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우조선 매각사태 文정부도 책임" 또 차별화

거제 대우조선소서 노사 만나

"文 노력했지만 결과 안좋아
저는 약속하면 반드시 지켜"

"회사·정부·당 입장 듣고
이해관계 최대한 조정할 것"
구조조정 적극 개입 시사
< 대우조선 노조위원장 격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4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소 정문 앞에서 열린 ‘대우조선소 노조·시민대책위 타운홀 미팅’에서 신상기 노조위원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4일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높아진 정권교체 여론을 돌파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합병 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 주민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측면이 큰 듯하다”며 구조조정에 적극 개입할 뜻도 내비쳤다.

文 책임론 꺼낸 이재명

이 후보는 부산·울산·경남 지역 순회 사흘째인 이날 경남 거제 대우조선소에서 노사 관계자를 만나 “문 대통령도 저번 대선 때 노력했다. 공공선박을 조기 발주하고 ‘조선업계가 숨쉬게 하자’는 것은 지켰다”면서도 “노력은 했는데 결과를 제대로 못 만든 것은 공적인 책임을 지는 것이니 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이 후보는 여당 후보가 된 뒤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 등 현 정부 방침을 뒤집은 게 대표적이다. 이 후보 본인은 물론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및 민주당 지지율이 동시에 빠지는 ‘트리플 하락’을 겪으면서 정권교체론에 힘이 실리는 상황을 극복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문 대통령께서 (거제가) 본인 고향인데 문제를 해결할 좋은 길이 있었다면 피했겠느냐. 하려고 노력은 했을 것”이라며 “전 세계 조선업계가 구조적 불황을 겪고 있었고, 당시로서는 구조조정을 통한 합병 결정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두둔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하다못해 대통령 후보가 약속을 안 지키는 게 너무 당연하게 돼 있어서 그런 불안감이 있는 것 같다”며 “(노조는) 이 후보도 약속하고 안 지킬 것 아니냐(고 걱정할 것이다). 걱정 안 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확신이 안 서면 약속을 안 한다”며 “지킬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데 약속해서 희망고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與, 구조조정 개입하나

이 후보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과 구조조정 과정 개입 필요성을 밝혔다. 이 후보는 “일단은 진행 중인 합병 절차를 어떻게 하겠다고 즉흥적으로 말하는 건 매우 무책임하다”면서도 “사측 입장을 듣고, 정부 입장, 국회 상임위와 당 차원의 입장도 다 들은 뒤 3가지 단계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첫째는 근본적으로 합병 자체가 맞느냐 안 맞느냐이고, 둘째는 과연 의사결정을 번복하는 게 타당하느냐”라며 “셋째는 지금 가장 우려하는 인수 주체 문제”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일자리를 잃지 않겠냐”며 “협상 과정에 인수 조건에 (구조조정이 어렵도록) 분명하게 하든지 정부 감독 기능을 강화하든지 하는 건 당이 좀 챙겨봐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 후보는 행사 후 SNS에 경기지사 시절 대표 치적으로 내세우는 ‘계곡 불법시설 정비사업’을 언급하며 “대우조선 합병, 이해관계 최대한 조정하고 합리적인 길을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현대중공업과의 합병 과정에 주체별로 입장 차가 커서 (대우조선해양 방문에 대해) 주변 만류도 많았다”며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현장은 되도록 피하는 게 정치권의 관행입니다만, 저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해가 충돌해도 얼마든지 지혜로, 양보로 타협으로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며 “계곡 불법시설 정비사업이 하나의 좋은 예”라고 했다.또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특정 소수만 이익을 보고 다수는 배제되고 피해를 입는 방식은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기업 구조조정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업계 “주 52시간제로 인력 확보 어려워”

이날 간담회에서는 ‘탄소세’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 후보는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에게 탄소 부담금 부과를 앞둔 유럽을 언급한 뒤 “어떻게 대비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조선업계가 가장 긴장하는 부분”이라며 “(탄소 발생이 많은) 철강회사에 생산량 변화가 올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희로선 핫이슈가 탄소세”라며 “생산량을 줄이는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후보는 앞서 전 국민 기본소득을 공약하면서 탄소세를 신설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업계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영호 대우조선해양 지원본부장은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제 때문에 탈(脫)조선 분위기가 많다”며 “인력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외국인 인력 수입 쿼터를 늘리는 걸 후보께 제안드리고 싶다”고 말했다.이 후보는 전날 부산지역 스타트업·소셜벤처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선 “부산 재미없잖아, 솔직히”라며 “재미있긴 한데 강남 같지는 않은 측면이 있는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야당은 “부산 폄훼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