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적은 시진핑?…中, 40년 만에 '역사결의' [Dr.J’s China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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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중전회는 공산당 100년 역사상 3번째 역사 결의를 채택해 시진핑 주석의 초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사회주의 신중국의 역사는 '역사적 결의'에 따라 구분됩니다. 중국 공산당은 9515만명의 당원을 가진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거대 정당입니다. 그래서 5년에 한번 당대회를 개최합니다. 공산당의 최고의결기구는 5년마다 열리는 공산당 전국대표회의지만 대표들이 자주 모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국대표회의가 개회되지 않았을 때에는 전국대표회의에서 뽑은 205명의 중앙위원이 결정권을 가지고 중요사항을 의결합니다. 중앙위원회는 5년의 임기중에 7번의 전체회의를 개최합니다.

이달 8일~11일 중국에서는 '19대 6중전회의'가 열렸습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19대 6중전회의는 5년 단위의 당대회가 19번 열렸는데, 20대 당대회전까지 5년간에 열리는 총 7번의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중 6번째 회의가 열렸다는 의미입니다.중국의 5년주기의 정치사이클에서 7번의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는 1중전은 당의 인사, 2중전은 행정부 인사 등 이런 식으로 매 회의마다 의결하는 내용이 정해져 있습니다. 유독 6중전은 명확히 규정된 게 없어서 회의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약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19대 6중전은 40년 만에 1981년 6월에 개최된 11기 6중전에 이어 대형 사고를 쳤습니다. 바로 중국역사에 단 3번밖에 없었던 '역사의 결의'(历史的决议)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자료=중국경제금융연구소(중국정부망)
"과거를 잊는다는 것은 배신이다" 라는 말이 있지만 역사에는 종결자가 없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는 목적은 '과거의 역전'을 '미래를 위한 교훈'으로 만드는 것이지요. 역사는 계속적인 전진 방향과 목표를 잡고 미래 발전을 계획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중국은 역사의 중요한 변곡점에 역사를 반성하고 미래를 위한 결정을 하는 일을 그간 3번을 했습니다. 1945년 모택동이, 1981년 등소평이 역사의 결의를 했고, 이번에는 시진핑 주석이 역사의 결의를 했습니다.

모택동, 등소평 시절 두번의 역사의 결의는 당내부의 혼란을 통일하고 지도자의 권력강화의 목적으로 시행된 것입니다. 이번 시진핑의 역사의 결의도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이번 결의는 과거와 다른 점이 2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모택동, 등소평시절의 결의는 과거에 대한 반성이 중요한 부분이었지만 이번에는 과거의 역사적 과오에 대한 지적이 아닌 중국의 100년의 꿈을 어떻게 달성하는 가에 초첨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둘째는 신중국의 역사를 모택동 시대-등소평 시대-시진핑 시대로 3구분을 했다는 점입니다.
중국 19대 6중전의 중국 시대구분. / 자료=중국경제금융연구소(중국정보망)
이는 시진핑의 권력의 위상을 '모=등=시'의 공식으로 만들었다는 의미입니다. 서방언론에서는 시진핑의 장기집권의 이론적 배경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이미 2018년에 헌법개정을 통해 주석임기 연임조항을 삭제할 때 단 2표를 제외하고 모두 동의했다는 점에서 시진핑의 장기집권은 이미 2018년에 결정됐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전임 장쩌민, 후진타오 주석이 멀쩡히 살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시대구분을 했다는 것은 이번에 시진핑의 권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중국, 이젠 시진핑의 적(敵)은 시진핑

중국은 올해 창당 100주년에 '소강사회'를 건설하고 2049년 건국 100주년에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2개의 100년의 목표가 있습니다. 2021년 양회의에서 중국은 절대빈곤을 없애고 1인당 소득 1만달러대의 중진국을 달성해, 소강사회 목표를 달성했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래서 2021년은 소강사회 다음 새로운 100년의 목표를 달성하는 시발점입니다. 시진핑 주석 집권 후 중국은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이루는 '중국의 꿈'(中国梦)이라는 국정 아젠다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중요한 중국 국민들 입장에서는 중국의 꿈은 정치지도자의 구름 잡는 정치구호일 뿐이고 체감할 만한 것이 못 됐습니다.

중국의 이번 6중전 회의 공보를 보면 중국의 미래에 관한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먼저 중국은 왜 이런 행태를 보일까 하는데 대한 의문점을 풀 단서들 입니다. 지난해10월부터 중국은 '공부론'(共富论·공동 부유론)을 부쩍 많이 공식문서와 연설에서 등장시켰습니다.

그리고 올해 들어서는 공부론을 중국의 두 번째 100년의 계획의 확실한 국정 아젠다로 정착시켰고, 이번 6중전회의에서 쇄기를 박았습니다. 중국의 꿈의 피부체감형 서민용 아젠다가 바로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는 공부론입니다.
중국의 두개의 100년의 목표. /사진=중국경제금융연구소
시진핑이 바로 이 공부론을 실현시켜줄 능력자이고 지도자라는 것이 이번 6중전회의 공보에 여러 군데서 나옵니다. 모택동 사상, 등소평 이론에 이은 시진핑 사상인 '중국특색 사회주의 신시대 이론'은 현대 중국의 마르크스주의이고 '21세기 마르크스주의'라는 것 입니다. 또 이는 '중화문화와 중국정신의 정화'이자 '마르크스주의 중국화'의 도약을 이루는 것이라고 언급되어 있습니다.

시진핑의 정치적 지위는 모택동, 등소평과 같은 동급이지만 이제 시진핑의 사상과 이론은 마르크스와 같은 급이라는 것이고, 이는 시진핑이 '중국의 마르크스'라는 이야기 입니다. 중국의 공부론은 사회주의의 핵심이고 이를 달성할 사람이 바로 시진핑이라는 것이지요.

모택동의 공부론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등소평의 40여년간의 선부론(先富论)이 만든 것이 지금의 중국입니다. 시진핑의 신시대 이론, 이제 그 이론은 마르크스의 반열에 올랐다고 하지만 진정한 공유제는 마르크스도, 스탈린도, 레닌도, 모택동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시진핑의 적(敵)은 마르크스를 뛰어넘는 성공을 거둘 시진핑 자신이 최대의 적(敵)입니다. 시진핑이 진짜 6중전회의 공보에서 만든 '21세기 마르크스'가 될것인지는 시진핑의 능력과 실행력이 결판 내 줄것입니다
21세기 마르크스 시진핑. /사진=중국경제금융연구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말(言)로 하는 찬사는 권력자가 칼을 잡고 있을 때는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권력이 진정한 신화(神話)가 되려면 실행력과 유능함이 있어야 합니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쓴 1867년 이래로 154년이 흘렀지만 사회주의 공유제는 제대로 성공한 나라가 없습니다.

소련, 동독은 해체됐고 북한, 베트남, 쿠바 등의 국가는 빈곤에 찌든 나라로 전락했습니다. 중국이 그나마 성공했다고 하지만 1인당 소득을 보면 세계평균에 겨우 도달한 수준에 불과합니다.

다 같이 배고픈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배 아픈 것은 못 참는 것은 동서양과 고금을 막론한 역사의 현상입니다. 밥그릇을 잘못 건드리면 혁명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사회주의 국가중에서 유일하게 세계평균수준의 소득수준을 겨우 달성한 중국 이제 '파이 키우기'(economics)에서 '파이 나누기'(pienomics)를 시도합니다.

말로 공부론은 누구나 얘기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이념이나 구호가 아닌 실행력과 실행의 정교함입니다. 1949년 사회주의 중국의 건국부터 얘기한 공부론 쉬운 일 아닙니다. 공부론을 실현하겠다고 어설프게 시작한 대약진 운동으로 모택동은 4200만명을 아사 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를 덮기 위한 문화대혁명으로 다시 1966년부터 10년간 중국을 암흑기로 몰아 넣었습니다.

잘 살면 쇼핑이고 못 살면 혁명

중국의 공부론, 수업료를 톡톡히 치루었습니다. 공부론의 한계를 인식한 등소평이 그 유명한 고양이 이론을 통해 선부론을 도입했습니다. 지난 40년간의 등소평의 선부론으로 파이 키우기에 나선 중국 이젠 세계 2위의 경제권,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의 70%에 달하는 거대한 파이를 만들었습니다.
공산당 통치국가 수명과 1인당 GDP. /자료=IMF,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중국 전 세계 명품의 35%를 구매하고, 전 세계 9대 명차(車)의 27%를 구매하고 전 세계 면세점 매출의 절반을 싹쓸이 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중국은 이전 혁명의 나라가 아니라 쇼핑 천국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결국 못 살면 혁명이고 잘 살면 쇼핑입니다

중국이 이런 상황에서 공부론을 들고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선부론이 체제 위협으로 다가 왔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1인당소득 1만달러 중진국 문턱에 힘들게 도달했지만 상위 1%의 소득이 하위 50%의 소득을 넘어서는 심각한 소득 불평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동고동락'(同苦同樂), 좋은 말이지만 다 같이 배고픈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배 아픈 것은 못 참는 것이 중국입니다. 황하강이 범람하면 왕조가 바뀔 정도로, 소득의 불평등은 체제전복으로 나타나는 것이 중국의 역사입니다.

황화강이 범람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은 평평한 흙바닥으로 변해 먹을 것이 없는 수십만, 수백만의 이재민들은 털다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남쪽에 홍수피해를 보지 않은 부자를 털고, 이어서 관가를 털고, 재미가 나면 나라도 터는 것이 중국입니다.

명나라의 건국자 주원장이 대표적인 거지황제, 부의 불평등을 권력창출로 이어간 사례입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전복시키기도 한다"는 것이 당나라 태종의 민중을 보는 시각입니다. 부(富)의 양극화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시진핑의 공부론, 파이 키우기와 나누기가 공존

세계의 역사와 중국의 역사를 보면, 공부론 어설프게 잘못 건들면 거지가 된다는 것이 교훈입니다. 중국 역사는 물론이고 세계 최근 500년간 강대국의 굴기를 집단 학습할 정도로 역사 공부를 많이 하는 중국지도자들이 역사의 교훈을 모를 리 없습니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쓴지 154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달성 못한 사회주의 공유제도를 선부론 40여년하고 바로 분배로 간다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51%입니다. 중국이 건국 72년만에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사회주의 도입 74년만에 망한 소련의 사례가 있고, 미국의 70%에 도달한 중국의 경제규모에 미국이 본격적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위기감을 내부적으로 표출한 것 입니다.

중국의 6중전회의 결과를 자세히 읽어 볼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의 현재상태는 파이 나누기가 아닙니다. 1인당 소득 1만 달러대에서 파이 나누기를 본격적으로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2035년까지 2020년 소득의 두배를 만드는 파이 키우기를 하면서 소득의 양극화를 조정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향후 15년간 연평균 4.8%의 성장을 유지해야 달성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중국의 6중전회의 공보를 찬찬히 읽어보면 중국은 10가지의 경험을 통해 내부적으로 반드시 유지할 것들을 열거하고 있고 9가지의 임무를 적시하고 있습니다. 10가지의 유지사항 중 주목할 것은 '중국의 길'로 간다는 문구입니다.

자본주의 방식을 따라간 나라들 중에서 결국 미국에 당하지 않은 나라가 없다는 것을 인식한 중국은 미국방식이 아닌 '중국 특색의 방식'으로 발전하고 그 중심에는 사회주의와 '공산당이 주도하는 방식'이란 것을 명시했습니다.
중국의 19대 6중전회의 결과 요약. /자료=중국경제금융연구소(중국정부망)
중국의 6중전회의 공보를 자세히 보면 파이 나누기에 집중한다는 얘기는 없고, 공부론이라는 추상적 단어로 대체하면서 파이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동부유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개방을 실시하고, 기술개발과 내수시장 확대를 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과학기술자립, 국가 핵심기술역량강화, 제조강국전략의 심도 있는 추진을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으로 수출의존형 경제가 아닌 내수중심형 경제로 전환도 의도하고 있습니다. '강대한 내수시장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이고 이를 위해서는 분배의 공정성을 통한 소득분배로 소비를 늘리겠단 전략입니다. 전통산업의 공급측개혁을 강화하고 내수확대와 해외수요와의 순환을 강조하는 쌍순환 전략을 실시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그래서 이번 6중전회의 결과와 공부론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파이 나누기를 시작했다기 보다는 체제단속과 내부결속을 위한 아젠다의 성격이 더 강하고 파이 키우기를 계속하면서 그간 노출되었던 양극화의 부작용을 단계적으로 해소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해 보입니다.

공부론에 올라 탄 JP모건 등 외국계 증권사 주목하라

세계의 패권이 어디로 가는지는 황금에게 물어 보고, 세상이 어떤 지는 돈에게 물어보라고 합니다. 서방 언론에서는 중국의 플랫폼기업 제재를 두고 '공동빈곤론'이라고 얘기하고, 헝다그룹 부도로 미국의 금융도 위협받는다고 하지만 정작 서방의 자금은 중국을 버린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자금을 퍼 넣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중국의 플랫폼기업 제재, 헝다그룹 부도, 전력대란, 원자재대란이 일어났지만 외국인들의 대중국 주식투자는 단 한 달도 줄어든 적 없이 계속 늘어났습니다. 2021년1월~11월까지 3264억위안(약 60조400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 되었고 이는 2020년 연간 유입액 2089억위안 대비 56%나 늘어난 것입니다. 서방세계, 입으로 하는 말과 뒤로 하는 행동은 정반대입니다.

시진핑의 공부론, 공동부유론이 아니라 공동빈곤론이라고 서방의 주식투자가들은 혹평을 합니다. 알리바바, 텐센트, 디디추싱, 신동방, 연예오락 등의 인터넷 플랫폼기업에 대대적인 규제와 벌금을 부과하자 주가가 40~90%까지 폭락했습니다. 그러자 여기에 투자한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아크펀드의 캐시우드, 홍콩에서 위안화 환투기 하다 혼이 난 조지소로스 등은 중국투자 중단해야 한다고 인터뷰하고 난리 쳤습니다.
중국증시 연도별, 월별 외국인 자금유입. /자료=중국증권감독원
그러나 세계 1, 2위를 하는 증권사, 자산운용사들은 아랑곳 않고 중국본토에 100% 지분의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설립했습니다. JP모건, 골드만삭스, 블랙록(BlackRock), 뱅가드(Vanguard) 같은 회사들이 바로 그 회사들입니다. 이들은 손정의, 캐시우드, 조지소로스 경고는 귓등으로 흘리고 무시하고 있습니다.

미국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중국이 공동부유론이 파이 나누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중화민족의 부흥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파이 키우기를 두배는 더해야 한다는 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는 2035년까지 경제규모를 두배를 키우려면 향후 15년간 연평균 4.8%의 성장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전세계 주요국 중 이런 성장을 할 만한 나라는 중국 밖에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향후 15년간 등장할 중국의 소득배증 경제모델은 지금까지의 2억9000명의 저임 농민공의 노동력과 서방자본의 화학적 결합으로 만든 지난 40여년의 모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길을 가는 것입니다.

중국의 공부론에 대한 과도한 공포나 최고지도자의 장기집권에 관한 가십성 '카더라' 정보 보다는 중국의 정책문건을 정확히 파악하고 미국의 금융기관들처럼 투자 기회를 포착하고, 중국이라는 거인의 어깨에 어떻게 올라탈 것인지를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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