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실 옷장 떨어져 하반신 마비…5개월 지나도 사과 없어"

화성 한 고등학교 급식실 직원 남편, 국민청원
"아내 회의 중 떨어진 상부장에 하반신 마비"
"경기도교육청 사과나 위로 없어"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화성의 한 고등학교 급식실 휴게실 벽에 걸린 옷장이 떨어져 하반신이 마비된 조리실무사의 남편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려 경기도교육청의 공식 사과와 피해 보상,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했다.

지난 15일 '화성 **고 급식실 사고로 하반신 마비된 교직원의 남편입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에서 청원인은 "아내가 사고가 나고 너무나 화가 나고 분노스러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며 "처음 사고 경위에 대해 학교에서 정확히 설명해주지도 않았고 사과도 없었다. 언론에 몇 번 나오고 나서야 학교장이 찾아왔지만 이후 대책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글쓴이에 따르면 조리사 A 씨는 지난 6월 7일 화성 동탄의 한 고등학교 급식실에서 준비를 하던 중 벽에 걸려있던 상부장이 떨어져 경추 5, 6번이 손상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 있던 4명의 직원이 모두 부상을 당했고 A 씨는 하반신 마비에 이르는 중상을 입었다.

글쓴이는 "휴게실이 좁아 9명의 직원이 양쪽 벽에 기대어 앉으면 서로 발이 교차할 정도라 개인 옷장을 머리 위로 올려 사고 몇 개월 전 휴게실 벽에 상부장을 설치했다. 이 상부장이 벽에 기대어 앉아 회의를 하던 직원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고 다른 직원 3명은 어깨 등에 찰과상, 타박상을 제 아내는 목 뒤로 상부장이 떨어져 경추가 손상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일 보건교사가 쓰러진 아내의 손을 잡고 악력을 체크했을 때 1~2 정도밖에 안되었고 중증이라는 걸 의심했다. 부상자 4명이 응급실에 실려갔음에도 학교는 당일 급식을 강행했다. 급식실은 노동강도가 상당히 높아 한 명이 빠져도 몇 배가 힘들어지는 곳인데 4명 결원 상태로 급식을 강행한 것은 제2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A 씨는 하반신 마비로 거동이 불편하며 24시간 간병인이 곁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글쓴이는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을 옮겨야 하고 간병비(일부 산재 적용)가 월 300만 원 이상이나 된다"며 "산재 서류를 발급받으려고 하면 '환자 데려오라', '그게 원칙이다'라며 소견서 발급도 어렵다. 이런데도 경기도 교육청은 산재 보상이 되고 있으니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아무런 대책도 내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글쓴이는 "5개월이 지나도록 공식사과는 물론 최소한의 위로조차 없이 '교육감이 산재 사건 날 때마다 건건이 사과해야 하냐'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치료비 및 피해보장은 모든 치료가 다 끝나고 소송을 하면 결과에 따라 보상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직원이 일하다가 사고가 나서 중대재해를 입었으면 사과를 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이며 피해보상도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또 경기도교육청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이렇게 무시하고 무책임하게 대하고 있는 게 정상인가"라고 비판했다. 글쓴이는 경기도교육청의 공식 사과와 책임 있는 보상조치를 촉구하며 '중대재해 처벌법' 규정을 합리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행 '중대재해 처벌법'에 의하면 1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2명 이상이 3개월 이상의 치료를 받아야만 중대재해로 인정된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며 "평생을 장애를 갖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중대 산재사고임에도 1명만 다쳤기 때문에 중대재해가 아니고 사업주를 처벌할 수도 없다면 이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냐"고 말했다.

고동노동부 경기고용노동지청은 해당 사건에 대해 산업재해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고 발생 후 현장 조사 등을 거쳐 볼트를 얕게 박아서 벽에 부착된 옷장이 떨어진 사실을 확인했다"며 "사업주에 해당하는 교장이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한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