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포드·샤오미 투자처로 각광…형제의 나라는 달랐다

유럽·아시아 잇는 '터키'
코로나19에도 활기 넘치는 시장

삼성 샤오미 화웨이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 진출
사진=부라크 다을르올루 터키투자청장/터키 투자청 제공
투자의 성공 여부는 쉽게 장담할 수 없다. 많은 돈을 들인다고, ‘큰 손’들이 뛰어든다고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복합적인 요소들이 모두 들어맞아야 한다. 활기가 넘치는 시장,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등 종합적이고도 다각적인 지원이 동시에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터키는 주목해야 할 투자처로 꼽힌다. 시장에 활기가 넘칠뿐 아니라 정부도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서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시기에도 굳건히 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자동차 기계 등 제조업은 물론 삼성과 샤오미 등의 스마트폰 기업들도 관심을 쏟는 곳이다. 터키 대통령실 직속 기관인 터키투자청도 투자 기회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최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부라크 다을르올루 터키투자청장을 만났다.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터키에 코로나19는 일종의 기회였다"며 "지리적인 이점이 있을뿐더러 외국인직접투자(FDI)도 이 시기에 늘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다을로을루 청장과의 일문일답.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터키가 특히 더 경쟁력 있는 이유는.

"터키는 경제가 견고할뿐 아니라 지정학적 위치를 강점으로 가진 나라다. 2003년부터 2020년 사이 터키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5%를 꾸준히 넘었다.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7% 증가했다. 지정학적 위치도 강점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고 있다. 지정학적 위치를 살릴 수 있는 물류 시설들도 잘 구축해놨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공급망 위기에 처했을 때도 적극적인 재정 정책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업과 가계를 지원했고, 제조업 분야에도 투자했다. 주변국들과 비교했을 때도 빛난다. 터키와 경쟁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동유럽 국가들인데, 터키에는 우수한 인재들이 많다. 이들의 인건비도 저렴하다. 터키의 인건비는 시간당 5.8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연간 대학 졸업자도 80만 명에 달한다."

▶터키의 FDI는 대부분 유럽에서 온다. 아시아 국가들의 투자 비율은 최근까지 얼마나 늘었나.

"두 기간으로 나눠서 보자. 첫 번째 기간은 2003년에서 2010년이다. 이 때 터키의 FDI 중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73.1%,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12.3%였다. 하지만 2010년 이후부터는 아시아의 비중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아시아 FDI는 22.2%로 증가했다. 유럽 국가들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도 적극적으로 터키에 관심을 갖고 있다."


▶터키 정부가 집중해서 육성하는 분야는.

"제일 중요한 분야는 자동차, 기계, 스마트 기기 등이다. 화학, 석유화학 등의 분야에도 관심이 많다. 주로 부가가치가 높고 기술 집약적인 산업에 관심이 있고, 이에 신규 투자를 집중적으로 유치하려고 한다. 수출을 많이 도울 수 있는 분야들, 특히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에도 관심이 있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투자도 우리의 관심사 중 하나다. 전통적인 분야 외에도 신재생에너지, 정보기술(IT)산업도 우리 정부의 관심사 중 하나다. 최근 10년 동안 IT·스타트업들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코로나19가 터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코로나19가 위기였던 것은 맞다. 단점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하지만 터키에 오히려 기회로 작용했다. 터키의 경제성장률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1.8%에 달했다. FDI도 긍정적이었다. 팬데믹 시기 전 세계 FDI는 전년 대비 35% 정도 감소했지만, 터키에서는 15.5% 감소했다. 세계 전체적인 흐름과 대비를 했을 때 타격이 덜했다. 회복도 빠르다. 터키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37% 늘어난 60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수출도 늘었다. 올 상반기 수출은 1050억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40% 늘어났다. 연말까지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9%로 잡고 있다."

▶터키의 기업가 정신 및 창업생태계의 현황은.

"도전에 적극적인 곳이다. 올해 7월을 기준으로 터키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3000개가 넘는다.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에 비해 700% 이상 늘었다. 인공지능(AI)을 포함해 핀테크, 게임 스타트업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부도 스타트업들 지원에 적극적이다. 민간 분야의 투자 또한 확대되고 있다. 이 분야에서 유니콘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업가치 100억달러를 넘는 데카콘 기업이 탄생하기도 했다.


▶투자와 관련해 터키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를 꼽는다면.

"삼성 샤오미 화웨이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진출해있다. 화웨이는 터키에 위치한 TCL 공장에서 스마트폰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샤오미는 살콤과 협력해 이스탄불에서 스마트폰 생산설비를 가동했다. 500만 대에 달하는 스마트폰 생산 능력을 갖췄다. 중국 스마트폰 기업인 오포도 이스탄불에 위치한 공장에서 예비생산을 시작했다. 삼성도 지난 5월 터키 북서부에 있는 테키르다르에 자체 스마트폰 공장을 세웠다. 미국 자동차 기업 포드도 투자 계획을 밝혔다."


▶한국과 터키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이유는.

"터키와 한국은 오랫동안 파트너 관계였다. 현대아산은 1997년부터 키바홀딩과 손 잡으며 자동차 생산 및 판매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설립 이후 현대차는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현대자동차가 설립한 첫 해외 생산 시설이기도 하다. 연간 23만 대를 생산하고 있고, 2400명의 직원들이 있다. 차량의 96%가 해외로 수출되고, 유럽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독일 영국 이탈리아를 포함한 40개국 이상에 수출할 정도의 성과를 냈다. 삼성도 터키의 지리적인 이점을 장점으로 꼽으며 베트남 인도 등에 이어 터키 공장을 세우기도 했다. 한국 기업들이 터키에 투자한 규모는 30억달러에 육박한다."

▶터키 투자청이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지원 서비스는?

"터키투자청은 터키의 투자 환경을 홍보하는 것뿐 아니라 터키에 진출하는 모든 과정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컨설팅을 해준다. 기업에 적합한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뿐더러, 정부기관과 지방 당국 등과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가교 역할도 맡는다. 터키에 사업체를 설립하려는 기업이 터키에 직접 방문할 때 필요한 서비스 역시 투자청에서 제공하고 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