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대출금리 급등, 신중하게 모니터링"

시중은행장들과 간담회

연말 주담대 금리 6%대 우려
"금리는 시장 자율 결정이지만
감독 차원에서 계속해서 점검"

은행들 내년 사업 계획 '비상'
금융당국, 올해 실적과 연계
내년 대출 한도 차등화 방침
연말까지 대출 고삐 더 죌 듯
정은보 금융감독원장(가운데)은 9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시중은행장들과 오찬 간담회를 했다.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허인 국민은행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정 원장, 권광석 우리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권준학 농협은행장. 김범준 기자
금융당국이 내년 금융회사별 가계대출 한도액을 올해 실적 준수 여부와 연계할 방침이어서 은행마다 연말 대출총액 관리 및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목표치를 이미 초과했거나 근접한 은행은 내년도 정상적인 영업을 위해서라도 연말까지 대출을 더욱 죌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런 이유로 대출 금리가 급등하는 등 실수요자 부담이 커지자 금융당국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은행 “어떻게든 연말 목표치 맞춰야”

금융당국 관계자는 9일 “금융사들이 내년도 가계·기업대출 목표 등 사업 계획을 연말이나 연초께 당국에 제출하면 올해 실적을 반영해 대출 한도에 차등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말 대비 6% 선에서 관리하겠다는 목표로 총량 규제를 시행해 왔다. 내년에는 4~5% 선에서 관리한다는 구상이다.은행들은 연말까지 어떻게든 숫자를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8월 신규 가계대출을 중단했던 농협은행은 여전히 전세자금대출을 제외한 모든 가계대출을 틀어막고 있다. 그 덕분에 지난 8월 7.6%에 달했던 가계대출 증가율은 10월 현재 7.1%까지 내려왔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당초 목표인 6%대까지 끌어내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5%대 중반을 기록 중인 국민·하나은행도 아직 안심할 수 없는 단계여서 연말까지 대출 관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더구나 당국이 주문한 중금리대출 실적까지 맞춰야 하는 만큼 고신용자 대출을 중단하는 등 연말 목표 달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인터넷은행이 자체적으로 제시한 중금리 대출 비중 목표치는 △카카오뱅크 20.8% △케이뱅크 21.5% △토스뱅크 34.9% 등이다. 그러나 현재 목표에 도달한 인터넷은행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달 초 출범 9일 만에 대출 한도가 모두 소진돼 신규 대출 업무가 아예 중단된 토스뱅크는 중금리 실적 비중이 33%로 사실상 목표 달성이 좌절된 상태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가 목표 미달 시 어느 정도의 불이익을 줄 것인지 구체적인 지침이 전혀 없어 은행마다 불안감이 높다”고 하소연했다.

대출금리는 급등세

이런 이유로 대출 금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뛰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 수요를 줄이기 위해 우대금리를 줄줄이 축소하고 있는 데다 최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금리마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는 지난 3일 기준 연 3.96~5.26%로 지난해 말(연 2.69~4.20%)에 비해 약 1%포인트 높아졌다. 한은이 이달 말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설 경우 연내 주담대 금리가 연 6%대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대출 조이기’가 은행권에 집중되면서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의 주담대 금리가 오히려 낮아지는 기현상도 빚어지고 있다.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시중은행장들과의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금리라는 것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으로 시장 자율 결정 과정에 대해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감독 차원에서는 계속해서 아주 신중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실수요자 부담 완화를 위해 우대금리 축소 등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당국은 “현재로선 대출 금리에 직접 개입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소람/김대훈/빈난새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