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패스發 환불 요구에…헬스장들 '비명'

체육시설 백신패스 의무화 첫날

"비접종회원들에 수천만원 환불"
이틀마다 PCR검사 받아야 입장

"식당·백화점은 그대로 두면서
특정업종만 백신패스 납득 못해"
사진=연합뉴스
15일 오후 2시 서울 홍제동의 한 헬스장. 입구에 있는 QR코드 기계 앞에서 한 여성과 직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휴대폰에 뜬 QR코드에 백신 접종 기록이 없어서였다. 처음에 입장을 막아서던 직원은 여성이 “지난달 2차 접종을 했다”고 하자 “일단 들어가서 운동하라”며 마지못해 길을 비켜섰다. 이 직원은 “회원 대다수가 백신을 맞은 데다 소규모 업장이라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식 시행된 백신패스

지난 1일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에 맞춰 도입된 백신패스가 계도 기간을 마치고 15일부터 정식 시행됐다. 앞으로는 클럽 등 유흥시설과 노래방, 목욕탕, 실내체육시설, 경마·경륜장 등에 들어가려면 백신 접종을 완료(2차 접종 후 2주 경과)해야 한다. 백신 미접종자는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음성 판정 확인서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이용자와 업주에게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계도 기간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다중이용시설은 백신패스 도입을 두고 혼란을 겪는 모습이었다. 이날 찾은 서울 강동구 헬스장과 필라테스학원 6곳 중 4곳은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신규 회원을 모집하고 있었다. 천호동의 한 헬스장 직원은 “앞으로 백신 접종 계획이 있으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일부 대형 헬스장과 필라테스학원 등에서는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입장을 철저히 관리했다. 다만 회원들에게 일일이 계도 기간 종료와 미접종 시 이용 방법을 알리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홍제동의 한 헬스장 직원은 “미접종 회원에게는 이틀마다 PCR 음성 확인서를 가져와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며 “회원 상당수는 이미 환불이나 회원권 정지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또 ‘형평성’ 논란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 방역대책이 강화될 때마다 매번 ‘형평성’ 논란에 시달렸다. 업종별로 영업시간, 수용 인원이 제각각이다 보니 “왜 우리 업종만 규제하느냐”는 불만이 많았다.

백신패스를 두고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식당, 백화점 등은 그대로 두고 특정 업종에만 백신패스를 도입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컸다. 장석창 대한볼링경영자협회장은 “볼링은 저강도 운동으로 손님 대부분이 마스크를 벗지 않고 즐긴다”며 “전 업종이 아니라 업종별로 백신패스를 차별 적용하는 게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백신패스에 따른 영업 손실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실내체육시설은 신규 회원이 오기는커녕 백신을 맞지 않은 기존 회원에게 환불까지 해줘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실내체육시설 업주들은 지난 4일 “백신패스로 환불 등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정부를 상대로 34억원 규모의 손실보상 청구 소송까지 냈다. 3일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백신패스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백신패스 적용 업종에 대한 정부의 별다른 손실보상안은 안 나온 상태다.

박주형 대한실내체육시설총연합회 대변인은 “서울에서 660㎡ 규모의 헬스장을 운영하는데, 레슨을 받는 고객 중 미접종자가 22명이라 환불 금액만 4000만원가량 된다”며 “손실보상 대책은 없고 벌금만 물어야 하니, 백신패스 조치가 정부의 협박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원봉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사무총장은 “유흥업종은 백신패스가 의무 적용되고, 영업제한 시간도 밤 12시까지여서 다른 업종에 비해 영업 손실이 크다”며 “영업 종료 시간이 되면 ‘규제를 무시하고 장사하라’고 따지는 손님들과 다투는 일도 많다”고 했다. 홍제동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최모씨(55)는 “백신패스가 없는 다른 업종으로 사람들이 모였는지 위드 코로나가 시행됐는데도 지난달보다 손님이 더 줄었다”고 토로했다.

양길성/최예린/장강호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