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무센 "인재·세계화 힘으로 성장한 한국, 기후변화 대응 선진국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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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인재포럼 2021“능력 있는 사람일수록 책임도 커지는 법이죠. 한국과 덴마크 같은 부국들이 ‘탄소중립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앞장서 보여줘야 합니다.”
기조연설 -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前 덴마크 총리
기후변화 대응이 신기술·혁신 촉진
탄소중립·경제성장 동시 달성 가능
모든 정책서 공정성이 최우선 가치
그렇지 못할 때 포퓰리즘이 득세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전 덴마크 총리는 10일 ‘글로벌인재포럼 2021’에 두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서 “기후변화 대응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지만, 잘 활용하면 오히려 신기술과 혁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덴마크는 1970년대 석유 파동 이후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육성했다. 그 결과 세계 최대 풍력터빈 제조사인 베스타스, 세계 최대 그린에너지 투자운용사인 코펜하겐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CIP) 등이 탄생했다.
○“韓·덴마크, 인재의 힘으로 성장”
라스무센 전 총리는 2009~2011년과 2015~2019년 두 차례에 걸쳐 덴마크 총리를 지냈다. 그는 “한국의 놀라운 발전은 안데르센의 동화보다 더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평가했다.라스무센 전 총리는 2013년 수교훈장 광화대장을 받았고, 2016년 서울시 명예시민으로 위촉되는 등 한국과 인연이 깊다. 그는 “한국과 덴마크는 영토가 작고 천연자원도 부족하지만 ‘인재’와 ‘세계화’의 힘으로 성장한 나라”라고 강조했다.라스무센 전 총리는 지속가능한 미래의 핵심 요소로 ‘4C’를 제시했다. 기후(climate)와 더불어 사회적 통합(cohesion), 문화(culture), 지혜(cleverness)를 지속가능한 성장의 필수 요건으로 꼽았다. 그가 사회적 통합을 강조한 것은 4차 산업혁명 여파로 일자리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라스무센 전 총리는 “무슨 직업이 생겨나고 사라질지, 어떤 지식이 필요할지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는 것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고용유연성이 유럽 최고 수준인 덴마크에서는 해마다 근로자 10명 중 1명꼴로 일자리를 옮긴다. 그는 “고용주에겐 쉬운 해고를, 근로자에겐 적정한 실업급여와 평생교육을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적 가치와 과학적 근거를 신뢰하는 풍토가 사회 전반에 뿌리내려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래야만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불공정이 포퓰리즘·고립주의 키워”
라스무센 전 총리는 “4C를 강화하기 위한 모든 정책에서 공정성이 최우선 가치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공정성은 ‘균등한 경쟁의 기회’를 의미한다. 라스무센 전 총리는 “세계화는 많은 사람을 이롭게 했지만 누군가에겐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지 않을 때 포퓰리즘, 고립주의, 자국우선주의가 득세하게 된다”고 했다.라스무센 전 총리와 대담에 나선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은 최근 미국·중남미 등에서의 전력부족 사태로 일각에서 촉발된 ‘신재생에너지 회의론’을 화두로 꺼냈다. 김 의장은 “국토의 68%가 산악지대인 한국은 덴마크 수준의 풍력발전이 어려운 환경”이라며 “한국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원자력 발전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여러 나라에서 신재생에너지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라스무센 전 총리는 “국가별 상황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덴마크는 원전을 가동하지 않는 대신 북유럽 전기시장에서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다. 그는 “유럽 안에서도 원자력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며 “하나의 에너지원으론 결코 충분하지 않고, 전력거래 시장과 저장 기술 등을 활용해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