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여고생 집 찾아가 비밀번호 눌러본 20대 형량 가중

징역 1년·집유 2년→징역 1년 6월·집유 3년
피고인 "극단선택 위해 남의 아파트 간 것"…법원 "이해할 수 없는 변명"
한 차례 본 여고생 집에 한밤중 찾아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눌러본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1심보다 높은 형량을 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A(27)씨는 2019년 10월 6일 밤 대전 서구 한 도로에서 버스정류장 위치를 묻는 여고생을 자신의 승용차로 집(아파트) 앞까지 데려다줬는데, 아흐레(9일) 뒤인 같은 달 15일 오후 10시 53분께 여고생 집 현관문 도어록 비밀번호를 임의로 2차례 눌렀다.

그는 미리 확인한 피해자 집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망설임 없이 찾아가 현관문을 열어보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집 안에는 여고생 가족이 있었다. 1심 재판부는 주거침입죄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자신과 상관없는 공동주택 내부 공용 복도나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다른 사람들의 평온을 해친 경우에는 주거침입죄를 적용할 수 있다.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A씨는 "우울증 등을 겪다 극단선택할 생각으로 그 아파트에 들어갔던 데다 원심 형량은 너무 무겁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형량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대전지법 형사항소5부(이경희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피해 여고생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점등된 센서 불빛을 통해 집을 파악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투신할 목적이었다면 고층 복도 창문이 열리는지를 확인했을 법한데도, 실수로 도어록 키를 눌렀다는 식의 변명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대담하게 범행을 저지른 죄질이 좋지 않은 만큼 검찰 항소에 이유가 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240시간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