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기엔 '성장주-가치주' 따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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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 美 금리 상승 국면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시계가 빨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의 오래된 논쟁 거리도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금리 인상기에 가치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2010년 이후 금리 인상기에 가치주와 성장주는 동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가치주와 성장주라는 이분법적 전략보다는 금리 인상기 경제 회복에 힘입어 이익이 증가하면서 주가 상승 모멘텀까지 갖춘 종목에 투자하는 게 현명한 전략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성장-가치주 수익률 1.8%대 비슷
경제회복기 이익 늘어날 종목
SK이노·삼성전기·카카오게임즈
외국인 유입세 기아·LS도 주목
“성장주-가치주 이분법 의미 없다”
‘금리 인상기엔 가치주, 내릴 땐 성장주.’ 주식 투자자가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투자 방식이다. 금리가 오르면 성장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때 드는 비용이 커지는 만큼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 강한 성장에 의해 금리가 상승하면 경제 전반에 온기가 돌면서 눌려 있던 가치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는 게 알려진 상식이다.그러나 상식과 달리 미국에서는 2010년 이후 금리 인상기에 미국 가치주와 성장주 간 수익률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상승할 때 S&P500 기업 중 성장주와 가치주의 월평균 수익률은 각각 1.82%, 1.84%였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주식전략팀장은 “2010년 이후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금리와 경기 국면의 연관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도 가치주와 성장주가 함께 오르는 현상은 올해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대표 인프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인 글로벌X US 인프라스트럭처 디벨롭먼트 ETF(PAVE)의 1개월 수익률은 9.47%, 연초 대비 수익률은 34.75%에 달한다. 지난 6월에 설정된 라운드힐 볼 메타버스ETF(META)도 1개월 수익률이 13.10%에 달했다. 성장주와 가치주에 동시에 돈이 몰리며 나타난 현상이다. 국내 증시에선 메타버스나 대체불가능토큰(NFT) 관련주 등 성장주 쏠림 현상이 더 뚜렷하다.
“PER 낮고 이익 증가율 높은 종목”
금리 인상기에 가치주와 성장주를 가르기보다 경기 회복세를 타고 이익 증가율이 높아지거나 새로운 주가 상승 모멘텀을 가진 기업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는 분석이다.코스피지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연초 대비 23.9% 하락해 10.6배 수준까지 내려온 만큼 낮아진 PER을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삼을 만한 시기라는 조언이 나온다. 국내 증시에서 내년 순이익 증가율이 높으면서 최근 한 달간 순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됐고, PER이 큰 폭으로 하락한 종목은 SK이노베이션, 삼성전기, 대한항공, 카카오게임즈, 현대오토에버 등이다. SK이노베이션 PER은 6월 말 대비 49.1% 하락했다. 반면 내년 이익 증가율은 66.8%, 한 달 전 대비 내년 이익 추정치 상승률은 18.0%에 달한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7월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을 발표한 이후 하반기 주가 하락률이 23%에 달했지만 내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10년 만에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석유사업 부문 정제 마진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순이익이 증가하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보다 낮고, 4분기 이후 외국인 순매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는 종목은 기아와 KB금융, 한국조선해양, CJ ENM, LS 등이다. CJ ENM의 12개월 선행 PBR은 0.9배에 불과하다. 내년 이익증가율은 14.3%로 추정되고 한 달 전 대비 내년 이익 추정치는 7.2% 증가했다. 지난달과 이달 외국인이 각각 42억원, 1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콘텐츠 경쟁력이 확대되면서 티빙 유료 가입자가 3분기 38% 증가하는 등 크게 늘어나고 있는 데다 tvN의 3분기 광고 매출도 급증했다”며 “콘텐츠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지만 디지털 플랫폼과 TV 채널의 경쟁력을 함께 보유한 유일한 사업자”라고 평가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