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호 KAIST 명예교수 후학 양성에 50억 기부…"휴먼로봇 완성해야죠"

'로봇공학의 아버지' 오준호 KAIST 명예교수

"연구가 취미…지능형 무인 시스템 개발 목표"
'레인보우로보틱스' 세워 원천기술 국산화 나서
“로봇에 들어가는 부품은 지금도 제가 설계합니다. 제가 만든 ‘자식’들을 움직이는 부품인데 훤히 꿰뚫고 있어야죠. 저는 천성이 엔지니어예요. 더 많이 연구하기 위해 최근 운동을 시작했죠.”

대전 유성구에 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최고기술책임자(CTO) 사무실엔 늘 설계도면과 작업 중인 부품이 널려 있다. ‘휴보아빠’로 통하는 오준호 KAIST 명예교수(사진)가 매일 밤까지 남아 연구하며 남긴 흔적들이다.오 교수는 ‘한국 로봇공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2004년 첫 인간형 로봇 휴보를 세상에 내놓은 이후 2011년 로봇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세워 원천기술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2015년엔 미국 국방부가 연 재난로봇경진대회에서 우승해 한국의 로봇 기술을 널리 알렸다. 지난달 그는 평생을 몸담은 KAIST에 50억원을 기부해 보답하기도 했다. 올해 67세의 적지 않은 나이지만 오 교수는 여전히 ‘현역’이다. 여느 직원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오후 8시가 돼야 퇴근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난 오 교수는 “최근에는 건강을 지키면서 연구하려고 운동도 시작했다”며 “기술 연구가 곧 내 취미”라고 했다.

천성이 엔지니어라고 자처하는 만큼 오 교수의 일과는 부품·회로 설계, 프로그래밍, 테스트 등으로 꽉 차 있다. 주력 제품의 생산·연구에 집중하는 일반 직원들과는 달리 신규 기술 연구가 그의 주요 업무다. 오 교수는 “현장에서 바쁜 엔지니어들은 새로운 접근법을 찾기가 어려운데 저처럼 약간 벗어나 있는 사람은 오히려 새 접근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며 “직원들에게 뭔가 새로운 영감을 주는 게 내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인간형 로봇’은 “평생 연구할 주제”라고 강조했다. 인간형 로봇은 산업용에 비해 제작과 상용화 모두 어렵다. 또 최근 몇 년간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비롯한 미국 업체들이 인간형 로봇 발전을 주도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오 교수는 “계속 국산 기술 개발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려운 분야에 부딪쳐봐야 미래 기술을 선점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연구개발이 곧 취미라는 오 교수의 또 다른 취미생활은 의외로 플루트 연주하기다. 대학 시절 관현악단에 가입하면서 배운 플루트를 지금도 가끔 꺼내 연주하곤 한다. 그가 세운 또 다른 목표는 완전한 지능형 무인화 시스템을 세상에 선보이는 것이다. 오 교수는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정교한 시스템을 꾸리는 게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