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준석의 불안한 동거 [좌동욱 반장의 여의도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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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 패싱 논란의 본질은 의사소통 부재어떤 조직이든 비슷한 패턴의 경고등이 나오면 정색을 하고 조직을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이질적인 사람들이 모인 신생 조직이면 더 그렇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사진 위)을 대선 후보로 선출한 국민의힘이 그런 경우다.
이준석 선거전면 나서고, 李-尹 핫라인 가동해야
“선대위 인사는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사진 아래)는 15일 공개적으로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최고위원회에서 일체의 발언을 하지 않았고 SNS에도 글을 삼갔다. 윤 후보 측 요청으로 윤 후보와 이 대표가 황급히 단독 회동을 했지만, 그동안 쌓인 양측 불신과 앙금을 없애기엔 역부족으로 비쳐진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에서 조직과 인사 등 당의 사무는 대선 후보인 윤 후보에게 우선권이 있다. 그런데도 이 대표 측은 “윤 후보 캠프가 선대위 조직과 인사안을 놓고 당 대표를 패싱하고 있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한다. 윤 후보 캠프에선 이런 이 대표 측 반발을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이 대표의 화를 돋운 것은 사무총장 인선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한다. 윤 후보 캠프는 선거 조직과 대선 자금 실무를 결정하는 사무총장 자리에 윤 후보 쪽 사람을 앉히고 싶어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 당내 중진의원이 한기호 현 사무총장에게 “알아서 물러나는 모양새를 갖추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하자, 이 대표 측이 강하게 반발했다는 전언이다. 윤 후보가 직접 인사를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지만, 이런 중차대한 사안을 윤 후보 또는 윤 후보 측 대리인 (권성동 비서실장)이 왜 당 대표와 직접 상의하지 않느냐는 불만이다.
이 대표는 선대위 조직과 인사안에 대해서도 윤 후보 캠프 측이 일절 협의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도 불쾌한 심기를 드러낸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명색이 당 대표인데 선대위의 인사와 조직 개편 방향을 언론을 보고 아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와 윤 후보 캠프간 이런 마찰음은 경선 기간에도 종종 삐져나왔다. 윤 후보가 지난 7월 말 입당할 당시 입당 날짜를 놓고 양 측이 신경전을 벌였다. 8월 중순엔 대선주자 토론회 개최 여부를 놓고 윤 후보 캠프와 대립하던 이 대표가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었다. 윤 후보 캠프의 신지호 총괄부실장이 당 대표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양측이 정면충돌 직전까지 간 사례도 있다. 그때마다 윤 후보가 직접 나서서 “당의 화합과 단결에 해가 될만한 언동은 하지 말라”며 캠프를 단속했다.
데자뷔처럼 일어나는 이런 당내 파열음에 대해 당의 핵심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이준석 대표의 위상과 역할은 과거 대선 당시 관리형 당 대표와 크게 다르다”며 “윤 후보가 이 대표의 관계를 정권 창출을 위한 파트너십 관계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윤 후보와 이 대표를 과거 대선처럼 상하 관계로 간주하게 되면 계속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번 대선에서 윤 후보와 이 대표의 상호 보완재 관계는 날이 갈수록 두드러진다. 윤 후보가 약세인 2030세대와 수도권 중도 유권자들에게 이 대표가 강점이 있어서다. 세대교체에 대한 기대감은 두 사람의 공통분모다.
윤 후보도 이런 현실을 직관적으로 잘 알고 있다는 게 당내 관계자들의 일관된 전언이다. 그런데도 계속 문제가 생기는 건 일찌감치 캠프로 와서 윤 후보의 경선을 도운 캠프의 선발대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 통합을 선거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윤 후보가 이런 내부 인사들을 밖으로 내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교체의 경험이 풍부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사람에 집착하지 말라”며 연일 캠프의 인적 쇄신을 강조한다. 결국 이 사안은 윤 후보가 직접 매듭을 짓는 방법 외 달리 수가 없다. 일례로 총괄선대본부장직을 없앤 것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당내에 구설수가 적다. 윤 후보가 “소수정예 체제의 대선 운동은 측근에 의한 유사 독재로 흐른다”며 본인의 인사 철학과 소신을 얘기했기 때문이다. 윤 후보가 이 대표와 관계를 보다 긴밀하게 맺어갈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공통적으로 들린다. 당 안팎의 전문가들은 “윤 후보가 이 대표가 수시로 만나고 소통하는 모습을 외부로 공개해서 나쁠 게 전혀 없다”고 지적한다. 캠프 인사들과 이 대표의 뜻이 다를 때 최소한 이 대표가 직언할 수 있는 ‘핫라인’도 갖춰야 한다. “진정성을 갖고 허심탄회하게 소통했다면 사무총장 인선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 대표 측 얘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이 이번 대선 정권교체를 하려면 윤 후보와 이 대표의 시너지가 중요하다. 새 정치를 상징하는 이 대표가 얼굴마담으로 선거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데 토를 다는 선거 전략가는 없다. 제2, 제3의 이준석을 선대위로 끌어들일 수 있으면 금상천화다. 이런 사람들을 삼고초려하는 윤 후보의 모습과 시도가 자체가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선거 고비마다 훈수를 두는 역할만 해도 충분하다. 어떤 조직이든 인사가 만사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