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선대위 인선' 내부 갈등…尹 '컨벤션 효과' 갉아먹나

현장에서

이준석 "김종인에 전권 줘야"
尹캠프선 "지나친 요구" 반발
"볼썽사나운 자리다툼" 지적

좌동욱 정치부 기자
여의도 정가에 정권교체 바람이 거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응답률이 60%에 육박할 정도다. 누가 야권 후보로 나서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기대마저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이런 국민의 기대를 철저히 저버리고 있다.

대선 캠프 인선을 놓고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윤석열 캠프와 볼썽사나운 자리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은 기존 캠프 일부 인사를 겨냥해 ‘파리떼’ ‘자리사냥꾼’ ‘하이에나’ 등 거친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윤희숙 의원이 사퇴한 서울 서초갑 조직위원장에 전희경 전 의원을 내정한 것도 구설에 올랐다. 유력 후보이던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이 여론조사 단계부터 배제됐기 때문이다.이 대표는 11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이 과거 전권을 부여받은 상황에서 굉장히 좋은 성과를 냈다”며 재차 그를 두둔했다. 대선 승리를 위해 김 전 위원장에게 선거 운영 전권을 줘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김종인이 또다시 대선 전면에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거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수 당내 의원들은 김 전 위원장을 영입하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전권 부여에는 회의적이다. 김 전 위원장이 여러 차례 대선에서 본인 의사가 반영되지 않으면 후보와 마찰을 빚었던 사례도 거론된다.

최근 당내에서 다시 조명받는 인사는 권성동 의원이다. 당 안팎 인사들은 “격을 따지는 권 의원이 윤 후보 비서실장직을 즉각 수용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전한다. 권 의원은 윤 후보와 친구이긴 하지만 4선 중진의 정치 대선배다. 검찰 기수로 따져도 9년 위다. 권 의원도 사석에선 “면이 서지 않는다”며 싫은 기색을 비친다고 한다. 그런 그가 비서실장직을 받아들인 건 당장의 자리보다 정권교체가 더 중요하다는 대의 때문이다.

선대위 구성은 윤 후보 발언에 이미 정답이 있다. 그는 지난 8일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①당 중심 운영 ②중도 확장 지향 ③특정 세력 주도 금지 등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김 전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는 것은 세 번째 원칙과 맞지 않는다. 오히려 당 안팎에선 “윤석열이 상징하는 새로운 정치를 보여 줄 인물을 적극 기용해야 한다”(장성민 전 의원)는 의견도 나온다. 이 대표 본인이 그런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최근 야권에선 “고질적인 내부 자리다툼을 하다 애써 쌓아올린 컨벤션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앞으로 거세질 여권의 네거티브 공세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도 야권엔 쉽지 않은 과제다. 때 이른 축배는 독이 될 수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