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긴급물량 풀었다고요?…코빼기도 못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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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대란' 현장 가보니…정부가 지난 11일 오후부터 긴급 확보한 요소수 물량을 전국 일선 주유소에 풀기 시작했지만 하루가 지난 12일 현장에선 여전히 품귀 사태가 이어졌다. 요소수 재고가 있는 주유소를 찾아 돌아다니던 운전자들이 결국 헛걸음하고 돌아가는 사례가 속출했다. 서울과 경기 도심의 주유소 곳곳에서는 요소수 판매를 놓고 주유소 업주와 화물차 운전자 사이에 크고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수도권 도심 주유소 곳곳서
"요소수 왜 안주냐" 항의 빗발
섣부른 정부 발표로 혼선 가중
운전자들 "희망고문 다름없어"
주유소 업주 "우리도 죽을 맛"
가맹 주유소 주문 대거 몰려
SK 등 내부망 '서버 다운'도
“물량 없는데…” 곳곳서 실랑이
정부는 11일 발표한 ‘긴급수급조정조치’를 통해 주유소에 한정해 승용차 한 대당 최대 10L, 화물차는 30L까지 요소수를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군 비축물량을 활용해 항만 인근 주유소를 중심으로 트레일러 차량에 요소수 공급을 재개했다. 하지만 12일 오후 기준으로 대부분의 도심 주유소에는 정부 보급 물량이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서울 약수동 A주유소 관계자는 “하루에 40~50명이 요소수를 구하러 방문 또는 문의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도 요소수 구경을 하지 못한 지 2주가 넘었다”고 말했다. 경기 광명의 B주유소 관계자는 “주유소에서 판다고 정부가 발표했는데 요소수가 실제 없으니 손님들과 다툼이 생긴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여의도 C주유소 관계자는 “국회의원 차량이 자주 오는데 그분들한테도 요소수를 못 드리고 있다”며 “정부 보급물량이 도심 주유소까지 오려면 시간이 훨씬 더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확실한 대책도 없이 발표를 서둘러 현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불만도 쏟아졌다. 광명의 D주유소 관계자는 “어제부터 주유소에서 판매한다고 언론에 발표했지만, 실제로 요소수가 한 통도 안왔다”며 “혹시 나한테만 안 주는 거냐고 따지는 손님들 때문에 죽을 맛”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 그는 “판매 물량을 제한한다고 하지만 차량이 멈추기 직전이니 요소수를 달라고 하거나, 주유소를 돌면서 사재기하는 경우는 어떻게 하느냐”며 “매뉴얼이 하나도 갖춰져 있지 않아서 요소수가 실제 들어와도 팔고 싶지 않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치솟는 요소수 가격
요소수를 구하는 주유소 주문이 몰리면서 SK 등 주요 주유소 내부 전산망이 다운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서울 종로의 E주유소 관계자는 “e-마켓이란 내부망에서 요소수를 주문할 수 있는데 각 주유소에서 요소수 주문 물량이 몰리면서 전날 서버가 다운돼 열리지 않고 있다”며 “요소수 도매상도 예약주문만 받고 현재는 물량이 없어서 공급을 받지 못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40대 운전자 김모씨는 “당장이라도 요소수를 구할 수 있을 것처럼 발표한 정부의 지침이 운전자에게는 ‘희망고문’이나 마찬가지”라며 “정부가 제대로 된 설명을 국민에게 전달해줬으면 한다”고 했다.이 같은 현장 혼란 속에 요소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요소수를 구하기 위해 광명의 한 주유소를 찾은 대형 덤프트럭 운전사 김모씨는 “아침부터 주유소 세 곳을 돌아다녔는데 요소수를 구하지 못했다”며 “1주일 전 2만5000원에 10L를 넣었는데 지금은 이 가격은 상상도 못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화물차 기사는 “3일 전에 주유소 10곳을 돌아다녀서 10만원 주고 10L를 넣었다”며 “차를 세울 순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산 것”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경기 안양의 F주유소 관계자는 “요소수 판매업체가 L당 3500원에 팔겠다고 연락이 왔다”며 “요소수 물량을 붙들고 있다가 정부가 물량을 푼다고 하니까 팔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량을 붙들고 비싸게 판매하는 유통업자들부터 단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의진/이지훈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