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한남더힐' 만들자…땅값 급등에 특급호텔 '대변신'

땅값 급등에 서울 요지 호텔들 매물로…주거단지 '탈바꿈'

코로나 충격 장기화…호텔들 매물로
서울 주요입지에다 역세권 위치 많아
고급 주거시설·주상복합 재개발 수요 커
주변 부지가 개발될 예정인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 /한경DB
남산 자락에 자리잡은 그랜드하얏트호텔은 뒤쪽으로 남산을 안고 있고 앞쪽으로는 한강을 조망할 수 있어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주택으로 조성되면 가치가 높을 것"이라고 꼽히던 곳이다. 최근 이 호텔의 주차장으로 쓰이던 부지가 팔렸다. 고급 주택 단지로 개발하기 위해서다.

서울 시내 호텔들이 주거용 부동산 개발을 위해 영업을 종료하거나 매각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여파가 상반된 영향을 끼쳐서다. 여행 수요가 핵심인 호텔과 달리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목 좋은 곳으로 소문난 밀레니엄 힐튼호텔(중구), 르메르디앙(강남구),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서초구), 크라운관광호텔(이태원) 등이 고급 주거시설이나 주상복합, 상업시설로 재개발될 예정이다.

'한남더힐' 처럼…남산 하얏트 주차장, 고급 주택단지로

10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그랜드하얏트서울 주차장 부지 8757㎡(2650평) 8개 필지가 2000억원대에 매각됐다. 이 부지를 소유했던 서울미라마유한회사는 최근 이든자산운용과 디벨로퍼 UOD 등 컨소시엄으로 구성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에 해당 부지를 팔았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매출 부진에 시달리던 호텔이 부지 일부를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 인근 개발예정지. /한경DB.
이 부지는 1종 일반주거지역과 1종 전용주거지역으로 분류돼 허용 건폐율 30%를 적용할 경우 2~3층 높이 주택단지로 개발 가능하다. 한강과 남산 사이에 위치한 한남동에는 유엔빌리지,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등 초고급 주택단지들이 들어서 있다. 이들 단지와 가까운 그랜드하얏트서울 주차장 부지에도 초고급 주택이 조성되면 주택 한 채에 100억원대를 넘나드는 가격대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 실제로 한남동 파르크한남 전용 268㎡는 지난달 9월 108억원에 손바뀜했으며, 같은 달 인근의 한남더힐 전용 208㎡도 직전 최고가보다 8억원 오른 68억원에 새주인을 찾았다. 어지간한 빌딩 가격에 육박한다.

서울 강남에 들어선 첫 특급호텔인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도 약 40년 만에 헐리고 그 자리에 대형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인근 반포동에 위치한 이 호텔은 주변에 3개 지하철 노선(3·7·9호선)이 지나는 트리플 역세권 입지를 갖췄다. 수요가 많은 강남에서도 입지가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국내에서 평당 가격이 가장 비싼 아크로리버파크가 위치한 지역이기도 하다. 아크로리버파크는 전용면적 84㎡가 42억원에 거래됐으며 호가는 45억원을 웃돈다.


특급호텔들도 주거복합타운으로 탈바꿈

신안산선이 들어서 대표적 성장 지역으로 꼽히는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독산 노보텔앰배서더 호텔도 연말에 문을 닫는다. 호텔 측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업계는 주거용 오피스텔로 재개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 호텔과 도보로 5분가량 떨어진 거리에선 신안산선 신독산역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신안산선은 교통 사각지대였던 안산 등 수도권 서남부에서 서울 업무지구인 여의도와 서울역을 잇는 '신(新)황금노선'으로 기대된다. 인근에선 이미 주거용 오피스텔 건설이 활발해 빌라, 아파트 등 주택들 가격도 많이 뛰었다.
서울 강남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 /한경DB
이밖에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7000억원에 사들인 르메르디앙 호텔(대지 1만362㎡)의 경우 잠실 롯데타워 시그니엘이나 청담동 피엔폴루스 같은 최고급 주거용 오피스텔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시그니엘은 전용면적 244㎡ 오피스텔 한 실이 115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매수협상자로 지정된 크라운호텔(7011㎡)과 동대문구의 경남호텔(3633㎡)도 현대건설이 오피스텔로 지을 계획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입지나 용적률 등 조건이 좋은 호텔들을 눈여겨 보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코로나19로 여행객이 줄면서 오너들이 유동성 위기를 넘지 못하는 가운데 아이러니하게 시중 유동성은 역대 최대치로 풀려 부지 땅값이 크게 뛰었다. 이에 매물로 내놓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부동산개발업체 대표도 "현재 서울지역에선 주거용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지만 강남권이나 한남동 등 주요 입지에서 대규모 주거시설을 지을 수 있는 땅은 거의 없다"며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달리니 역세권 호텔 부지는 매력적 투자처"라고 했다. 살 집이 부족해 주거용으로 개발될 수 있는 땅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 또한 지난해 호텔을 공공임대주택으로 바꾸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호텔 재개발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주거시설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한 관심이 큰 상황이라 주목된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