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다음주 처음 얼굴 맞댄다

화상으로 정상회담 열기로

블룸버그·로이터 "날짜는 협의 중"
관계개선 계기 될지 여부에 주목

美 '中 기업 투자금지' 명령 연장에
"분위기 전환 힘들 것" 관측 많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주에 화상으로 첫 정상회담을 한다.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 관계 개선의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블룸버그·로이터통신은 9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정확한 회담 날짜에 대해선 “협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양국의 화상 회담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획기적 관계 개선 계기 마련할까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수석 부대변인은 전날 “연말 전에 양국이 화상회담을 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지난달 6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만나 양국 정상이 연내 화상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지난 2월과 9월 두 차례 전화통화를 했다. 7월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다자 화상 회의에 참여했지만 화상 및 대면 형태의 단독 정상회담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지난달 말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 간 첫 대면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 주석이 참석하지 않아 무산됐다. 시 주석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해외 방문을 하지 않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시 주석의 장기 집권 명분을 쌓는 무대인 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가 끝난 뒤 두 정상이 만나는 만큼 미·중 갈등 국면에서 벗어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하지만 여러 정황상 양국의 분위기를 극적으로 바꾸거나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장 피에르 수석 부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미·중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결과물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지난 5일엔 “이번 회담에서 양국의 영사관 재개관이 의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작년 7월 미·중은 텍사스주 휴스턴과 쓰촨성 청두에 있는 상대국의 영사관을 폐쇄했다. 최근 일부 언론은 이번 회담에서 영사관 재개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중 갈등 분위기 여전

양국의 대립 분위기는 이날도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군과 연계된 기업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를 금지한 행정명령의 효력을 연장했다. 대중 강경 노선을 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내린 행정명령을 연장한 것이다.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군의 지원을 받는다고 미 국방부로부터 지목된 중국 기업에 대해 미국의 투자사 등이 주식을 사고팔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차이나텔레콤 등 30여 개 중국 기업이 투자 금지 대상인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 6월 행정명령을 통해 블랙리스트 기업을 59개로 늘렸다.

대만 문제 역시 양국의 갈등을 키울 요소로 꼽힌다. 중국 정부는 이날 미국 상·하원 의원들이 대만을 방문한 것에 대해 “미국과 대만 지역이 어떠한 형식으로든 정부 간 왕래와 군사 연락을 하는 것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중국 국방부는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난폭한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은 전날 하이난에서 열린 ‘해양협력과 거버넌스 포럼’ 개막식 영상 메시지에서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 파트너십)를 겨냥해 “일부 국가가 해양 패권 수호를 위해 파벌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글로벌 반도체업계에 대한 미 정부의 자료 제출 요구를 중국 관영매체가 “명백한 약탈”이라고 비난한 데 대해 “터무니없다”고 응수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