했는데, 그게 항상 현장을 밝게 해주니까 도움을 받았어요. 예민할 상황에서도 웃으면서 대해주니까 사람들도 풀리고, 도움이 많이 됐죠.

▲ MBTI는 정확히 어떤 것인가요?

전 완전 'I'입니다. 서로 다시 확인해보자고 해서 이하늬 배우랑 하기로 했는데, ISFP였어요. 저는 이 일을 하기 전엔 I의 끝에 있는 사람이었어요. 이 일을 하다 보니 E 쪽으로 가까이 온 거죠. 이 모습을 보면 E의 모습이 있는데, 사회화가 된 부분이죠. 이하늬 씨는 E의 끝에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 승욱이와 실제 성격의 싱크로율은 얼마나 될까요?

저의 모습을 뽑아 연기하는 거라 어느 정도 있겠지만, 전 승욱에 비해 덜 진지한 편입니다.

▲ 아역배우들의 연기는 어떻게 보셨나요?

불편하게 봤어요.(웃음) 정말 예쁘게 생긴 두 친구가 아역으로 나왔는데요. 제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영훈 씨가 저로 가는 과정이 마음이 무겁더라고요. 성장하면서 쌍꺼풀이 사라지기도 했는데, 그걸 또 알아보는 시청자분들도 계셨어요.(웃음) 열심히 하는 게 보였어요. 현장에서 봤을 때도 깍듯하게 인사하고, 너무 훈훈했죠.

▲ 이상윤 배우 본인을 비롯해 이하늬, 김창완까지 모두 서울대 출신이라 '서울대만 가능한 드라마'라는 반응까지 나왔습니다.

캐스팅 됐을 때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도 동문입니다. 하하. 셋이 나올 때 '동문 샷'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연기를 전공으로 한 학교 출신들이 신을 만드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서울대 출신이) 셋이나 모인 건 앞으로 또 있을 일인가 싶고요. 재밌었어요. 두 분 다 좋은 분들이고 연기도 잘해서 즐거웠습니다.

▲ 이하늬 씨가 '서울대에 있다면 절대 숨겨질 미모가 아닌데, 못 알아봤다'고 했는데, 어떻게 숨겼을까요?

골뱅이 안경을 쓰면 됩니다. 그러면 눈이 작아지고, 완벽하게 숨겨집니다. 라식 수술 후 바로 길거리 캐스팅이 됐어요. 너무 재수 없었나요. 하하. 이하늬 씨와 마주치지 못한 건 어울리는 공간이 달라서 그랬을 거에요. 저는 자연대라 자연대 사람들이 어울리는 곳에 있었죠. 학교를 헤집고 다니지 않는 한 모르죠.

▲ 코믹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으신 것 같은데 한승욱은 코믹 신이 별로 없었어요. 다음에라도 코믹 캐릭터를 맡게 된다면 어떤 코믹 연기를 선보이고 싶으신가요?

슬쩍슬쩍 코믹을 했는데, 적당한 선을 넘기면 감독님이 "그거 아니야"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찍어놓고 편집된 부분도 많았어요. 나름 틈새시장을 노렸는데 안 됐습니다. 나중에 시트콤도 해보고 싶어요. 욕망은 있습니다.

▲ 연기하면서 조금씩 성격이나 성향도 변했다고 하셨어요. 연기를 하면서 '나 안 맞는데' 같은 생각을 해본 적도 있으실 것 같아요. 그런 적은 없으신가요?

시작한 순간부터 느꼈다. 매 순간 매일 가기 싫었어요. 남 앞에서 뭘 하는 걸 부끄러워했죠. 연기 수업을 듣는데, 진도도 못 나갔어요. 두 달째 한 대사를 하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친구들이 저를 집중해서 봐줬는데, 희열을 느꼈어요. '이 일을 하기에 부족하구나' 생각을 많이 하지만, 그래서 계속하게 되는 거 같아요.

▲ 서울대 출신이라는 게 긍정적인 이미지도 있지만, 배우로서는 때로는 굴레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사고를 쳐야 하나.(웃음) 한 때는 저를 가두나 싶었는데, 감사한 일인 거 같아요. 신기해하시면서 초반에 기회를 더 많이 얻은 것도 맞고요. 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은 다른 거니까, 그 부분에 대해 부담되는 건 없어요. 한 가지 아쉽다면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좋아하시다 보니 그런 것만 기대하고, 그런 역할 위주로 제안이 오는 건데요. 조금은 망가지기도 하고, 자유로운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이번엔 '다들 망가지니 너라도 있어야 해'라고 막으셨거든요.

▲ '원더우먼'으로 미모에 물이 올랐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승욱이는 빈티지를 사랑하는 패셔너블한 캐릭터인데, 촬영 전 어떤 준비를 하셨을까요?

얼굴 좋아졌다는 얘길 많이 들었어요. 몸무게 변화는 거의 없었어요. 작년 연극이 끝나고 가을 즈음에, 그때 촬영한 예능을 보고 '너무 관리를 안 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작년 말부터 열심히 피부 관리를 했습니다.(웃음) '오케이마담'을 하며 다친 어깨 때문에 운동을 못 하다가 작년 초부터 재활하고, 올 초부터 운동을 시작했는데요. 자세교정도 되고 하니까, 그런 부분들이 도움이 많이 된 거 같아요. 꾸준한 관리만이 살길입니다.

▲ 'VIP' 때는 전세계에서 욕을 먹었다고 하셨는데, 이번에는 반응이 많이 다르지 않았나요?

전 세계에서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대표님이 '욕 먹었으니 이제 좋은 이미지 얻을 때다'라고 했는데 성공했죠.(웃음)

▲ 시청률이 좋아서 연말 연기대상도 기대되는데요. 베스트커플상으로 이하늬와 김창완, 두 분 중 한 명과 받는다면 누굴 더 원하시나요?

힘드네요. 그냥 두 분이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행복할 거 같습니다.(웃음)

▲ 앞서 작품도 그렇고 이번에도 여배우들과 안정적인 호흡을 보여주셨는데 비결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여배우들과 호흡은 친하게 지내는 게 비결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까지 같이 했던 분들이 좋은 분들이기도 했고, 그 분들에 대한 배려를 신경 쓰려 했어요. 배우를 떠나 여성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생각하고, 경쟁 관계가 아니다 보니 더 잘 할 수 있게 됐지 않았을까 싶어요.

▲ 배우 이상윤의 경쟁력은 뭘까요?

계속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게 제 경쟁력이 아닐까 싶어요. 많은 배우들과 비교를 해봐도 부족한 것들만 보여요. 제가 그분들보다 나은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면서 열심히 하고, 착하게 살려고 합니다. 어떤 선배가 그러시더라고요. '잘하던가, 잘 못할 거 같으면 착하라'고요. 그래서 전 착한 걸 택했습니다.(웃음)

▲ 지난해 농구 예능도 하고, '집사부일체'에 2년 넘게 고정 출연하다 하차했어요. 예능에 대한 그리움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예능프로그램을 챙겨보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런데 예능을 그만두니까 보게 되더라고요. 돌리다가 있으면 쳐다보고, 연구를 하고, 예능 할 땐 왜 그렇게 안했나 싶고요. 그리움은 있어요. 하지만 연기자로서 지금 연기에 집중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예능을 하면서 제가 뭔가 새로운 게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반복하는 저도 힘들고, 시청자들도 '쟤 전에도 저거 하지 않았나?' 싶을 거 같고요. 지금은 제가 예능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준 거 같아요.

▲ 다음 스텝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차기작을 준비 중인 게 있을까요? 일단 연극이 올겨울에 올라가요. 1월에 시작해 3월까지 갈 거 같아요. '원더우먼'을 찍을 땐 바로 촬영을 하고 싶다고 얘길 했는데, 지금은 날씨가 좋아서 좀 놀고 싶어졌습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