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순환 도시' 돌파구 연 광주

지역기업 특허기술 활용해
식생형 시설 설치 해법 찾아
상무지구 빗물 침투시설도 속도

"295억 투입해 물순환 완성"
광주시가 상무지구 도로변에 식생형 식물 재배 화분을 설치했다. 이 시설은 필터로 정화된 빗물을 화단을 통해 지표면으로 내려보낸다. 광주시 제공
광주광역시의 물순환 선도도시 조성사업이 순항하고 있다. 지역 기업의 특허기술을 활용해 설치가 힘든 식생형 시설을 도로에 안착하는 돌파구를 마련했다. 물순환 선도도시 조성 사업은 정부가 2016년 광주, 대전, 울산, 경북 안동, 경남 김해시를 시범사업지로 선정하면서 시작됐다. 불투수율(물이 스며들지 않는 비율)이 높아진 도시에 저영향 개발(LID) 기법을 적용해 자연적 물순환을 회복하고, 폭염과 가뭄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사업이다.

15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작년 12월 서구 상무지구 일대(2.1㎢)에 빗물 침투시설 공사에 들어갔다. 도로화단 등에 식물 재배 화분 등을 설치하는 식생형 시설(25.5%)과 인도, 자전거 도로 등에 투수 블록을 포장하는 침투형 시설(74.5%)로 나눠 시공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공정률은 16.2%다.
295억원을 들여 2022년까지 상무지구의 불투수 면적을 91%에서 59%로, 빗물 유출량을 84%에서 32%로 낮추고 지하수는 4%에서 57%로 늘리는 등 물순환 구조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것이 목표다. 광주시 관계자는 “사업이 끝나면 상무지구의 불투수 면적은 1.9㎢에서 1.2㎢로 줄고, 저장되는 지하수는 연간 9만9000t에서 162만4000t으로 늘어난다”며 “도시 경관 개선은 물론 광주천 하류와 영산강의 수질도 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순환 조성공사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은 식생형 시설 설치로 꼽힌다. 필터로 정화된 빗물 등이 화단이나 수로 등을 통해 지표면에 스며드는 식생형 시설은 배수가 잘 되지 않으면 식물이 고사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광주시는 지역 환경전문 기업인 청호환경개발(대표 임형엽)이 자체 개발한 황토 소재를 식생형 시설의 필터로 이용하면서 해법을 찾았다. 미생물 고착 다공성 팽창 세라믹 담체로 불리는 구경 1~5㎜ 크기의 황토볼은 유기물과 기름 등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담고 있다.도로에 흘러내린 빗물이 황토볼 필터에 들어가면 미생물이 오염물질을 분해한 뒤 다시 화단으로 내보내 깨끗한 빗물이 지표로 내려가는 구조다. 청호환경개발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생물을 이용한 다공성 세라믹 담체를 생산하고 있다.

광주시는 작년 1월 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물순환 전담 부서를 신설한 뒤 올해 21곳에 빗물저금통을 설치하는 등 물순환 도시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8월에는 하천과 호수 관련 세계 최고 권위의 세계하천호수학회가 주최하는 제35회 세계하천호수학대회를 열기도 했다.

송용수 광주시 물순환정책과장은 “도시화와 기후 변화로 물순환 체계가 깨지면서 도시 홍수와 열섬현상 등이 일상화하고 있다”며 “물순환 선도도시 사업으로 도시 환경 조절은 물론 시민에게 새로운 물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