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멜트업' 뉴욕 증시…인플레가 브레이크 될까?

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지난주와 같은 들뜬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3분기 기업 실적은 우려했던 것보다 괜찮게 나오고 있고, 10월 신규고용도 예상보다 좋았습니다. 또 미 중앙은행(Fed)의 11월 FOMC 결과도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으로 보이는 요인들에 의한 것'으로, 금리 인상에 참을성을 갖겠다는 태도를 재확인했습니다.

여기에 지난 주말 미 하원에서 마침내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초당파 인프라스트럭처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캐터필러가 4%, 누코 3% 넘게 오르고 인프라 관련주에 투자하는 글로벌X의 미국 인프라 개발 상장지수펀드(US Infrastructure Development ETF)가 1.15% 상승하는 등 인프라 법안 효과는 이날 증시에서 확연히 두드러졌습니다.
다만 장 초반 0.2~0.6% 상승하며 출발한 주요 지수는 장중 상승 폭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래도 3대 지수 모두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결국 다우는 0.29%, S&P500 지수는 0.09%, 나스닥은 0.07% 올랐습니다. 나스닥은 11일 연속 상승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날 알파벳 A주는 장중 1주당 3000달러를 넘어서며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JP모간은 이날 "우리는 주식, 경기민감주에 대한 매수를 강력히 추천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경제 재개 흐름이 강력한 경기 회복과 강력한 보복 소비를 낳을 것으로 본다. 기업들은 자본투자를 늘리고 줄어든 재고를 다시 만들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물가가 오르는 것 외에는 경제에 나쁜 소식은 거의 없으며,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것 외에는 시장에도 나쁜 소식이 별로 없다. 계절적 효과도 매우 강한 시기에 접어들면서 투자자들의 FOMO(혼자 뒤처질까 두려워 매수에 동참하는 것)가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들 요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① 기업 실적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S&P500 기업의 89%가 3분기 실적을 보고했으며 이 중 81%가 월스트리트의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를 초과했습니다. 이는 5년 평균인 76%를 상회합니다. 특히 3분기 이익 증가율은 39.1%로 일주일 전(36.5%)보다 더 높아졌습니다. 지난주 헬스케어 업체들 위주로 놀라운 실적이 이어진 덕분입니다. 이는 이전 두 분기를 빼면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입니다.
팩트셋은 이날 S&P500 기업들의 3분기 매출 증가율이 17.3%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면서 이는 2008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라고 밝혔습니다. 5년 평균인 5.8%와 10년 평균 3.5%를 크게 넘는 것입니다. 물론 작년 3분기 팬데믹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했던 기저효과가 있지만, 이번 3분기 매출은 실제 급증했습니다. 수요가 좋았고 인플레이션으로 가격을 높인 영향이 있을 겁니다. 매출이 늘어나면 영업 레버리지가 큰 기업들은 이익이 급증할 수 있습니다. 팩트셋은 "월가는 S&P500 기업의 전년 대비 매출 성장이 다음 몇 분기 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라면서 "다만 3분기 이후의 매출 증가율은 3분기보다는 낮은 수준(2021년 4분기 12.1%, 2022년 1분기 8.9%, 2022년 2분기 7.0%)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②. Fed의 완화적 정책 지속

이날 랜들 퀼스 이사가 오는 12월 말에 사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2017년 10월에 4년 임기로 은행 감독 담당 부의장으로 선임된 그는 이사 임기(2032년)가 11년 남아있었습니다. 하지만 부의장 임기가 지난 10월 종료되고 민주당 진보파들이 '은행 규제 완화를 주도해왔다'라며 공격하자 사임하기로 한 것입니다.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의 임기도 내년 1월 만료됩니다. 이렇게 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이사 자리가 두 석이 됩니다.
퀄스는 약간 매파 성향을 지난 것으로 평가되어 왔습니다. 정부 지출 확대를 추진 중인 민주당이 비둘기파적인 인사를 임명할 가능성이 큰 만큼, Fed는 더욱더 유화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날 클라리다 부의장은 "금리 인상을 위한 Fed의 두 가지 책무 목표(고용, 물가) 달성은 2022년 말까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이 일어도 내년 말 이후에나 일어날 것이란 얘기입니다.

③ 인프라 법안, 1조2000억에 1조7500억 달러 추가?

민주당은 지난 5일 밤 극적으로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초당파 인프라 법안을 하원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습니다.
민주당 진보파들은 1조7500억 달러 규모의 사회복지 패키지, 즉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예산안과 동시에 통과시키지 않으면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버티다가, 결국 펠로시 의장의 약속(오는 15일까지 통과시키겠다)을 받고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도파 의원들도 접촉해 BBB 예산 통과에 협조하겠다는 서면 약속을 얻어냈습니다. 하지만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등 6명의 진보파가 끝까지 반대표를 던져 부결될 뻔했습니다.

434석인 연방 하원에서 민주당은 221명을 차지해 213명인 공화당과의 차이가 불과 8석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4표 이상이 공화당에 붙으면 부결되지요.

하지만 공화당에서 한국계인 영김 의원 등 13명이 찬성표를 던져 통과가 가능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주 텃밭인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패배하는 등 어려운 상태입니다. 지난 6일 발표된 에머슨대의 2024년 대선 가상 대결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43%로, 45%를 기록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뒤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진보파 일부가 끝까지 자신들의 주장을 고집하면서 하마터면 인프라 법안 통과가 불발될 뻔한 것입니다.

이제 미국에 꼭 필요한 도로, 교량 등에 투자하는 방안을 확정됐습니다. 하지만 교육, 의료 등 사회복지 예산을 늘리는 방안은 의회 통과가 여전히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 UBS는 BBB 예산안을 둘러싼 다툼 해결은 여전히 멀리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중도파들은 트럼프 대통령 때 낮아진 주 및 지방세(SALT) 공제 한도를 1만 달러에서 7만2500달러로 높이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지만, 진보파의 리더인 버니 샌더스 의원은 "이는 부자들을 위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진보파는 가족유급휴가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중도파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입니다.

UBS는 "인프라 예산안은 SALT 등 수많은 조항이 협상되어야 한다. 만약 하원에서 민주당이 예산안을 통과시키더라도 상원에서 많은 부분이 수정된 뒤 다시 하원으로 돌려보내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1946년 이래로 백악관을 장악한 정당은 2년 뒤 중간선거에서 하원에서 평균 26석을 잃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일반적으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50% 미만이면 대통령 소속 정당의 하원 당선 전망에 분명히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다수당 유지가 어려울 것이란 겁니다.

UBS는 "앞으로 1년 동안 정치에서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지만, 민주당이 지난주 서로 약속한 대로 '신속히' BBB 예산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양원을 통과한 초당파 인프라 법안에 대해선 "지출이 몇 년에 걸쳐 분산되고 시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통과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라면서도 "건축 자재 및 운송 인프라를 포함한 영역에서 수혜주가 있을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시장 분위기는 달아올라 있습니다. 이날 Fed는 하반기 '재무안정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Fed는 자산 밸류에이션에 대해 "위험 자산의 가격은 이전 보고서 발표 이후 전반적으로 상승했으며 일부 시장에서는 예상 현금흐름에 비해 가격이 높다. 집값은 5월 이후 급격히 상승하여 임대료 인상률을 계속 상회하고 있다. 자산 가격은 투자자의 위험 선호 심리가 약화하거나, 바이러스 억제에 대한 진전이 실망스럽거나, 경제 회복이 지연될 경우 하락에 상당히 취약한 상태"라고 평가했습니다.
게다가 인플레이션 우려는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오는 10일 아침 8시 30분(한국시간 10일 오후 10시 30분) 발표되는 10월 소비자물가가 분위기를 냉각시킬 수 있습니다. 월가 컨센서스는 10월 CPI가 작년 대비 5.9% 상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는 9월의 5.4%에서 더 오르는 것으로 1990년 이후 가장 빠른 상승세입니다.

근원 물가에 들어가는 주택 소유자의 등가임대료가 전월 대비 0.4% 넘게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근원 물가에서는 빠지지만 미국인 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식품, 에너지 가격도 치솟고 있습니다.

이날 뉴욕연방은행이 발표한 12개월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5.7%에 달했습니다. 이는 2013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내구재의 치솟는 가격을 볼 때 수급의 불균형이 풀리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명확해졌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은 더 개선되기 전에 더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근원 CPI는 향후 5%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