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실패 덮으려 대출 죈다"…외국계 증권사 일침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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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계 증권사 CLSA"쓴소리하는 외국 증권사가 애국 증권사네요."
폴최 리서치센터장 지적
"규제 및 대선정책, 한국시장 매력 떨어뜨려"
"이재명式 재난지원금, 시장금리 밀어올려"
"선진국시장에서 멀어진 韓 증시, 방어적으로 접근해야"
최근 여의도 증권가 직원들이 모인 메신저 텔레그램의 단체방에 홍콩계 증권사 CLSA 보고서가 화제에 올랐다. 이 증권사는 지난 8일 발간한 ‘이상한 나라의 은행업(Banking Wonderland)’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로 한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대출 규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보고서는 “여당은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면서 집값 급등을 불러왔다"며 “집값을 안정화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도입된 대출 규제가 시장 원리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CLSA 한국법인 폴최 리서치센터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풀거나 되돌리면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며 "부동산 시장으로 향하는 ‘돈줄’을 죄면서 가격 급등을 막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같은 이유에서 한국은행도 이달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3월 대선까지 이 같은 '유동성 옥죄기 모드'가 이어질 것이라고도 봤다. 금융위원회 대출규제가 내년 3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도 내년 1분기까지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해 현재 연 0.75%인 기준금리가 연 1.25%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LSA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으로 시장금리가 치솟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정부의 대출규제로 시중 유동성 증가속도가 둔화된 데다 재난지원금 주장으로 시장금리가 치솟는 등 한국 투자 여건이 나빠졌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시장의 역할을 옥죄는 정책으로 한국 증시는 선진국 시장에서 멀어지고 있다”며 “한국 증시 투자를 방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투자자들에게 경고했다.
폴최 센터장은 정부·여당의 규제와 대선용 정책이 한국 시장 매력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정부·여당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9월에 3년 만기 국채선물 15만351계약(액면가 15조351억원)을 순매도했다. 월간 순매도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10월과 이달에도 각각 7만4099계약(7조4099억원), 2624계약(2624억원)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증권사 채권 브로커들은 "여당 재난지원금 보도가 나올 때마다 수급여건이 나빠진다"고 말했다.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대선 재난지원금이 본격화하면 외국인 투자금 유출이 본격화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많다.
외국인이 눈여겨 보는 한국의 대표 펀더멘털(기초체력)도 빠르게 뛰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6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66.7%를 기록해 올해 말보다 15%포인트 오를 것으로 관측했다. 주요 선진국 35개국 가운데 가장 증가폭이 컸다. 한국의 낮은 국가채무비율과 불어나는 경상수지는 외국인 투자금을 빨아들이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퍼주기 정책'으로 펀더멘털이 훼손됐고, 그만큼 외국인 투자금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