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3 '5만대 수출'…활기 되찾은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비결 [현장+]

르노삼성 부산공장 르포

한 개 조립라인으로 여러 차종과 차급 생산
공장 시스템 효율화로 '생산성·품질 극대화'
르노삼성 XM3 유럽 수출 5만대 생산 차량. 사진=신현아 기자
지난 9일 부산 강서구 신호동에 위치한 르노삼성 부산공장. 조립된 완성차를 세워놓는 공장 야적장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특히 XM3 야적장에는 세워진 차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차량용 반도체 여파로 생산량이 기존보다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는 만드는 대로 차량이 고객에게 인도되는 측면이 더 크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차체 공정에서는 작업의 100%를 차지하는 로봇들이 우당탕 소리를 내며 쉬지 않고 움직였다.지난 6월 유럽 수출을 본격화한 XM3(수출명 뉴 아르카나) 인기가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XM3 수출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노사 갈등, 판매 부진 등으로 힘든 시기를 겪던 르노삼성의 부활 신호탄이 됐다. XM3는 올 상반기 유럽으로 발을 넓힌 뒤 전 세계 28개국에서 누적 5만대 팔렸다.

이해진 부산공장 제조본부장은 "연말까지는 6만대, 내년에는 10만대 수출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내수까지 합하면 총 13만대 XM3를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공장 경쟁력 높인 '다차종 혼류생산'

르노삼성이 밀려드는 XM3 물량을 감당할 수 있었던 데는 부산공장의 '다차종 혼류생산' 역할이 컸다. 조립 공장에 들어서니 SM6부터 XM3, QM6까지 하나의 조립 라인에 줄지어 선 차량들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다차종 혼류생산은 한 개 조립 라인에서 여러 차종과 차급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세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물론 경유·휘발유차, 하이브리드차, 전기차까지 모든 차량 생산이 한 곳에서 가능하다. 르노 플랫폼과 제휴 관계(얼라이언스)인 닛산 플랫폼도 동시 생산할 수 있다.
작업자가 SM6를 조립 중이다. 옆으로는 AGV가 이동 중인 모습. 영상=신현아 기자
다차종 혼류생산은 '공장 효율 극대화'가 핵심이다. 한 개 라인으로 타사 2~3개 라인의 효과를 낸다. 다소 부진한 성적을 내는 차량 생산을 줄이는 대신 주문량이 몰리는 차량 생산을 늘리는 식으로 운영되므로 탄력적 생산이 가능하다. 한 개 조립 라인만으로도 XM3 수출 물량을 맞추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생산성이 글로벌 상위 수준인 비결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올리버 와이먼사의 2019년 '하버리포트'에 따르면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대당 생산시간(HPU)은 19.0으로 전 세계 126개 제조 공장 중 6위를 기록했다. 또 부산공장은 설비 생산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인 'a-OEE' 기준 르노 그룹 자동화 공장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부산공장의 최대 생산 능력은 2교대 3그룹 기준 차량만 연간 기준 30만대, 시간당 생산 대수 60대다. 현재는 2교대 2그룹으로 운영되며 시간당 50대, 총 15만6000대를 생산하고 있다.

무엇보다 다차종 혼류생산 방식으로는 일부 차종의 수요가 줄더라도 공장이 멈춰서는 일이 없다. 통상 1개 조립 라인에서 1개 차종만 생산하는 여타 경쟁 제조사들과 비교해 르노삼성이 갖는 경쟁력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부산공장 시스템으로는 최대 4개 플랫폼, 8개 모델까지 생산 가능하다. 현재는 총 7개 모델이 동시 생산되고 있다.

'블락앤키트', 'AGV'로 오류 잡는다…생산성도 UP

사실 한 개 차종만 취급해도 복잡한 게 자동차 조립이다. 7개 차종에 각각 들어가는 2만여개의 자동차 부품을 오차 없이 차종에 따라 다르게 투입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르노삼성은 이를 '블락 앤 키트'와 '에러 프루프 시스템'으로 해결했다.

'블락 앤 키트'는 작업 구간을 리어, 프론트 등 차량 부위별로 나누고 이에 필요한 부품을 근로자가 수동으로 하나의 키트(바구니)에 담아 전달하는 방식을 뜻한다. 작업자가 조립 라인 옆에 부품을 쌓아 놓고 필요한 부품을 가져다 쓰는 타 업체 공장과는 차별화된 풍경이다. 필요한 부품만 담긴 키트에서 곧바로 꺼내 작업하면 되기 때문에 부품을 혼동해 사용할 가능성이 적다.
AGV가 부품을 싣고 움직이는 모습. 정해진 경로를 따라 작업자에게 자동으로 배달된다. 영상=신현아 기자
이 키트는 경로가 사전 설정된 자동부품공급장치(AGV)를 통해 작업자에게 바로 배달된다. 물론 AGV에 부품을 싣는 과정은 사람이 한다. AGV 종류는 사용되는 장소에 따라 3가지로 나뉘며 현재 총 210여개 공장 내에서 사용되고 있다.회사 관계자는 "AGV를 통한 물류운송 자동화율이 95%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AGV는 작업자가 운반과 같은 단순 업무에서 벗어나 전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끔 한다. 에러 프루프 시스템은 조립할 차량이 도착하면 키트에 있는 램프가 켜지면서 작업자에게 조립해야 할 부품이 뭔지 알려주는 시스템. 작업자가 부품을 잘못 가져다 쓸 오류를 줄이기 위해 고안됐다.

부산공장은 여기에 더해 오차를 잡기 위한 '체결품질보증 시스템'도 들였다. 레이더가 볼트나 너트 조임까지 확인한 뒤 이상이 있으면 조립 라인 전체를 멈춰 세우는 방식이다. 다만 이정국 르노삼성 홍보담당 상무는 "(체결품질보증 시스템을 거쳐도) 조립 라인 직행률은 98% 이상"이라고 했다. 웬만하면 실수가 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밖에 각 모델마다 태블릿 PC를 설치해 실시간 품질 테스트를 진행하고, 65대의 폐쇄회로(CC)TV를 통해 품질 이상 발생을 꼼꼼히 살피는 등 여러 차종을 생산하는 혼란 속에서도 자동화와 확실한 분업으로 품질을 보장하도록 했다. 과거 삼성자동차의 '품질 DNA'를 이어 품질만큼은 타협하지 않겠다는 르노삼성의 기조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실제 부산공장은 르노그룹 전 세계 20개 차량 공장 중 출하 차량 불량 건수가 가장 적다. 모든 차량은 총 7개 검사를 통해 3번 이상 검수를 거친다. 회사 측에 따르면 조립 공장 기준 부산공장의 100대당 불량 건수는 0.15대에 그쳐 지난 9월 조사에서 그룹 내 1위를 기록했다. 공장 전반의 품질 수준을 평가하는 'PHC'에서도 부산공장은 그룹 내 1위를 차지했다.
검수가 진행 중인 르노 차량. 사진=신현아 기자
이정국 상무는 "부산공장의 경쟁력은 다차종 혼류생산이다. 그러면서도 생산성과 품질이 높다는 게 핵심"이라면서 "이 모든 걸 가능케 하는 건 결국 인적 자원"이라고 강조했다.부산공장 생산직 근로자 평균 연령은 40.8세로 타 업체 공장 근로자보다 약 10살 적다. 20대 생산직 비중도 높다. 젊은 직원들이 모인 만큼 차종 변경 등 새로운 체제에 적응이 빠르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부산공장의 시간당 인건비가 높아도 르노 그룹이 부산공장에 일감을 배분하는 이유라고 이 상무는 덧붙였다.

부산=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