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30% '폭풍성장'…백화점 가전 무서운 질주

백화점, 가전 쇼핑 판 흔들다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바람 타고
가전 매장 고급·대형 '탈바꿈'
구매금액 10% 상품권 환급도

입지 위협받는 양판·전문점
PB브랜드·온라인 강화 나서
“불과 2년 전만 해도 백화점 가전 실적은 집계조차 안 했습니다. 지금은 프리미엄화 바람을 탄 백화점이 가장 큰 위협이죠.”(한 가전 양판점 관계자)

백화점들이 ‘프리미엄 가전 공세’를 매섭게 펼치면서 가전 시장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백화점 대형가전 매출은 최근 연 30% 증가세를 보이며 가전 시장을 양분해 온 양판점(하이마트·전자랜드)과 전문점(삼성디지털플라자·LG베스트샵)을 위협하고 있다.

‘연 30% 매출 증가’ 백화점 가전의 진격

16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의 대형가전(삼성·LG) 매출은 올 들어 11월까지(11일 기준) 전년 대비 33.1% 늘었다. 지난해(31.2%)에 이어 2년째 매출 증가율이 고공행진이다.

신세계백화점의 대형가전 매출도 3분기까지 증가율이 49.5%에 달한다. 전년 동기(35.7%)를 넘어 처음으로 40%대 증가율에 진입한 것이다. 업계에선 올해 백화점 판매 비중이 20%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같은 기간 매출이 38.9% 증가했다.백화점 내 대형가전 매출 급증세는 제조사의 프리미엄 전략과 명품 상품군에 버금가는 대형 품목을 찾는 백화점의 ‘포스트 명품’ 전략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우선 비스포크(삼성전자)·오브제(LG전자) 등 가전 제조사들의 고급 브랜드 경쟁이 백화점 판매에 불을 붙였다. 냉장고 한 대에 500만원부터 시작하는 고급 브랜드를 팔기 위해 가전 제조사들은 구매력 있는 고객이 몰리는 백화점을 주목하며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 7개 품목을 사면 2개는 공짜로 가져갈 수 있는 정도의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트 명품’ 상품군을 찾고 있는 백화점들은 1인당 많게는 수천만원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프리미엄 가전 시장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기존 매장 면적을 세 배 이상 확장한 프리미엄 스토어를 전국 점포에 깔며 가전 소비계층을 공략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서울 압구정 본점과 울산 동구를 제외한 전 점포를 프리미엄 스토어로 전환했다. 롯데백화점은 롯데하이마트가 들어선 경기 안산점을 제외한 전국 모든 점포를 프리미엄화했다.

백화점들은 구매 금액의 10%를 백화점 상품권으로 돌려주는 파격 프로모션까지 벌이며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객단가가 큰 가전 시장을 잡기 위해 백화점끼리도 경쟁이 붙었다”고 전했다. 현대백화점의 대형가전 객단가 증가율은 2019년 10.1%, 2020년 11.4%에 이어 올해 현재 25.7%로 치솟았다.

양판점, 점포 줄이며 PB·온라인 강화

백화점 가전 매장은 부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던 소비자들의 인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2019년 2.9%였던 현대백화점의 가전 구매 고객 수 증가율은 지난해 17.8%로 높아졌다. 백화점의 공세는 롯데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가전 양판점의 입지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하이마트, 전자랜드 등의 올해 3분기까지 실적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양판점의 실적 부진은 백화점을 통한 가전 소비 계층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양판점들의 전략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판점들은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자체 브랜드(PB)인 하이메이드를 키우면서 1~2인 가구를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18개 점포를 축소한 데 이어 올해 22개 점포 문을 닫으면서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전자랜드도 온라인몰에서 골프용품 등을 판매하며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 가전 양판점 관계자는 “가전 제조사들이 프리미엄 전략을 쓰면서 백화점이 양판점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유통사들은 제조사 전략에 맞출 수밖에 없어 고민이 깊다”고 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