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넘는 타이타닉 레고 없어서 못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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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아버지가 레고의 열렬한 팬이었어요. 이제 마흔 살이 넘은 제가 레고를 모으고 있네요.”
키덜트族 아낌없는 플렉스
포르쉐·아디다스 등 콜라보 제품 인기
건설업에 종사하는 이재원 씨(42)는 유년 시절 레고를 모으던 아버지를 따라 레고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이씨에게 레고는 어렸을 적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다. 이씨는 “레고로 무언가를 만들고 원래대로 되돌리는 게 삶의 낙”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현재 레고를 직접 디자인하는 레고의 정식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장난감 레고에 빠져드는 어른이 늘고 있다. 레고를 열성적으로 좋아해 레고 제품을 사기 위해 수백만원의 지출도 아끼지 않는 ‘레고덕후’가 ‘키덜트(kid+adult)’산업을 이끌고 있다. 레고를 좋아하는 사람이 모이는 네이버 카페 ‘브릭동네’의 회원 수는 약 3만9000명이다. 전 세계 레고 판매량 중 성인 레고 팬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인 것으로 추정된다.
브릭동네에서 고래아빠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김모씨(35)는 레고를 사기 위해 한 달에 30만원을 쓴다. 시장에 희귀한 레고 제품이 나오면 100만원 이상을 쓰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워즈’에디션 등 마니아층이 많은 레고 제품 가격은 하나에 2000만원이 넘기도 한다.
희귀한 레고 제품은 나올 때마다 리셀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한 달 새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은 ‘타이타닉’이다. 레고 역사상 가장 길고 큰 세트로, 총 9000 여개 브릭으로 구성됐다. 당초 판매 가격은 85만원이었지만 물량이 많이 풀리지 않아 리셀 시장에서 130만원까지 올라갔다. 레고 회사는 키덜트를 겨냥해 올초 자동차 회사인 포르쉐, 아디다스 신발 등 성인이 선호하는 제품과 콜라보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키덜트족에 힘입어 레고 관련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레고코리아는 2016년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국내 1호 레고스토어 문을 연 뒤 전국에 15개 레고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진출하는 지역마다 특색 있는 한정판 상품을 내놔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