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땐 가스 끊겠다"…벨라루스, EU에 '으름장'

"러시아 손 잡고 난민 밀어낸다"
유럽연합, 추가제재 검토 나서자
루카셴코 '천연가스 무기화' 꺼내
< 날은 추워지는데…오도 가도 못하는 난민들 > 중동 난민 이주 문제를 둘러싸고 벨라루스와 폴란드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지역엔 폴란드를 통해 다른 유럽 지역으로 넘어가려는 중동 출신 난민 1만4000여 명이 체류하고 있다. 폴란드와 벨라루스는 접경 지역에 군대도 주둔시켰다. 난민들이 오도 가도 못하는 가운데 11일(현지시간) 추위 속에 한 아이가 울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동 난민 문제로 폴란드와 대치하고 있는 벨라루스가 유럽연합(EU)을 향해 천연가스 공급을 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난민 이동을 부추기고 있다”며 EU가 벨라루스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하자 유럽의 취약점인 천연가스를 건드리며 위협 수위를 높인 것이다. 벨라루스 사태가 유럽 천연가스 공급난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내각 회의를 열고 “우리가 유럽에 난방을 제공하고 있는데도 그들(폴란드 등 유럽)은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며 “우리가 천연가스 공급을 차단하면 어떨까?”라고 말했다.루카셴코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EU가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 범위를 확대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진 지 하루 만에 나왔다. EU는 유럽 사회에 혼란을 주려는 러시아의 기획 아래 벨라루스가 ‘난민 밀어내기’를 자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엔 폴란드를 거쳐 서유럽 등지로 이주하려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난민 1만4000여 명이 체류 중이다. 폴란드는 난민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 지역에 병력을 늘리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천연가스 무기화’로 맞대응에 나섰다. 벨라루스를 거쳐 폴란드와 독일로 가는 야말~유럽 가스관의 밸브를 잠그겠다는 것이다.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이 운영하는 이 가스관은 유럽 가스 공급량의 5분의 1을 책임지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위협이 현실화하면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공급 부족으로 올 들어 4배 넘게 뛰어올랐다. 다가오는 겨울철에 에너지 대란을 우려하는 스페인 시민들은 비상용 랜턴을 구매할 정도다. 가디언은 “치솟는 가스 가격을 피하기 위해 공장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