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자체 면역 가진 사람도 있었다…이들은 누구?

지난해 1차 대유행 당시 일부 의료 종사자에 주목
코로나19 바이러스 인지하는 '기억 T세포' 양 증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에 대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자현미경 이미지. /사진=AFP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에 대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말라 마이니 교수팀은 11일 지난해 코로나19 제1차 대유행 때 런던 지역 병원에서 일한 의료 종사자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의료 종사자 일부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면연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노출 위험이 매우 높은 환경에서 일하면서도 PCR(유전자증폭)과 항체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58명의 혈액을 검사해 같은 기간 코로나19에 걸린 다른 종사자들과 비교한 결과 이같이 결론지었다고 과학저널 '네이처(Nature)'를 통해 발표했다.

비교 결과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은 바이러스나 항체가 검출되지 않았음에도 이들의 혈액 속에서 침투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인지해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는 '기억 T세포(memory T cell)' 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또 "고위험 환경에 노출된 사람 10명 중 하나는 증상도 없고 PCR이나 항체 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왔다"면서 "이들 체내에서 바이러스가 자리 잡기 전에 면역체계가 작동해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불발감염(abortive infection)'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단 과거 경험으로 체내에 형성돼 있던 기억 T세포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침투로 활성화돼 감염 초기에 신속하게 바이러스를 제거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기억 T세포가 바이러스 복제 과정에 직접 관여하고 일반 감기를 일으키는 다양한 코로나바이러스에도 있는 복제-전사 복합체를 표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다른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감기 같은 질환에도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기억 T세포 연구 결과를 적용해 백신을 개발하면 코로나19 중증 예방뿐 아니라 감염 자체를 막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이렇게 만들어진 백신은 새로 발생하는 변이 인지 능력도 더 뛰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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