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규제에 전력난·공급병목까지…조용했던 中 광군제
입력
수정
지면A11
현장 리포트중국에선 작년까지만 해도 매년 11월 11일에 스마트폰 푸시 알람이 끊임없이 울렸다.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인 ‘솽스이(쌍십일)’를 맞아 알리바바의 타오바오와 티몰, 징둥닷컴, 핀둬둬 등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가장 많이 팔린 화장품은 OO’, ‘솽스이 종료까지 6시간’ 등의 광고를 쉴 새 없이 내보냈다.
강현우 베이징 특파원
거래액 늘었지만 증가율 급락
11월 11일 '중국판 블프' 솽스이
예년과 달리 광고·할인행사 축소
공산당 '6중 전회'까지 겹쳐
알리바바·징둥 등 홍보 자제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달랐다. 기자가 하루 동안 받은 알림은 쇼핑몰당 두세 개뿐이었다. 당국의 서슬퍼런 규제 속에 빅테크들은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전력난과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 코로나19에서 비롯된 공급망 붕괴 등도 솽스이를 위축시켰다.솽스이 쇼핑 행사는 알리바바가 2009년 처음 시작해 올해 13회째를 맞았다. ‘싱글의 날’이라는 뜻의 ‘광군제’로도 알려져 있다. 알리바바가 대성공을 거두자 대형 유통업체부터 음식점, 호텔까지 너도나도 할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솽스이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를 합친 것보다 더 큰 매출을 올릴 정도로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솽스이 거래액 증가세의 급속한 둔화가 당국의 ‘공동 부유’ 기조에 따른 규제 환경 변화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알리바바 텐센트 메이퇀 디디추싱 등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전방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올해 쇼핑 행사는 공교롭게도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 길을 닦는 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 전회) 폐막일과 겹쳐 업체들이 실시간 홍보를 최대한 자제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자제령’이 내려진 것처럼 중국 매체에서도 관련 기사를 찾기 어려웠다.중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시장감독총국은 솽스이 행사를 앞두고 알리바바 등 16개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 관계자를 소환해 행사 기간에 부당 경쟁 등 법규 위반 행위를 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솽스이를 앞두고 가격을 올렸다가 시작 직후 가격을 정상화하는 ‘눈속임 할인’ 등의 행위를 엄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전력난과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 공급망 붕괴의 ‘3중고’ 여파도 컸다는 분석이다. 최근 중국 전역에서 발생한 전력난은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의 가동률을 떨어뜨렸고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중국의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3.5%로 2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