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우린 깐부잖아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출처: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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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적자생존의 살벌하고 차가운 현실 속에서 마음을 주고받을 진정한 친구를 찾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영화에서 정의를 지키는 보안관과 알코올 중독자인 도박사의 진한 우정은 깊은 감동과 부러움을 자아낸다. 영화에서 결투를 앞두고 "내가 죽더라도 하나뿐인 친구와 같이 죽게 내버려 둬"라며 친구를 위해 사지로 뛰어드는 결연한 모습에서,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적으로 믿을 친구가 없는 허망한 현실 사회가 슬퍼진다.

<영화 줄거리 요약>
과거 치과의사였던 닥 할리데이(커크 더글러스 분)는 서부에서 가장 빠른 총잡이면서 떠돌이 도박사로 살아간다. 어느 날 형의 복수를 위해 찾아온 악당 베일리와의 결투에서 닥은 총 대신 단검으로 그를 처치하지만, 살인죄로 갇히게 된다. 평소 닥을 싫어하던 주민들이 교수형을 시키려고 하자 마침 범죄자 추적을 위해 이 마을에 왔던 전설적인 보안관 와이어트 어프(버드 랭카스터 분)의 도움으로 간신히 피신한다. 얼마 후 닥은 와이어트가 보안관으로 있는 다지 시티에 나타나고 3인조 은행강도들의 일망타진에 큰 도움을 주게 된다. 한편 와이어트는 외지에서 온 여자 도박사 로라와 사랑에 빠져 보안관 직을 그만두고 결혼하여 목장을 경영하려고 생각한다. 하지만 툼스톤 마을의 보안관인 동생 버질의 긴급지원 요청을 받고 닥과 함께 툼스톤으로 향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1881년 10월 26일 미국 애리조나 툼스톤에서 무법자 카우보이들과 법 집행관 사이의 총싸움 사건으로 서부 개척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총격전으로 꼽힌다. 툼스톤은 100년 전의 모습을 현재에도 보존하고 있다. 1993년 커트 러셀과 발 킬머가 출연한 <툼스톤(Tombstone)>으로 재 각색 후 개봉되었다]<관전 포인트>
A. 전설적 보안관 와이어트는 어떤 인물인가?
최고의 총잡이면서 정의로운 법 집행자로 유명한 와이어트는 불의와 절대 타협하지 않는 강직한 성격이다. 그의 실력을 인정한 미 정부는 그를 '연방 보안관'에 임명하게 된다. 하지만 와이어트는 매력적인 여자 도박사 로라와 사랑에 빠지면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게 된다. 하지만 멕시코산 소 떼를 천마리나 훔친 클랜튼 일당이 툼스톤 마을을 지나려 하자 그의 동생 3명과 함께 그들을 저지하려고 슬픈 이별을 택하게 된다,
B. 닥 할리데이와 와이어트와의 관계는?
10년 전 와이어트의 치아를 치료해 준 인연이 있었지만 와이어트 보안관의 동생 모간이 자신에게 만 달러나 벌금으로 압수한 일로 감정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재회한 마을에서 닥이 억울한 살인누명으로 불법적인 교수형에 처하려 하자 와이어트는 닥의 여자친구 케이트와 함께 마을에 불을 질러 주위를 어수선하게 하고 닥을 지키던 보안관을 때려눕히고 탈출 시켜 닥의 피신을 돕는다. 이를 계기로 닥은 와이어트에게 큰 신세를 졌다고 생각하고 그가 힘들 때 은혜를 갚기로 결심한다.
C. 와이어트가 O.K. 목장에서 악당과의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된 이유는?
훔친 소 떼를 팔려면 툼스톤 마을을 지나가야 하는 악당 클랜튼은 부패한 보안관 카튼 윌슨을 통해 와이어트에게 "마을을 지나가는 것을 눈감아주면 현금으로 2만 달러를 주겠다"라고 회유하지만 와이어트가 멕시코로 돌아가라고 강력하게 거절하자, 결국 심야에 순찰을 하는 와이어트의 막냇동생 지미를 습격하여 살해하여 사적인 감정을 건드리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와이어트 형제들은 하나의 개인적 시비로 간주하고 마을 사람들을 끌어들이지 않고 형제들로만 복수를 결심하게 된다. 하지만 툼스톤 마을의 보안관 동생 버질의 부인은 " 왜 시의회 의장한테 도움을 청하지 않는 거예요? 당신들 세 명은 모두 보안관이잖아요. 개인적인 문제가 마을 전체의 문제보다 우선할 수는 없어요. 주민들을 지켜야지 자신들의 자존심을 지키는 게 아니라고요"라고 설득하지만 끝내 "우리와 클랜튼 일가와의 문제'라며 결투에 임하게 된다.
D. 평소 와이어트가 생각하는 총잡이의 운명은?
악당 클랜튼의 어린 동생 빌리에게 와이어트는 " 너 자신을 강하다고 생각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총잡이들치고 35세 이상 사는 사람 하나도 못 봤어. 총싸움하면서 배운 게 한 가지 있다. 나보다 빠른 총잡이는 얼마든지 있고 총이라는 것은 쏘면 쏠수록 적이 많아지는 법이다. 총잡이는 원래 외로운 거야. 두려움 속에 살고, 돈도 여자도 친구도 없이 죽어간다"라며 형들과 다르게 착하게 살아가라고 충고한다.
E. O.K. 목장 결투의 종말은?
클랜트 일당이 6명이 나오는데 부담을 가진 와이어트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 닥을 찾아가지만 그는 알코올 중독 증세로 의식을 잃은 위중한 상태였다. 하는 수없이 새벽에 동생 모간과 버질 2명과 O.K 목장으로 출발하려는데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닥은 말리는 여자친구 케이트에게 " 내가 죽더라도 하나뿐인 진정한 친구와 같이 죽게 내버려 둬"라며 와이어트가 향하는 죽음의 대결에 기꺼이 동참하게 된다. 목장에 도착하자 미리 기다리던 클랜튼은 키드, 카튼 윌슨, 맥노리, 링고, 빌리 등과 와이어트 일행에게 습격을 가한다. 하지만 명사수 닥이 합류한 상황에서 그들은 차례로 쓰러지고 마지막 남은 클랜튼의 어린 동생 빌리는 와이어트가 항복하라고 권고하지만 최후의 반항을 하자 닥이 쏘아 죽이게 되면서 O.K 목장의 결투는 결국 정의가 승리하면서 막을 내린다.
F. 영화의 엔딩은?
와이어트는 쓰러진 빌리의 시체 위에 보안관 배지를 던지며 사랑하는 로라를 향해 캘리포니아로 떠나려 결심한다. 마지막으로 닥을 찾아가 "자네가 없었으면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을 거야"라며 덴버에 있는 알코올중독 전문병원을 찾아가 치료를 받으라고 진심 어린 충고를 하자, 닥은 껄껄 웃으며 설교는 그만하라고 하면서 "나는 침대에서 앓다가 죽는 것이 가장 두려워, 서서히 죽어가는 게 가장 싫다고"라며 다시 도박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들은 진심으로 서로를 아끼는 뜨거운 우정의 마음을 느끼게 된다.
<에필로그>
가수 이용복의 노래 <어린 시절>에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에 눈사람처럼 커지고 싶던 그 마음 내 마음'의 가사처럼 동심 속에 살아 숨 쉬던 순수한 우정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친구를 배신하고 음해하는 무서운 세상이 도래했다. 영화 속에서 자주 보이던 음산한 툼스톤 마을의 부트힐 공동묘지는 삶과 죽음이 그리 먼 거리가 아님을 일깨워 주는 듯하다. 오늘 내가 손해 보더라도 친구를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 줄 수 있는 '깐부'의 마음을 펼쳐 보길 기대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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