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은 못 참지…욕망을 되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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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750만 건.’
글로벌 리셀 플랫폼 스톡엑스에서 한 해 거래된 리셀 상품의 수다. ‘되팔다’란 의미의 리셀은 이미 소비문화의 뉴 트렌드가 됐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은 싫다”는 2030 소비자가 늘면서 한정판 제품이나 고가의 희소 상품을 사고파는 2차 시장이 뜨겁다. 가치를 인정받은 상품은 많게는 10배 이상 웃돈을 받고 팔 수 있어 신종 재테크 수단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리셀 시장은 기성품을 2차 시장에서 거래한다는 점에서 중고 시장과 비슷하지만 쓰던 물건을 되파는 일반 중고 거래와는 개념이 다르다. 남들이 갖지 못한 ‘희소성’에 부가가치를 붙여 상품을 사고파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나이키 한정판 운동화를 비롯해 샤넬 명품백, 롤렉스 시계, 스타벅스의 굿즈 등이 리셀 시장을 이끄는 대표 품목이다.
국내 리셀 시장에서 가장 ‘핫’한 제품은 나이키 한정판 운동화다. ‘와디의 신발장’이라는 유튜브를 운영하는 고영대 패션전문 다중채널네트워크(MCN)기업 오리지널랩 대표는 “수집이라는 마니아 문화가 재테크 수단으로 알려지면서 점차 대중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 자택에 나이키 운동화 200켤레를 수집해 모아둔 나모씨(38)는 “힙합문화가 주류 문화로 성장하면서 나이키 운동화가 이 시대의 명품 구두가 됐다”고 설명했다.
리셀 문화는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남성이 나이키 운동화, 롤렉스 시계를 모은다면 여성은 샤넬 핸드백, 스타벅스 굿즈를 거래한다. 취업준비생인 김모씨(26)는 지난 9월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려 스타벅스 리유저블컵을 받았다. 세계 커피의 날을 기념해 무료로 제공하는 사은품이지만 중고 장터에 4000~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그는 “막상 리유저블컵을 잘 사용하지 않지만 한정판 상품을 구했다는 데 만족한다”고 말했다.최근에는 이런 리셀 문화가 레고와 같은 장난감 마니아에게까지 확산하고 있다. 20여 년간 레고를 모은 이재원 씨(42)는 “유년기 시절 아버지가 한 달에 한 번씩 레고 선물을 사 온 것에 영향을 받았다”며 “리셀 시장에서 레고를 구매하는 것은 유년기 추억의 조각을 맞추는 일”이라고 말했다.
배정철/박상용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