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예약 다 찼다고요?"…하와이 가려던 신혼부부 '멘붕'
입력
수정
'위드 코로나'에 해외 여행 본격화30대 직장인 백수민 씨(가명)는 올 연말 아내와 하와이로 떠나려고 지난달 항공편을 예매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미처 못 갔던 신혼여행을 겸한 여행이다.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영문 '백신 접종증명서'와 '코로나19 PCR(유전자증폭) 검사 음성확인서'를 지참하면 격리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해외여행 상품 예약·주문 폭발적 반응
대한항공, 하와이·시드니 노선 다시 띄워
저비용 항공사들도 국제노선 속속 재개
PCR 음성확인서가 '출국(항공기 탑승) 전 72시간 이내 검사 결과'여야 한다는 소식에 미리 검사 예약을 하려던 백씨는 깜짝 놀랐다. 병원마다 내년 초까지 예약이 차 검사가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기 때문이다.백씨는 "병원들마다 '이렇게 PCR 검사 예약이 폭증하기는 처음'이라고 하더라"면서 "다행히 당일 대기하면 선착순으로 검사를 해주겠다는 곳을 어렵게 찾아 검사일 오전 일찍 방문할 예정이다. 하마터면 여행을 못 가는 줄 알고 식은땀을 흘렸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코로나19 방역체계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전환되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보복 소비'에 이은 '보복 여행' 조짐이다. 2년 가까이 참았던 여행 욕구가 폭발하면서 한 이커머스 업체의 해외 항공권 판매는 지난달 기준 790%(전월 대비)까지 증가했다.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 체결과 해당 지역 국제관광 재개 등 분위기 변화에 따라 여행사들은 해외여행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항공사들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닫았던 국제선 노선 운항을 속속 재개하고 나섰다.
홈쇼핑 여행상품 한 시간만에 130억어치 팔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이커머스, 홈쇼핑 업체들은 해외여행 상품 판매를 다시 시작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진행되면서 한동안 여행상품 판매가 중단됐지만, 최근 위드 코로나 분위기가 번지면서 트래블 버블 대상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트래블 버블은 코로나19 관련 격리 조치 없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지역이다.위메프에 따르면 지난달 1~25일 기준 해외 항공권 판매 데이터 분석 결과 거래액이 전월 대비 790% 증가했다. 이들 중 연내 출발하는 항공권을 결제한 고객이 90%에 육박했다.홈앤쇼핑에서는 이달 6일 방송했던 '터키 7박8일 패키지 상품'이 50분 만에 9000건 이상 판매됐다. 4개월 만에 내놓은 해외여행 상품이 뜨거운 반응을 얻자 오는 19일에는 '유럽 베스트 특집전'을 연다. 지난달 유럽 인기 패키지 상품을 판매한 CJ온스타일도 방송 한 시간 만에 130억원어치 주문을 받았다. 이번달 결혼을 앞두고 있는 김모 씨(32)는 지난달 대학 동창이 몰디브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몰디브는 96시간 이내 발급받은 음성확인서와 예방접종증명서로 입국할 수 있으며 자가격리를 하지 않는다. 김 씨 역시 이번 겨울휴가 때 이곳으로 여행을 떠날 예정. 그는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지인들이 늘고 있다"며 "신혼여행을 가려고 몰디브 여행권을 예매해놓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항공사들 국제노선 속속 재개
항공사들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닫았던 국제선 노선을 다시 열고 있다.아시아나항공은 기존 주 3회 운항하던 싱가포르 노선을 트래블 버블 적용 이후인 이달 15일부터 주 4회로, 12월부터는 주 5회로 증편하기로 했다. 다음달부터는 괌 노선도 주 2회 운항한다. 대한항공도 그동안 중단했던 미국 하와이, 호주 시드니, 뉴질랜드 오클랜드 노선을 재개한다. 저비용 항공사(LCC)도 국제선 운항 재개 분위기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7월 인천∼사이판과 인천∼괌 노선 운항을 재개했다. 에어서울은 다음 달부터 괌 노선을 운항한다. 제주항공은 이달 25일부터 인천∼괌 노선에서 관광 목적의 부정기편 운항을 재개한다. 앞서 7월 사이판 정기편을, 이달 태국 치앙마이 노선에 전세기 운항을 시작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해외여행 수요가 당분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경기연구원이 한 설문조사에서는 설문 대상자 1000명 가운데 25.5%가 '6개월 이내 해외여행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백신 접종과 위드 코로나, 그동안 참아온 해외여행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