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바디가 체성분 정확히 측정하는 비결은 '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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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인사이드요즘 건강검진센터는 물론 괜찮은 헬스클럽 한 귀퉁이에 어김없이 자리잡고 있는 건강측정 장비가 있습니다. 바로 체성분 측정 검사장비입니다. ‘인바디’라고도 하죠.
몸 속에 흐르는 전류 저항값으로
근육·체지방·수분 함량 보여줘
신장병·림프부종 증상까지 파악
이 기기에 발을 올려놓고 양손으로 손잡이를 잡으면 수십초 뒤 체수분, 단백질, 무기질, 체지방 수치가 뚝딱 나옵니다. 그동안 얼마나 몸을 막 굴렸는지가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물론 꾸준히 운동해온 사람은 근육량이 늘고 체지방이 줄었다는 기분 좋은 ‘성적표’를 받겠죠.이 의료기기, 어떻게 우리 몸속 성분의 구성비를 알 수 있는 걸까요. 그 원리를 알아보기 전에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먼저 인바디는 체성분 측정장비를 일컫는 보통명사가 아니라 고유명사입니다. 1996년 국내 기업이 내놓은 체성분분석기 브랜드입니다. 이 브랜드가 널리 알려지면서 당시 개발사였던 바이오스페이스는 2014년 사명을 인바디로 바꿨습니다. 포클레인, 미원처럼 기업명이 곧 그 제품군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된 거죠.
체성분분석기는 손잡이와 발판을 통해 사람 몸에 미세 전류를 흘려보냅니다. 이때 나타나는 저항값의 변화를 측정해 체성분 비중을 확인합니다. 예컨대 수분이 많은 근육은 저항값이 낮아 전기가 잘 흐릅니다. 반면 수분이 적은 지방은 저항값이 높아 전기가 잘 못 흐르죠. 인체의 수분, 단백질, 지방 등 측정 대상에 따라 주파수를 바꿔 나타나는 저항값을 확인하는 식으로 체성분을 측정합니다. 측정할 때는 공복 상태인 게 좋습니다. 기기가 음식물을 근육이나 체지방으로 오독할 가능성이 있어서죠.
인바디가 체성분분석기의 대명사가 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이 회사 제품이 나오기 전 체성분분석기는 우리 몸 전체를 뭉뚱그려 분석했습니다. 두 팔, 두 다리, 몸통을 나눠 하나씩 분석하는 기술을 선보인 건 인바디가 처음이었습니다. 팔다리는 몸통에 비해 부피가 작고 길이가 긴 반면 근육량은 적어 저항값이 높다고 합니다. 부위별 근육과 지방 구성비가 다른 만큼 부위별로 측정해야 더욱 정확하게 체성분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그렇다면 왼팔의 체성분은 어떻게 측정할까요. 우선 왼손과 왼발에 있는 전극을 통해 전류가 흐르도록 만듭니다. 그 뒤 왼손과 오른손 사이의 전압을 측정합니다. 전압 측정 범위 내에서 몸 왼쪽에만 전류가 흐르고 있으니 오른쪽은 전류가 0이 돼 전압도 0이 됩니다. 이때 측정한 전압은 곧 왼팔의 전압인 것이죠. 전압값을 알고 있으니 왼팔에 걸려 있는 저항값이 얼마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이 저항값과 키, 몸무게 등의 데이터를 이용해 왼팔의 체성분 구성비를 계산하는 것이죠.
그런데 인바디의 손잡이를 보면 한쪽 손에 닿는 전극이 2개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엄지손가락과 맞닿는 전극, 다른 네 손가락과 맞닿는 전극이 따로 있죠. 이 전극 2개에서 몸통 쪽으로 흘러나온 전류는 손목에서 만나게 됩니다. 손목의 위치를 알면 팔 길이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팔다리 길이를 정확히 알기 위해선 양발, 양손에 각각 2개, 모두 8개의 전극을 써야 합니다. 이 회사는 ‘8점 터치식 전극법’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전문가용 체성분 분석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올랐습니다.
최근 체성분분석기는 건강 관리를 넘어 의료 영역으로 쓰임새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인바디는 지난달 근감소증을 대상으로 하는 체성분 분석 방법으로 정부 인증을 받았습니다. 인바디는 신장질환, 림프부종 등 다른 질환의 예후 파악으로 용도를 늘릴 계획입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