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가 이기주의가 장악한 COP26

선진국조차 국익고수 '반쪽 합의'
한국은 가파른 감축목표 고수
NDC 등 수정 가능성 검토해야

최기련 < 아주대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끝났다. 2050년 탄소중립에 대한 완벽한 합의가 미흡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나마 ‘파리협정’의 기반인 2030년 ‘대기온도 상승 섭씨 1.5도 이하 유지’ 목표를 재확인했다. 내년에 이런 목표 이행상황을 이례적으로 재점검한다. 탄소시장 지침 마련, 선진국 기후기금 2025년까지 확대 등 파리협정이행 세부 준칙들도 새로 마련됐다.

이와 함께 ‘단계적’ 석탄발전 감축과 2025년까지 개도국을 위한 선진국들의 기금출연 두 배 확대를 추진한다. 2030년까지 산림파괴 중지와 토양회복에 나서는 ‘산림·토지 이용 선언’과 ‘메탄 배출 30% 감축’ 서약도 진전되고 있다. 이런 합의·추진 사항들은 ‘글래스고 기후협약(Pact)’으로 지칭된다.이번 글래스고 COP26 회의는 미국과 중국의 국제질서 주도권 다툼 속에서 중국과 러시아, 인도 등의 불참 선언으로 불안하게 출발했다. ‘메탄’ 감축협약과 ‘산림·토지파괴’ 중지선언이 실패방지 ‘보험’으로 긴급 투입됐다. 막판 미·중의 기후협력 ‘깜짝 선언’으로 글래스고 협약은 겨우 소생했다. 그러나 민간단체들의 분노의 성토는 계속될 것 같다. 유엔 사무총장도 실망을 숨기지 않았다.

결국 COP 회원국들은 ‘지속가능한 지구 모색’이라는 ‘숭고한’ 목적 이행을 포기한 대신 각자 ‘최대 국익 수호’에 열중했다. 특히 정부 수반들은 코로나 불황 극복과 글로벌 생산요소 교환체제 붕괴에 따라 에너지 안보와 세계화 폐해 보정을 선택했다. 따라서 COP26은 당초부터 ‘실패’로 귀착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대응 태세는 어떠한가? 한마디로 ‘조급한 이념 과잉’으로 요약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초 유럽 순방 중 2030년까지 우리 온실가스 배출 40% 감축을 자발적 ‘국가기여(NDC)’ 형태로 공약했다. 그러나 일단 공약한 NDC는 신의칙(信義則)에 따라 임의변경이 힘들다. 톱니바퀴(ratchet) 진전 원칙에 따라 후퇴도 금지된다. 그리고 2050년 모든 석탄발전소 폐지계획에 대한 지지 의사도 밝혔다. 여기에다 메탄가스 30% 감축협약 서약과 산림파괴 중지와 토양 회복을 위한 ‘산림·토지 이용 선언’ 가입도 약속했다. 짧은 기간에 많은 것을 공표한 셈이다. 문 대통령도 “한국의 2030 NDC 공약은 종전보다 14% 상향돼, 짧은 기간 가파르게 감축해야 하는 도전적인 과제”라고 부연했다. 선진국 진입에 따른 국가위신 제고 조치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비판 의견 제기도 당연히 많다.특히 문 대통령 순방 이후 국제사회 진전 상황이 우리를 당혹하게 한다. 주요 20개국(G20) 중 6개국이 아직도 2050년 탄소중립 공약 미완 상태다. 중국, 러시아,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는 2060년에야 탄소중립 달성을 공약했다. 인도는 2070년을, 터키는 2050년 이후를 기약했다. 게다가 2050년 석탄발전 폐지는 인도의 반대를 기화로 ‘단계적’ 논의로 변질됐다. 심지어 미국과 일본이 석탄발전 폐지 구체화에 반대한다. 특히 일본은 ‘원전 없는 탄소중립’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런 형국에서 각국은 이미 공약한 사항들의 철회·수정 가능성을 꾸준히 암시하고 있다. 당사국 완전합의를 토대로 한 COP 운영 관행에 비춰 앞으로도 2050 탄소중립과 2030 NDC 상향조치는 당사국 재량에 따라 탄력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개도국들이 재원 및 기술지원을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연계하고 있어 파리협정 목표는 재조정될 수 있다.

이에 우리나라는 이미 공표한 NDC 등의 수정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학계와 정치권은 작은 손해의 단서라도 국제사회에 알리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래야 언젠가 본격적 수정·보완의 명분을 축적할 수 있다. 국가이기주의 경쟁시대에 우리의 선진국·개도국 가교 역할은 큰 의미가 없다. 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자기만족이자 미래 세대에 걸친 부담 자초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