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직장 생활, 무엇을 남길 것인가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떻게 퇴임할 것인가?

직장을 퇴임하는 날을 생각해보자. 직장 생활할 때에는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막상 회사를 떠나는 순간이 빨리 온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원들에게 사적으로 만나 언제까지 회사에 다닐 것이냐 물으면 평생 다니겠다, 정년퇴임을 이곳에서 하고 싶다는 말은 없다. 길면 5년이고 대부분 3년 이내이다. 학원과 학교를 옮긴 경험이 많아서, 경제적 풍요 추구, 보다 바람직한 모습으로의 성장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현 직장을 떠나는데 어떻게 떠나고 싶은가?첫 직장생활을 할 때, 12월에 정년퇴임식이 있었다. 임원부터 생산현장의 사원까지 만 55세에 정년퇴임하는 분들이 공로상을 받고 한 명 한 명 인사말을 한다.
가족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전 직원 앞에서 대부분 유사한 말을 한다. 30년 넘는 기간 동안 회사와 여러분이 있어 가족을 이뤘고, 자식을 교육했으며 행복하게 지냈다는 인사말을 하고 기념촬영을 한다. 회사 경영진, 담당 팀의 관리자,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정년 퇴임식은 마무리되었다. 세월이 지나며 정년퇴임식은 점차 본부나 부서 단위로 진행되었고, 정년을 맞이하는 직원보다는 중간에 자발 퇴직자가 많아졌다.
회사에 피해를 준 후 징계 등의 이유로 비자발적인 퇴직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떠나는 직원을 위한 송별회가 소속 부서에서 진행되었다.
퇴직자는 이곳에서도 인사말을 한다. 먼저 떠나게 되어 죄송하다는 말과 여러분이 도와주고 함께 해서 감사하며 행복하길 기원한다는 말이 대부분이다.
정년퇴임한 많은 선배, 동료, 후배들이 여러 사정으로 대부분 특별히 정해진 일이 없이 텃밭을 가꾸거나 손주들을 보며 생활한다. 연락을 하여 소주 한 잔 하자고 하면 바쁘다고 한다. 서울까지 나오기도 힘들기도 하지만, 퇴임하고 2~3년 지나니 연락하는 사람도 없다고 한다. 30년 넘게 근무한 회사에 그 많은 후배들과 연락이 거의 끊겼다고 한다. 그렇다고 바쁜 그들에게 연락하여 만나자고 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무엇이 문제이고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어떻게 기억되길 원하는가?

가장 바람직한 멋진 직장생활은 무엇일까? 정년퇴임식에서 감사했다는 말도 중요하지만, 근무하는 기간 동안 어떤 발명, 획기적 업적을 남겼는가 강조가 더 중요하다.
내가 이만큼 기여했지만, 여러분은 내 어깨 위에서 더 멀리 높게 보고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길 기원한다는 말을 남기면 어떨까? 가늘고 길게 직장생활을 하여 정년퇴직한다는 말을 듣기 보다는 저 분은 우리 회사의 최초, 최고의 명예를 다 달성한 분이고, 만약 회사에 ‘명예의 전당’이 있다면 올랐을 분이다는 말을 들으면 어떨까?
떠나는 그 순간, 의례적인 박수가 아닌 행사 시작과 끝에 떠나는 선배, 상사에게 눈물을 흘리며 감사를 전하는 후배들로 둘러 쌓인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직장생활하면서 회사와 함께 하는 직원들에게 좋은 품성(인성)을 갖추고, 높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회사에 획기적인 업적을 남긴 존경하는 롤 모델로 기억되면 어떨까? 이 보다 앞선 생각이 있다. 바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하는가?
남이 나를 기억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회사와 함께 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원하는가 먼저 구체화하고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A회사는 임원들의 연령 정년이 정해져 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원 정년이 지켜진다. 퇴임을 2년 남긴 전무와 2시간 넘는 미팅을 했다.
당초 30분 정도 팀장 대상의 리더십 교육에 강조 사항을 들으려 했다.
하지만, 남은 기간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으며 미팅이 2시간이 넘게 되었다.
이 전무의 2년 동안 마지막 작품은 임원, 팀장 그리고 직원들의 리더십 역량이다.
리더의 역할을 분명히 알고, 조직과 구성원에게 올바른 리더십을 발휘하여 한 마음이 되어 한 방향으로 성장하는 토대를 만들고 떠나고 싶다고 한다.
임원이 코치가 되어 팀장을 코칭하며 강하게 육성하고, 팀장이 코치가 되어 과장 이상의 팀원을 지도하는 문화를 구축하겠다고 한다.
‘선배에 의한 후배 육성’이 문화가 된 회사로 대내외적으로 회자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한다.

어떻게 기억되길 원하는가? 정년 퇴임을 하는 날, 직원들의 마음 속에 무엇을 심어주고 퇴임할 것인가? 목표를 정해 준비하고 실행하여 획기적 성과를 낸 사람이 더 뿌듯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퇴임할 수 있지 않을까?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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