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주민 감시에 '안면인식'까지 동원"

전직 이스라엘 군인들 증언…"CCTV로 집안까지 들여다봐"
이스라엘군이 점령지인 팔레스타인의 요르단강 서안에서 주민감시를 위해 안면인식 시스템까지 동원한다는 전직 군인들의 증언이 나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점령을 반대하는 전직 이스라엘 군인 단체인 '브레이킹 더 사일런스'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년 전부터 '블루 울프'라는 안면인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블루 울프'는 방대한 팔레스타인 주민 얼굴 사진 데이터베이스와 연동된 일종의 스마트폰 앱이다.

순찰 중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주민의 사진을 찍어 앱으로 전송하면, 신원 확인은 물론 여러 가지 색깔로 구금, 체포, 격리 등 대응 수위도 알려준다는 게 전직 군인들의 설명이다. 한 전직 군인은 이 시스템을 '팔레스타인판 페이스북'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현장 사진과 대조할 주민 사진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상을 내걸어 군인들을 경쟁시켰고, 그 결과 어린아이부터 노인들의 사진까지 엄청난 양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와 이스라엘군의 관할 지역이 공존하는 서안지구 남부 헤브론의 검문소에는 안면인식 카메라도 설치돼 있다. 이 카메라 덕에 이스라엘 군인들은 팔레스타인 주민이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아도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다른 전직 이스라엘 군인은 '헤브론 스마트 시티'라는 이름의 CCTV 망이 있는데, 이를 이용해 주민 활동을 실시간 감시할 수 있으며 심지어 집 안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런 시스템을 통해 테러 예방 능력을 증대할 수 있다고 병사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제대한 전직 여군 병사는 "이 시스템을 내 고향의 쇼핑몰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지 않다"며 "사람들은 지문 채취를 걱정하지만 이건 몇 배 더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시민 권리 단체인 액세스나우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주민 감시 시스템이 주민을 통제하려는 나라들이 동원하는 기술 중에서도 가장 정교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IDF)은 "일상적 치안 활동은 테러와 싸움의 일부이자 '유대 사마리아'(요르단강 서안을 지칭하는 이스라엘의 공식 명칭)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의 일부"라고 해명했다.

또 군 당국은 "당연히 이스라엘군의 작전 능력에 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내에서는 공공장소에 안면인식 장치를 설치하는 데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며, 사생활 보호를 담당하는 정부 기관도 이에 반대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통해 점령한 팔레스타인에 대해서만은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이스라엘 인권협회의 로니 펠리 변호사는 "일부 서방 선진국에서는 안면인식 및 감시 활동을 금지한다.

헤브론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심각한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5대째 헤브론에 거주한다는 주민 아부 마르하야씨는 최근 감시 시스템이 사생활까지 박탈한다면서 "아이들을 집 밖에서 놀지 못하게 할 정도다.

감시가 덜한 곳에 사는 친척은 우리집에 오려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국제적인 해킹 스캔들의 중심에 선 이스라엘 보안업체 NSO의 스파이웨어 '페가수스'가 팔레스타인 인권운동가들의 휴대전화에 침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최근 이들이 소속된 비정부기구(NGO)를 테러단체로 지정한 이스라엘이 해킹의 배후로 거론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