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배우들에게 '맞춤형 음반' 추천하는 박찬욱 … 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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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현역 음악가들을 다룬 서적은 폭넓지 않다. 그들의 음악 해석, 작곡가를 보는 시선, 마음가짐 등을 궁금해하는 청중은 답답할 노릇이다. 연주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줘 ‘클래식 음악 지형도’를 그리고 싶었다.”
이지영 지음
글항아리
412쪽 | 1만9800원
20여 년 동안 클래식 공연을 기획·해설해온 이지영 클럽발코니 편집장이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를 내놓은 이유다. 저자는 조성진, 손열음, 임동혁, 백건우, 정경화, 조수미, 안드레아스 숄 등 클래식 음악가 7명의 속내를 인터뷰를 통해 풀어낸다.연주자들은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꼭 필요한 건 ‘시간을 쌓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연으로 보여주는 예술은 잠깐이지만 그 이면에는 긴 시간의 피나는 노력이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1961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매일 14시간씩 바이올린을 켠 연습벌레였다.
작품을 원숙하게 소화하는 시기가 따로 있다고도 말한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20대에 연주할 수 있는 작곡가는 드뷔시, 모차르트, 슈베르트 등이고, 30대가 돼야 베토벤, 브람스를 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박찬욱 영화감독,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최진 톤마이스터, 안성수 안무가 등 클래식과 밀접한 예술가 7명의 생각도 전해준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를 제작할 때 음악 활용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자는 “공연장에서 자주 마주쳤던 박 감독이 영화 ‘스토커’를 냈을 때 현대 작곡가 필립 글래스의 곡을 쓴 걸 알게 됐다”며 “대가로 평가받는 영화감독에게 클래식이 주는 의미가 궁금해 책을 내려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박 감독은 배우들에게 배역의 감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맞춤형 음반’을 추천해준다. 대본보다 음악이 상상력을 자극할 때가 많아서다. 주요 장면마다 클래식 음악을 녹여내기도 한다. 그는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친절한 금자씨’를 찍을 때 애틋한 모녀 사이를 표현할 방법을 찾던 중 클래식이 떠올랐다”며 “성악가 모녀인 몽세라 피구에라스, 아리아나 사발이 부른 자장가 ‘엄마, 엄마 나를 울리지 말아요’를 넣었고 영화 수준이 한층 높아졌다”고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