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보고있나" 리비안, 단숨에 GM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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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종목탐구‘테슬라의 대항마’로 평가받는 미국 전기자동차 스타트업 리비안의 주가가 나스닥시장 상장 이틀 만에 공모가 대비 50% 이상 급등했다. 2014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이후 미국 증시에서 이뤄진 기업공개(IPO)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모으는 기록을 쓴 데 이어 시가총액이 미국 전통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를 넘어섰다. 리비안이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잇는 ‘빅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상장 이틀 만에 50% 급등
시가총액 GM·포드 제쳐
바이든 정부 든든한 지원 속
대량 생산·실적 개선 과제도
머스크 "손익분기점 넘어선
美 전기차는 테슬라뿐" 견제
GM 시총 뛰어넘은 리비안
리비안 주가는 11일(현지시간) 전날보다 22.10% 오른 122.99달러에 마감했다. 뉴욕증시 데뷔 첫날인 10일에도 공모가 대비 29.14% 상승한 100.7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상장 후 이틀간 57.6% 급등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친환경 자동차 기술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기를 느낄 수 있다”고 평가했다.리비안의 시가총액은 1048억달러(약 123조원)로 포드(781억달러)와 GM(897억달러)을 추월했다. 리비안보다 시총이 큰 자동차 업체는 테슬라 도요타 폭스바겐 다임러뿐이다. 신생업체 리비안에 시총을 따라잡히자 메리 배라 GM 최고경영자(CEO)도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배라 CEO는 “GM이 너무 저평가된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안은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인 로버트 스캐린지 CEO가 2009년 설립했다. 전기차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9년부터 현재까지 아마존 포드 등으로부터 약 105억달러를 투자받았다. 아마존은 리비안 지분 18.9%를, 포드는 12.1%를 보유하고 있다. 스캐린지 CEO는 리비안의 클래스A 주식 1.1%와 클래스B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다. 클래스A 주식은 주당 1표의 의결권이 있지만 클래스B 주식은 주당 10표의 의결권을 갖는다.
대량 생산과 흑자 전환이 숙제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약 20억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리비안이 본격적인 실적 개선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회사가 지금까지 고객에게 인도한 차량은 전기 픽업트럭 156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기 픽업트럭 R1T와 다음달 생산을 시작하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1S의 사전 계약 물량은 4만8000여 대에 달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배송용 트럭 10만 대를 선주문했다.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든든한 전기차 지원 정책에 힘입어 리비안의 판매 실적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미 의회를 통과한 1조달러 이상 규모 인프라 예산법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자에게 30%의 세액 공제 혜택이 주어지고, 고속도로 충전소 확대에 50억달러가 투입된다. 리비안 측은 “전기차 인센티브와 내연기관 차량 판매 규제를 고려하면 사업은 순풍을 타고 있다”고 언급했다.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나는 리비안이 대량 생산에 이르고 손익분기점에 달하는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그것이 진정한 시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백 개의 자동차 스타트업이 있지만 지난 100년 동안 미국에서 대량 생산과 긍정적인 현금 흐름을 모두 달성한 회사는 테슬라뿐”이라고 했다. 리비안은 앞으로 10년간 매년 최소 10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대부분 자동차 제조업체가 리비안 차량과 경쟁할 수 있는 신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GM은 올해 말 전기 픽업트럭 허머의 고객 인도를 시작할 예정이다. 포드는 내년 생산을 시작할 베스트셀링카 F-150의 전기 모델을 공개했다.
스캐린지 CEO는 “이런 기업 간 경쟁을 환영한다”며 “업계가 휘발유 차량에서 전기차로 전환함에 따라 앞으로 20년간 세계적으로 10억 대 이상의 새로운 전기차가 생산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제 승자가 한 명인 상황은 끝났다”고 덧붙였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