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미 차관보, 산업부 이례적 면담…'공급망 논의' 관측(종합)

내일 2박3일 일정으로 첫 방한…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도 별도 회동
10일 방한하는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이례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 당국자와 외교부의 경제외교 담당 고위당국자도 따로 면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한의 초점이 미중 전략경쟁의 '최전선' 현안으로 떠오른 공급망 등 경제안보 문제 협의에 맞춰졌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일본을 거쳐 취임 후 처음으로 10∼12일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한다.

카운터파트인 여승배 외교부 차관보와 11일 오전 양자 협의와 업무 오찬을 하고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을 예방하는 일정이 조율되고 있다. 또 외교부에서 경제외교를 총괄하는 차관보급 인사인 이성호 경제외교조정관도 별도로 만나고, 산업부 고위 인사와도 비공개 회동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태 정책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핵심 당국자로, 방한 시 정무나 한반도 문제에 집중하며 관련 당국자들을 만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면담 인사의 면면으로 볼 때 이번엔 공급망 재편 등 경제 안보 이슈를 다루는 데도 상당히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을 규합해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을 대중국 견제 전략의 핵심축 가운데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이탈리아 로마에서 한국을 포함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동맹·우방국들을 소집해 '공급망 대책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미국은 서방 진영의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 구상인 '더 나은 세계 재건'(B3W·Build Back Better World) 역시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를 견제하려는 목적으로도 관측되고 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의 'B3W' 참여 여부에 대해 "정부는 한미동맹 관계, 한중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기초해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투명하고 개방적인 자세에서 추진해 나가고 있다"고만 답했다.

올해 5월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이 기존 안보동맹에서 경제·글로벌 이슈를 아우르는 포괄적 파트너십으로 확장된 만큼 경제안보 문제가 양국관계에서 갖는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에는 경제협력 사안을 논의하는 외교차관 협의체인 한미 고위급경제협의회(SED) 개최가 추진되는 등 관련 고위급 채널 가동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방한 중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도 회동할 예정이다.

현 정부의 임기가 한참 남은 상황에서 대선 후보들을 만나는 게 결례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접촉 여부는 당연히 관련 캠프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현) 정부 인사들과의 실질적 소통도 두루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크리튼브링크 차관보의 방한은 최근 긴밀한 한미 각급의 소통 일환"이라며 "(방한을 통해) 양자 현안은 물론 한반도와 지역, 글로벌 관련 공조가 강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