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위험에 금값 5개월 만에 최고치…장기 전망은 '물음표'
입력
수정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와 가치저장 수단인 금값이 나란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대개 금은 화폐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물가가 급격히 올라 인플레이션 피난처로 꼽히는 안전자산 수요가 늘어난데다 미 중앙은행(Fed)이 돈 푸는 속도를 늦출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달러와 금을 찾는 투자자가 함께 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올 들어 유례 없이 가파른 물가 상승을 경험했지만 금값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물가가 조만간 진정될 것이라는 '일시적 인플레이션'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달 들어 통화 정책 바로미터로 꼽히는 단기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는 등 인플레이션 장기화 전망에 힘을 보태는 투자자가 늘었다. 이달 금값이 오름세로 돌아선 것은 채권 뿐 아니라 금 시장에서도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란 관측을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달 둘째주 들어 금 상장지수펀드(ETF) 가치는 전주보다 6% 넘게 증가했다. 금광 주식도 상승세다. 캐나다 최대 금광을 운영하는 바릭골드 주가는 지난주에만 7.3% 상승했다. 콜로라도 금광기업 뉴몬트 주가도 5% 올랐다. 씨티그룹은 금값이 1트로이온스 당 19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석탄 가격 상승세도 심상찮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동부 석탄가격 기준으로 꼽히는 중부 애팔래치아 석탄 현물은 12일 1USt(쇼트톤·907.2㎏) 당 89.75달러에 거래됐다. 2009년 이후 12년 만에 최고수준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통상 석탄 가격은 겨울을 앞두고 오른다. 미국에서 석탄은 장기계약 방식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수요가 갑자기 늘면 현물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무디스의 벤 넬슨 부사장은 "석탄은 구매 요구가 늘어도 공급 탄력성이 낮아 이를 맞추기 쉽지 않다"고 했다.EIA는 올해 미국 석탄 화력 발전이 지난해보다 22% 늘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천연가스가 부족해 이를 이용한 화력 발전 가격이 지난해보다 두배 넘게 급등하자 에너지 수요를 맞추기 위해 석탄 화력 발전을 가동하는 곳이 늘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분산하는 금의 지위를 비트코인이 대체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역사가 길지 않아 유동성이 넘칠 때 가치가 오르는 것만 확인됐다고 평가절하했다. 경기가 침체되고 인플레이션이 길어졌을 때 비트코인의 가치가 어떻게 바뀔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강달러' 시대가 열리면서 금값을 끌어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Fed가 돈줄을 죄면 달러 가치는 상승한다. 이를 반영하듯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평가하는 달러인덱스는 15일 95.437으로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미국 이외 국가에서 달러로 거래되는 금값은 더 비싸진다. 금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 채권 수익률이 오르고 있는 것도 장기적으로 금값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라고 WSJ는 전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장기 인플레 우려'에 이달 들어 오르는 금값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가격은 15일(현지시간) 한때 1트로이온스 당 1871.1달러에 거래됐다. 올해 6월 중순 이후 5개월 만에 금값이 완연한 오름세로 돌아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0월 소비자 물가가 6.2%(연율) 상승했다는 노동부 발표가 나온 지난 10일 이후 금 선물 가격은 3% 가까이 급등했다. 금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고 경기가 둔화할 때 가치가 상승하는 대표적 안전자산이다.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돼 경제 성장 속도가 늦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금 가치가 오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세계 각국이 올 들어 유례 없이 가파른 물가 상승을 경험했지만 금값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물가가 조만간 진정될 것이라는 '일시적 인플레이션'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달 들어 통화 정책 바로미터로 꼽히는 단기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는 등 인플레이션 장기화 전망에 힘을 보태는 투자자가 늘었다. 이달 금값이 오름세로 돌아선 것은 채권 뿐 아니라 금 시장에서도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란 관측을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달 둘째주 들어 금 상장지수펀드(ETF) 가치는 전주보다 6% 넘게 증가했다. 금광 주식도 상승세다. 캐나다 최대 금광을 운영하는 바릭골드 주가는 지난주에만 7.3% 상승했다. 콜로라도 금광기업 뉴몬트 주가도 5% 올랐다. 씨티그룹은 금값이 1트로이온스 당 19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석탄 등 에너지 가격도 상승
물가를 끌어 올려 금값 상승에 영향을 준 에너지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달 10일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던 미 서부 택사스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15일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꼽히는 배럴당 80달러 선을 넘어 고공행진 하고 있다.미국의 석탄 가격 상승세도 심상찮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동부 석탄가격 기준으로 꼽히는 중부 애팔래치아 석탄 현물은 12일 1USt(쇼트톤·907.2㎏) 당 89.75달러에 거래됐다. 2009년 이후 12년 만에 최고수준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통상 석탄 가격은 겨울을 앞두고 오른다. 미국에서 석탄은 장기계약 방식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수요가 갑자기 늘면 현물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무디스의 벤 넬슨 부사장은 "석탄은 구매 요구가 늘어도 공급 탄력성이 낮아 이를 맞추기 쉽지 않다"고 했다.EIA는 올해 미국 석탄 화력 발전이 지난해보다 22% 늘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천연가스가 부족해 이를 이용한 화력 발전 가격이 지난해보다 두배 넘게 급등하자 에너지 수요를 맞추기 위해 석탄 화력 발전을 가동하는 곳이 늘었기 때문이다.
"금값 장기 상승은 한계" 평가도
물가 상승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금값이 장기적으로 상승 동력을 얻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보고하면서 주식시장으로 많은 자금이 흘러가고 있어서다. 금값은 1트로이온스당 2050달러를 기록했던 지난해 8월보다 여전히 10% 정도 낮은 수준이다.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분산하는 금의 지위를 비트코인이 대체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역사가 길지 않아 유동성이 넘칠 때 가치가 오르는 것만 확인됐다고 평가절하했다. 경기가 침체되고 인플레이션이 길어졌을 때 비트코인의 가치가 어떻게 바뀔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강달러' 시대가 열리면서 금값을 끌어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Fed가 돈줄을 죄면 달러 가치는 상승한다. 이를 반영하듯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평가하는 달러인덱스는 15일 95.437으로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미국 이외 국가에서 달러로 거래되는 금값은 더 비싸진다. 금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 채권 수익률이 오르고 있는 것도 장기적으로 금값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라고 WSJ는 전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