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이재명·윤석열 '백미러 정치', 대한민국 퇴보 불러" [홍영식의 정치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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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마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새로운 물결’ 창당을 선언하고 대선 후보로 나선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인터뷰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유배지인 전남 강진 일대에서 이뤄졌다. 김 전 부총리와 소설 ‘대통령 정약용’으로 주목받고 있는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의 동행길에 기자도 함께했다.
“과거 재단 法 다뤄, 국정 운영 철학 없어
대선 ‘법’과 ‘밥’ 대결, 국민 먹여 살릴 밥 역할 하겠다”
“이재명 후보, 말은 현란하지만 정책 빈껍데기
전국민 재난지원, 대장동 이슈 덮으려는 것”
“윤석열 후보, 검찰총장 임기 안 채우고
정치에 뛰어들어 안 좋은 선례 남겨”
“신상’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큰 판의 변화 올 것
스타트업 기업 10만개 양성 등 일거리 정부 만들 것
1가구 1주택자는 세 부담 낮추고 다주택자는 중과”
“대통령 고집 세…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내가 주장한 5가지 중 하나도 안 받아줘”
“장하성 실장, 내가 대통령께 보고하는 걸 원치 않아
양도세 중과 반대, 靑에서 ‘항명하느냐’ 하더라
청 참모들에 거의 X새끼 수준의 쌍소리를 했죠 ”
김 전 부총리는 다산초당과 정약용 선생이 4년간 머무르며 ‘경세유표(經世遺表)’ 등을 집필한 사의재(四宜齋), 이동하는 차 안 등에서 대선 출마 이유와 정치판에 대한 평가, 부총리 시절의 경제 정책을 둘러싼 청와대와의 마찰 등을 기자에게 소상하게 털어놓았다. 김 전 부총리는 윤 전 차관과 함께 온 이유에 대해 “‘대통령 정약용’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지금 대선판이 남 흠집 내기나 하고 과거만 파헤치는 데 대해 깊은 반성을 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다산 선생이 주창한 것과 같은 개혁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 “과거를 재단하는 법(法)을 다뤘고 국정 운영의 철학도 없어 많이 걱정된다”며 “‘백미러’를 보고 가는 정치가 무슨 희망이 있겠나. 누가 당선되든 대한민국을 변화시키기는커녕 더 퇴보시킬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어 “대선은 이런 ‘법’과 ‘밥’의 구도가 될 것”이라며 자신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밥 역할을 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합니까.“검찰총장을 하다 임기를 안 채우고 정치에 뛰어든 것에 대해 안 좋은 선례를 남겼어요. 과거를 수사하고 재단하는 법을 다뤘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좋은 정책 콘텐츠로 나라를 이끌어야 하는 국가 지도자로서는 우려됩니다. 이 후보도 법을 전공했죠. 앞으로의 대선 구도는 이런 ‘법’과 ‘밥’의 구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밥은 경제 또 미래를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이죠. 경제의 역동성을 살리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일자리를 만들고 교육 격차를 없애는 겁니다. 내가 그 역할을 하기에 적임이라고 봅니다.”
-윤 후보는 참모를 잘 쓰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못한 대통령을 여러 번 겪어보지 않았나요. 국정 운영에 대한 자기 철학과 실력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그런 사람을 보는 눈이 생길 리 없겠죠. 윤 후보든, 이 후보든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대한민국이 오랫동안 가져 왔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어요. 오히려 더 퇴보하거나 국민들이 희망을 갖지 못하게 하는 식으로 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 후보는 정책에 대한 얘기를 현란하게 하지만 빈껍데기입니다. 경제가 어떻게 구동되고 국가 경영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기본이 없죠.”-이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은 어떻게 봅니까.(민주당은 인터뷰 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방역지원금’으로 바꿔 내년 1월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올해 초과 세수를 내년에 걷는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상황을 보면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맞아요. 문제는 어디에 어떻게 돈을 쓰느냐가 관건이죠.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전혀 맞지 않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분들에 대해 두텁고 충분하게 지원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일괄적으로 주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이 후보가 재정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그래요. 경제적 기회 비용이란 게 있습니다. 국민 1인당 50만원씩 주려면 약 25조원이 필요합니다. 이걸 재난지원금으로 주게 되면 그 돈으로 다른 할 수 있는 것을 다 포기한다는 뜻이에요.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마치 그 돈이 당연히 있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이 후보는 그게 최우선이라고 합니다.“몇 가지 오류가 있어요. 기회 비용을 따지지 않는다는 것이 하나고 둘째는 그렇게 함으로써 소비 진작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전 국민지원금은 소비 진작에 그만한 효과를 내기 어려워요. 왜냐 하면 있는 사람들은 한계 소비 성향이 제로에 가깝거든요. 돈이 더 생긴다고 더 쓸 리가 없는 것이죠. 그럼에도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포퓰리즘적인 성격이 강한 전형적인 선거 전략이에요. 특히 대장동 이슈를 덮으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됩니다.”
-이 후보는 초과 세수로 감당하자고 했습니.
“세수가 25조원 더 걷힌다고 해도 무식한 얘기예요. 세수가 더 걷히면 40%는 지방교부금 등에 우선 배정해야 합니다. 남는 돈 중 30%는 나랏빚을 갚는 데 써야 해요. 올해에 아직 발행하지 않은 국채 예산 규모가 있어요. 이걸 줄여야 합니다. 그러면 가용할 수 있는 돈은 5조원도 안 될 겁니다. 또 재난지원금 자체를 내년도 예산안에 넣는 것도 비상식적이죠. 예산의 기본 원리도 모르는 조치예요. 만약 국채를 발행하면 재정 건전성 문제가 나올 겁니다. 내가 경제부총리를 그만둘 때 국가 채무 비율은 35.1%였어요. 내가 현 정부 초반 5년 동안 국가 장기 재정 계획을 세우면서 이번 정부 임기 내에 국가 채무 비율을 38%로 막을 계획을 세웠어요. 그런데 지금 50%에 육박해요. 국가 채무 비율 상승 속도가 너무 가팔라요. 중·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는지를 고려해 재정 계획을 짜야 하는데 이 같은 원칙이 무시되고 있어요.”
-이 후보의 기본소득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합니까.
“기본소득의 기본 철학도 모르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은 원래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발달하면서 장기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시대에 대비한 것이죠. 그런데 이 후보는 이걸 보편적 복지나 재난지원금 차원에서 얘기하고 있거든요.”-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냈는데, 청와대 참모들과 마찰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크게 다섯 개 부문에서 의견 대립이 컸습니다. 대통령은 나에 대한 신임과 전문성에 대해선 굉장히 인정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근로 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부동산 대책, 내가 주장한 혁신 성장 등을 놓고선 청와대 참모들이 어떤 ‘인풋’을 했는지 몰라도 내 손을 들어주지 않았어요. 대통령은 내가 얘기하면 굉장히 잘 들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초기에는 ‘아 저분이 내 얘기를 받아주는구나’라고 생각할 정도였지만 다섯 개 다 받아주지 않았어요. 대통령의 고집이 세요. 옆에 있는 사람들이 이 문제들에 대해 대통령에게 ‘인풋’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 근로 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부동산 대책에 대해 청와대 장하성 실장 등이 내가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것을 굉장히 원하지 않았죠.”
-어떤 문제로 많이 부딪쳤습니까.
“부동산 대책 같은 경우 보고하는 과정에서 크게 부딪쳤죠. 규제 일변도를 주장하는데 대해 나는 공급 확대를 같이 하자는 얘기를 했어요. 세금 문제에서도 갈등을 겪었습니다. 심지어 청와대에서는 집 양도 차액 100% 과세를 주장하는 참모도 있었어요. 대통령에게 보고하는데 그 얘기를 하기에 내가 그 사람에게 ‘당신 미쳤냐’고 그랬어요. 2018년 양도세 대책 중 하나로 2년간 한시적으로 다가구 중과세를 없애고 그 뒤 중과하자고 했죠. 다가구 주택 매물이 나오도록 하기 위해 그런 대안을 냈어요. 그런데 청와대 결론이 양도세를 낮추는 것은 ‘노(no)’, 2년 뒤 중과는 ‘예스(yes)’라는 거예요. 이건 앞문 열어주고 뒷문 닫겠다는 뜻이죠. 시장이 얼어붙겠죠. 하도 어이가 없어 ‘하려면 둘 다 하고 안 하려면 둘 다 안 해야 되지 하나만 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얘기했더니 청와대에서 부총리가 항명하느냐고 하더라고요. 내가 너무 화가 나 대통령이 뭘 물어보는데 대답도 안 했어요. 외면하다시피 하고 회의장을 나와 청와대 참모한테 거의 쌍소리를 했어요. 거의 뭐 X새끼 수준의…. ‘만약 이대로 한다면 내가 그만두겠다’고 했죠. 세 시간 뒤 전화가 오더라고요. 결국 둘 다 안 하는 것으로 됐죠.”
-어떤 부동산 해법을 마련하고 있습니까.
“종합부동산세로 집값을 잡으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부동산 규제에서는 무주택자나 1가구 1주택자의 보유세를 낮춰야 합니다. 1가구 3주택 이상은 훨씬 중과해야죠. 일정한 기한 내에 대출을 회수해야 하는 등 아주 엄한 규제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가피하게 일시적으로 1가구 2주택인 경우는 1가구 1주택자로 취급해 줘야죠.”
-후보가 언급한 시장 친화적 토지 공개념은 무엇입니까.
“방점은 토지 공개념이 아니라 시장 친화적에 찍혀 있어요. 크게 3가지예요. 투기 억제, 공급 확대, 국토 균형 발전입니다. 불로 소득을 차단, 환수하는 거죠. 공급 확대는 토지 임대부 분양이나 임대 같은 겁니다. 그린벨트, 공공 부지에 집을 짓고 개인이 분양 받거나 임대 받는 방식입니다. 토지는 국가가, 집은 개인이 소유권을 갖습니다. 물론 그린벨트는 사회적 타협이 필요합니다. 집값 대책은 정교하게 계획을 세워 일관되게 가야 하는데 지금 대선 주자들은 전체 그림을 볼 줄 모르고 아파트 100만 채, 200만 채 공약을 내놓고 있어요. 전부 거짓말이거든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자기 임기 내에 할 수 없어요. 공급하는 데 10년은 걸려요. 지난번 3기 신도시 계획이 발표됐지만 잘 안되고 있어요. 부동산은 전체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한 부분만 보면 반드시 시장의 보복을 받게 돼 있습니다.”
-이번 대선 키워드는 뭐라고 봅니까.
“기득권 타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저출산, 고령화, 청년 실업, 양극화 등 많은 문제가 있지만 이런 현상적 문제의 근본적·구조적인 원인은 우리 사회의 승자 독식 구조라고 봅니다. 이런 승자 독식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기득권 카르텔을 깨는 것이 이번 선거의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대장동 사태를 한 번 보세요. 기득권들끼리 정보를 주고받고 사익을 편취한 사건이거든요. 특히 정치권의 기득권 구도를 깨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3지대 후보로 난관이 많을 것 같습니다.
“대선이 이념과 진영 논리의 싸움이 돼선 미래가 없다고 봅니다. 그간 쌓여 온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국민이 판단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겁니다. ‘신상’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큰 판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는 함께할 의향이 있습니까.
“제3지대가 지금까지 실패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정치판과 기득권판을 바꾸려는 과거 정치를 답습했어요. 스스로가 기득권이 아니었는지부터 성찰해야 합니다. 제3 세력 간 연합이나 단일화 문제는 거대 양당과 같이하려는 여러 시도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먼저 이뤄진 다음 생각볼 문제입니다. 안 후보는 거대 정당과 통합하려다 안 된 분이고 연정 얘기도 하고 있어요. 제3지대에 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일자리 정부가 아니라 일거리 정부를 만들겠다는 것은 어떤 뜻입니까.
“현 정부와 같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무원, 사회 서비스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일자리 정부입니다. 규제를 철폐해 기업이 활발하게 창업과 창직을 하도록 하는 게 일거리 정부입니다. 지금의 일자리 예산 32조원을 대폭 구조 조정해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합니다. ‘스타트업 기업 10만 개 양성’은 그 일환이에요. 10만 개 중 10%가 ‘데스밸리’를 극복해 일반 기업이 되고 그중 10%가 중견기업이 되고 또 그중 10%인 100개가 유티콘 기업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 유니콘 기업이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 겁니다. 또 지금 스타트업 기업 3만2000개가 72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데 10만 개는 2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겁니다. 4대 그룹 72만 개 일자리보다 더 많습니다.”
-기업 규모를 키우는데 따른 규제를 받게 돼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대기업으로 성장을 꺼리는 ‘피터팬 증후군’도 있습니다.“대기업은 규제해야 된다, 또는 더 많이 늘어나서는 안 된다는 금기를 깨야 합니다. 지원 시스템을 바꿔야 해요. 기준을 정해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것을 지양하고 정부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합니다. 규제 완화, 민간에서 하기 어려운 인력 양성 등 정부는 기업이 뛰게 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주면 됩니다.”
홍영식 논설위원 겸 한경비즈니스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