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NFT 테마' 스치기만 해도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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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피 장세' 가장 뜨거운 테마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와 대체불가능토큰(NFT). 올해 국내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테마다. 수개월째 주가가 박스권을 맴돌고 있는 국내 증시에서도 이 테마는 열기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SNS 이후 블록체인과 함께 정보기술(IT)을 재편할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자 ‘박스피’에 지친 투자자가 몰려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와 NFT 테마의 강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타버스 이어 NFT 가세
"SNS 대체할 플랫폼은 메타버스
디지털 재화 NFT 관심 지속될 것"
게임빌, NFT거래소 구축 257%↑
펄어비스·위지윅스튜디오도 강세
“메타버스, 스치기만 해도 오른다”
10일 코스피지수는 1.09% 하락한 2930.17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2.07% 하락했다. 미국 증시가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국내 증시도 약세를 보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주식 매각 의사를 내비치면서 테슬라 주가가 약 12% 급락하자 그동안 잘 버티던 테마 중 하나인 2차전지도 한풀 꺾였다. 여기에 중국의 10월 생산자물가(13.5%)가 예상보다 크게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이날 크게 오른 종목의 공통점은 메타버스와 NFT 관련주라는 점이다. 메타버스는 올해 내내 시장의 화두였다. 메타버스 생태계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소유하거나 판매할 수 있게 만들어 준 NFT가 최근 새롭게 가세한 모양새다.
이날 컴투스는 12.34% 상승한 16만9300원에 마감했다.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1% 감소했지만 투자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컴투스가 공개한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와 향후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블록체인 게임에 높은 점수를 줬다. 컴투스 주가는 지난 10월 초 대비 76.72% 올랐다.게임빌도 24.89% 상승한 13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NFT거래소를 구축하고, 블록체인을 활용한 게임을 내놓는다는 발표에 매수가 몰렸다. 지난달 초 대비 257.11% 급등했다.
NFT에 올라타 다른 차원의 주가를 인정받은 대표적인 종목은 위메이드다. 위메이드 주가는 지난달 초 대비 121.27% 상승했다. 신작 미르4글로벌은 게임을 하면 얻을 수 있는 재화인 흑철을 암호화폐 ‘위믹스’로 전환해 실제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이다. 차기 게임에도 NFT 기술을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증권가에선 “메타버스와 NFT가 스치기만 하면 무조건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메타버스 관련주로 분류되는 위지윅스튜디오와 자이언트스텝 등도 10월 이후 각각 111.89%, 48.1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2.95% 떨어졌다.
박스피에 등장한 성장 테마
메타버스와 NFT 테마가 증시에서 돋보이고 있는 1차적인 이유는 박스피다. 지수가 횡보하면 시장은 ‘스타 종목’을 찾는다. 2011~2016년 코스피지수가 지루한 박스피를 이어갈 때도 바이오, 화장품 업종에서 주가수익비율(PER)이 100배까지 치솟는 종목이 나타났다. 삼성전자 등 시가 상위주가 치고 나가지 못하면 테마 종목에 투자금이 몰리는 현상이다.페이스북이 메타버스를 차세대 캐시카우로 지목하며 사명을 ‘메타’로 바꾸는 등 메타버스가 대형 산업이 될 것이라는 신호도 영향을 줬다. 3분기 호실적을 발표한 로블록스는 9일(현지시간) 42.23% 급등한 109.5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메타버스와 NFT는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 현상에서도 자유롭다.3분기 실적 발표가 한창이지만 상반기 대비 어닝서프라이즈를 내는 기업이 눈에 띄게 적어진 것도 투자자의 선택지를 좁아지게 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날까지 발표한 국내 3분기 상장사 중 어닝서프라이즈를 낸 기업은 23.81%에 불과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의 상승 모멘텀이 부족할수록 테마주를 찾는 경향이 뚜렷해진다”며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내는 기업이 적어지면서 성장성 있는 테마를 찾는 투자자가 많아지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SNS 이후 사람이 가장 많이 머물게 될 플랫폼은 메타버스가 될 것”이라며 “메타버스 안에서 디지털 재화로 교환할 수 있는 NFT 역시 사업의 확장성이 무궁무진한 만큼 메타버스와 NFT에 대한 열광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