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김환기 작품 100만원어치 살까"…콘텐츠 '조각투자' 플랫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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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투자금 유치 잇따라▶마켓인사이트 11월 16일 오후 3시16분
열매컴퍼니, 92억 투자 유치
이중섭·피카소 등 유명 작품
소유권 분할해 소액 판매
1년반 만에 38% 수익 내기도
음악저작권 쪼개 사고 파는
뮤직카우에 기관 300억 투자
롤렉스 등 현물 투자하는
플랫폼에도 VC '뭉칫돈' 몰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미술품과 명품·저작권 등에 ‘조각 투자’하는 사례가 늘면서 관련 플랫폼 스타트업에 벤처캐피털(VC) 투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조각 투자는 개인이 구입하기 어려운 자산의 지분을 작은 단위로 쪼개거나 주식 등으로 유동화한 뒤 여러 명이 나눠 갖는 형태의 투자법을 말한다.
16일 VC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인 아트앤가이드를 운영하는 열매컴퍼니는 최근 92억원 규모 시리즈A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산업은행,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이앤벤처파트너스 등이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사업을 본격화한 이후 첫 투자 유치였음에도 1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조달하며 잠재력을 과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열매컴퍼니는 2016년 문을 연 이후 이중섭과 김환기, 이우환, 박서보, 구사마 야요이, 피카소 등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을 소유권 분할을 통해 소액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고액 자산가에게 한정된 미술품 시장을 대중으로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품을 공동 매입한 뒤 가격이 오르기를 기다렸다가 웃돈을 붙여 매각하고 차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분하는 식이다. 지금까지 160억원어치의 작품을 공동구매해 60% 이상 재매각했다. 지난해 9월엔 이우환 작가의 한 작품을 22억원에 재매각해 1년 반 만에 38%의 수익률을 거뒀다
미술품 조각 투자 플랫폼인 테사는 네이버 계열 VC인 스프링캠프 등으로부터 상반기 12억원 규모 프리A 라운드 투자를 받았다. 최근에는 20억원 이상의 추가 투자 라운드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인 아트투게더는 50억원 안팎의 투자금 유치를 진행 중이다.
음악 저작권을 주식처럼 ‘주’ 단위로 쪼개 사고팔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을 내놓은 뮤직카우도 누적 투자 유치액이 300억원을 넘겼다. 올해만 한화, LB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24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최근에는 미래에셋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해 기업공개(IPO) 작업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920여 곡의 저작권을 유통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회원 수가 71만 명으로 1년보다 4배 이상 늘었다. 월간 거래액은 700억원을 넘어섰다. 매달 저작권료를 배당 형태로 받으면서 시세 차익까지 노릴 수 있는 점이 인기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미술품, 음악저작권에 이어 롤렉스 시계와 같은 현물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조각 투자 플랫폼인 ‘피스’를 운영하는 바이셀스탠다드는 K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시드(초기)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이달 중소벤처기업부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팁스’에 선정되며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4월 10만원 단위로 판매된 롤렉스 시계 11종의 조각소유권은 30분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조각 투자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급증하면서 일각에선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식처럼 지분을 주고받지만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체가 아닌 곳이 많아 투자자들이 보호를 받기 쉽지 않아서다. 주식처럼 거래량이 많지 않은 데다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방법이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 회사가 파산하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또 소액 투자의 특성상 투자자들이 자산의 전체 가치가 어느 정도 되는지 감을 잡기 어려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