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확장하는 디지털 신대륙, 메타버스 [최재붕의 디지털 신대륙 이야기]

한경 DEEP INSIGHT

게임을 통해 인간관계·사회생활을 배운 Z세대
디지털 신대륙에서 상상의 공간 창조하고 즐겨
코로나發 비대면은 메타버스 폭발 성장 이끌어

K콘텐츠의 글로벌 팬덤과 IT생태계 보유한 한국
막 시작된 메타버스에선 美·中 맞먹을 신흥강자
기성세대 낡은 생각 걷어내고 신세계 뛰어들어야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신대륙으로 생활 공간을 이동한 인류는 또 한 번 새로운 대륙으로 신나는 탐험을 줄기차게 이어가고 있다. 바로 ‘메타버스(metaverse)’다. 메타버스는 초월이라는 의미의 ‘메타(meta)’와 세계라는 의미의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초월적인 세계관을 뜻한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디지털 문명에 익숙해진 인류는 거의 모든 일상을 디지털 공간에서 보내면서 더 나은 방식의 소통과 생활 방식을 추구하게 됐고, 그 욕망을 통해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창조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신대륙으로 생활 공간을 이동한 인류는 또 한 번 새로운 대륙으로 신나는 탐험을 줄기차게 이어가고 있다. 바로 ‘메타버스(metaverse)’다. 메타버스는 초월이라는 의미의 ‘메타(meta)’와 세계라는 의미의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초월적인 세계관을 뜻한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디지털 문명에 익숙해진 인류는 거의 모든 일상을 디지털 공간에서 보내면서 더 나은 방식의 소통과 생활 방식을 추구하게 됐고, 그 욕망을 통해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창조하고 있다.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디지털 신대륙에 상륙한 지 불과 십수 년 만에 또 다른 신대륙으로 이동하며 아바타, 블록체인, 코인, NFT(대체 불가능 토큰) 등 새로운 생태계를 쉴 새 없이 만들어내니 정신을 차릴 틈이 없다.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전 지구를 아우른 사피엔스의 피에는 생존과 번성을 향해 끊임없이 탐험을 추구하는 모험과 도전의 DNA가 가득한 것이 틀림없다. 제대로 알고 준비해야 한다. 메타버스라는 신대륙도 그렇다.

Z세대의 놀이터 메타버스 플랫폼

1995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Z세대라고 부른다. 1980년대 이후 태어난 M세대가 어려서부터 인터넷 문명을 체험한 첫 세대라면 Z세대는 어려서부터 스마트폰을 처음 쓰기 시작한 진정한 디지털 원주민이다. 24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해 대화하고 소통하며 정보를 습득하고 교환하는 것이 일상이다. 당연히 게임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24시간 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됐다. 인류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유희를 즐기는 호모 루덴스의 특성을 갖고 있다. 스마트폰이라는 게임 도구가 주어지자 아이들은 이를 통해 세상을 배우기 시작했다. 사실 게임은 아이들에게 인간관계, 사회생활, 세상을 살아가는 법칙 등 다양한 노하우를 알려주는 훌륭한 도구다. 아이들은 인간 사회에서 필요한 협력, 우정, 거래, 룰의 중요성, 경쟁 등 모든 중요 요소의 기본을 익히고 사회 일원으로 성장해간다. 그렇게 게임을 통해 세계관을 형성해 가는데 Z세대는 그 판을 스마트폰 속의 신대륙에 벌인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낸 세계관이 메타버스다.

메타버스의 맛을 보여준 마인크래프트

2009년 처음 등장한 마인크래프트는 2020년 무려 2억 장의 판매를 기록하며 세계 최고 인기 게임 중 하나로 성장했다. 이 게임은 기존 게임과는 다른 아주 독특한 방식을 추구한다. 특정 미션을 해결해야 끝나는 일반적인 게임이 아니라 누구나 네모난 박스로 구성된 가상 공간 안에 자기의 스토리와 이야기를 창조해가며 즐기는 게임이다. 사용자도 심플한 네모 캐릭터를 기반으로 구성된 아바타다. 마인크래프트의 성공으로 인류가 디지털 신대륙에 새로운 상상의 공간을 스스로 창조하고 즐기는 존재라는 걸 확인하게 됐다. 사실 거의 모든 게임은 가상현실에서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돼 있고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거나 선택해 즐기도록 구성돼 있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게임을 즐기는 인류에게 가상현실이라는 놀이터와 나를 대신하는 아바타의 존재는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 돼 버린 것이다. 게임의 발전에 따라 가상현실은 인터넷에 연결된 누구나가 참여할 수 있도록 플랫폼화됐고 MZ세대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세계관이 형성됐다. 동시에 엄청나게 많은 게임이 이 같은 가상 현실세계와 아바타를 기본으로 출시돼 인기를 끌었다. 치열한 전투를 즐기는 포트나이트와 배틀그라운드, 원하는 대로 세상을 창조해가며 즐기는 모여봐요동물의숲과 로블록스 등 인기 게임이 많아지면서 게임 속 가상현실 이야기는 신세대의 보편적 문화로 자리잡았다. 특히 다양한 게임방송 유튜버들이 등장하면서 문화 생태계는 더욱 탄탄해져 갔다. 이런 변화에 거대한 모멘텀을 더한 것이 바로 코로나였다. 학교가 비대면 교육으로 전환하면서 아이들이 메타버스 세계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더욱 좋아졌고, 유저와 게임 시간이 폭증하면서 이제는 미래의 플랫폼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 확산 후 메타버스 신세계로 이동한 Z세대

아이들에게 게임은 위험하다. 중독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디지털 문명을 학습하는 데 또 게임만큼 훌륭한 도구가 없다. 우리는 디지털 신대륙이 열릴 때 이미 한 번 경험했다. 세계적인 디지털 기업을 육성한 영웅들은 모두 게임 마니아였다. 그리고 그 게임이 갖고 있는 매력과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했다. 애플의 아이폰을 성공시킨 일등 공신인 앱스토어의 초기 성공은 절대적으로 게임 덕분이었다. 재밌는 게임을 누구나 개발하고 그것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구성한 시스템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도 학창 시절 데이팅 앱을 개발하려고 만든 것이 페이스북의 효시가 됐다. 택시의 표준을 바꾼 우버도 게임 요소를 가미해 폭발적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해외뿐만이 아니다. 국내 최고의 플랫폼을 개발한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이 처음으로 시작한 사업은 PC방이다. 게임이 중독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경험을 잘 활용해 인류가 좋아할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를 창조해낼 수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스마트폰이 탄생한 2007년 이후 불과 십수 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디지털 신대륙에서 일어났던 경험을 되살려 보자면 지금 Z세대가 열광하는 메타버스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신문명의 시작으로 바라봐야 한다. 2005년 시작한 유튜브, 2008년 시작한 에어비앤비, 2010년 시작한 우버, 또 인터넷 버블 붕괴 위기를 넘기고 세계인의 플랫폼으로 성장한 아마존닷컴,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이 이렇게 빠르게 인류 일상의 표준을 바꿀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심지어는 대부분은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에 따른 부작용만을 지적하며 디지털 문명 전환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인류는 적극적인 변화를 선택했다. 비판은 필요하다. 그러나 부작용의 뒷면에는 인류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강력한 혁신의 힘이 있었다. 디지털 플랫폼에 올라타지 못한 것은 이미 아쉬운 과거다. 실수는 할 수 있지만 반복되면 실력이 된다. 디지털 대전환 시에 얻지 못한 기회를 메타버스에서는 반드시 살려야 한다.

메타버스의 확장은 또 한 번의 기회

코로나 사태 이후 일어나는 일들만 봐도 우리가 왜 메타버스를 준비해야 하는지 너무나 명확하다. 2020년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콧은 포트나이트 플랫폼에서 아바타로 공연을 했다. 무려 1230만 명이 동시 참여했고 22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코로나로 침체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에 10대가 몰려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은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올랐다. 네이버가 선보인 우리나라 대표 플랫폼 제페토에 엔터 기업들의 투자가 쏟아졌고 사용자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2억 명이 접속해 즐기는 제페토는 10대가 주사용자다. 이곳에서 블랙핑크가 팬 사인회를 열었는데 무려 4600만 명이 사인을 받아갔다. 물론 아바타가 등장해 진행하는 이벤트였다. 폭발적 마케팅 효과를 확인한 기업들이 당연히 제페토라는 새로운 땅 위에 숍을 열었다. 구찌,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은 물론이고 CU 같은 한국 기업도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아이돌 가수가 모두 참여해 소통 채널로 삼았고 디즈니는 ‘토이스토리’ ‘미녀와 야수’ ‘겨울왕국’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콜라보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가장 급성장한 플랫폼은 로블록스다. 아바타를 기반으로 한 게임 개발 툴을 제공함으로써 누구나 게임을 개발해 돈을 벌 수 있는 생태계를 구성했다. 수백만 명의 개발자가 몰려들어 이미 5000만 개의 게임을 만들었고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개발자는 60억원 이상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서 확인했듯이 개발자들이 몰려들면 스스로 생태계를 확대하며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간다. 이미 미국 10대의 60%가 로블록스를 이용하고 있고 월간 이용자 수도 1억 명을 돌파했다. 많은 사람이 10년 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대체할 새로운 플랫폼으로 로블록스를 지목하는 이유도 이 같은 높은 사용자 수 때문이다. 올초 상장한 로블록스의 기업 가치는 이미 60조원을 넘어섰다.

암호화폐·NFT 타고 새로운 경제 생태계로 확장

최근 등장한 비즈니스 모델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이 NFT 기반의 디지털 아이템 거래 시스템이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소유자 등록을 가능하게 한다. 말하자면 디지털 신대륙에 등기소가 생긴 셈이다. NFT를 통해 소유자 등록이 되면 물건의 거래가 가능하다. 비플이라는 디지털 아티스트는 작품을 NFT에 등록한 뒤 크리스티 경매에서 무려 780억원에 팔았다. 디지털 아트의 거래가 가능해지자 많은 유명화가 참여했고 크리스티와 소더비 같은 세계 최고의 미술품 경매소가 NFT를 활용한 디지털 작품의 거래 시대를 열었다. 또한 거래 대금으로 이더리움이라는 암호화폐를 사용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메타버스의 세계관이 미술품 거래라는 현실 세계로 확장된 것이다.

불붙은 메타버스 경제로의 전환과 투자 전쟁

로블록스의 성공은 메타버스 세계로의 확장에 불을 붙였다. 최근의 투자 발표는 마치 눈사태 같다.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팀즈라는 그들의 비대면 회의 플랫폼을 메시라는 메타버스 시스템 위에 론칭한다고 발표했다. 사실 MS는 2016년 마인크래프트를 무려 2조5000억원에 인수하면서 미래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신한 바 있다. 세계 6위 기업 페이스북은 아예 회사 이름을 메타로 전환하고 5년 이내에 모든 페이스북의 기능을 메타버스화해 새로운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고 선언했다. 2014년 가상현실(VR) 기기 제조회사인 오큘러스를 인수한 이후 꾸준히 투자해온 페이스북은 이제 플랫폼으로서 메타버스의 가능성에 확신이 선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도 메타버스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이들은 모두 엄청난 소비자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금은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투자하는 것이 상식인 시대다.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투자할 만큼 소비자의 메타버스 사랑이 데이터상으로 무르익었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도 앞다퉈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방시혁 하이브 대표는 NFT 기술을 보유한 돈나무와 합작하면서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고,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PD도 SM을 최고의 NFT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금융기업들도 메타버스 관련 투자를 앞다퉈 발표 중이다. 제페토에 점포를 열어 고객을 유인하는가 하면 메타버스 특별 투자펀드를 조성하고, 심지어 독자적 플랫폼 개발을 검토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건설업도 예외는 아니다. 새로운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를 메타버스 공간에 마련해 고객에게 소개하고 VR 기기로 실감 영상을 제공하기도 한다.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 플랫폼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하기도 한다.

디지털 신대륙에 축적된 거대 자본이 메타버스로

메타버스에 투자가 쏟아지는 것은 자금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문명 활성화 초기에 투자한 사람들은 거대한 부를 축적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유튜브, 넷플릭스, 아마존, 페이스북 등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거대한 부를 디지털 분야 투자를 통해 얻었다는 경험과 실제 성과인 엄청난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은 메타버스를 통해 또 한 번의 수익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제는 모든 기업이 교훈을 얻었다. 현실 세계에만 집중하던 기업들은 인류의 디지털 문명 대이동 때 전환을 소홀히 하다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세계 최고의 지위를 디지털 기업들에 내어준 것은 물론 기업의 미래 기대치인 주가도 폭락했다. 이번 기회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메타버스와 관련된 투자를 밝힌 기업들은 전 세계적으로 주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기업의 미래를 위해 투자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메타버스는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의 신대륙

디지털 신대륙에서의 식민지 전쟁을 우리 모두는 기억하고 있다. 많은 플랫폼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소비자 선택에 의해 생존과 소멸이 결정됐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가장 큰 영토를 확보했고 미·중 패권 다툼의 주무대가 됐다. 제조산업도 반도체와 스마트폰이 지배하는 시대가 됐고 자동차도 테슬라가 세계 최고 기업이 됐다. 세상을 움직이는 거대한 자본이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계의 식민지 개척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K팝, 드라마, 웹툰, 게임 등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에서 거대한 글로벌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가 만드는 메타버스 세계의 경험이 MZ세대의 글로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런 팬덤을 이미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문명 전환에 주춤거리다 많은 기회를 잃어야 했던 지난 10년의 경험을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 따지고 보면 미국,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디지털 신대륙의 신흥 강자로서 손색이 없다. 이제 막 시작하는 메타버스라면 우리도 제대로 한 번 붙어볼 만하다. 패스트 팔로어가 아니라 리딩그룹으로 뛰는 거다. 걸림돌은 대원군이다. 기성세대에 깊숙이 뿌리 박힌 오래된 세계관을 걷어내고 새로운 세계로 뛰어들어야 한다. 그곳에 우리 청년의 미래, 우리 후손의 번영이 기다리고 있다.

■ 최재붕은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인류문명사적 변화 속에서 비즈니스의 미래를 탐색하는 공학자다.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 디자인과 공학의 융합, 인문학, 동물행동학, 심리학과 비즈니스의 융합 등 학문 간 경계를 뛰어넘는 활약을 이어가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 4차 산업혁명 권위자다. 베스트셀러 《포노사피엔스》를 통해 문명을 읽는 공학자로 널리 알려졌다. 2014년부터 기업, 정부기관 등을 대상으로 2000회 이상 디지털 문명 대전환에 대한 강연을 이어 오고 있다. 저서로는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포노사피엔스》 《포노사피엔스 코드 체인지9》 《코로나사피엔스》 《엔짱》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