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비시즌 안 가린다"…사계절 즐기는 강원도의 힘
입력
수정
천혜의 자연에 사계절 즐길거리 가득한 강원도
KTX·서울양양고속도로로 높은 접근성 갖춰
쾌적한 자연환경 찾는 외지인 매수도 증가
"국내에서 사계절 모두 즐길거리가 있는 곳은 강원도 뿐입니다. 봄철 아름다운 숲길과 야생화를 즐기는 산행부터 시작해 여름에는 탁 트인 바다와 울창한 계곡이 있죠. 가을에는 단풍구경 겸해서 골프를 치는 분이 많고 겨울은 스키의 계절이죠. 그래서 코로나19가 유행해도 관광객은 꾸준히 유지된 편입니다. 올해도 스키 시즌이 다가오니 일대 시즌방이 대부분 마감됐다고 하네요."강원도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강원도는 사계절 모두 즐길거리가 가득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코로나19로 부침을 겪은 국내 여행 시장과 달리 지난해 강원도는 2019년과 유사한 수준의 내국인 관광객이 몰렸다. 강원도관광재단은 지난해 강원도를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을 2019년의 91.2% 수준인 1억3106만명으로 집계했다.
강원도의 인기가 높아진 데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주 52시간 근무제가 안착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찾으려는 여가 수요가 확대됐다. 자연 속에서 여행이나 스포츠를 즐기려는 이들에게 강원도의 자연환경은 매력적인 요소다.수도권 접근성도 용이하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KTX를 타고 1시간10분이면 강원도 평창(진부역)에 도착한다. 2017년 개통된 서울양양고속도로도 서울과 강원도 양양의 거리를 2시간대로 줄여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도 강원도의 인기를 높였다. 인파가 붐비는 도심을 떠나 쾌적한 자연 속에서 휴일을 즐기려는 이들이 늘었다. 일례로 강원도 환동해본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여름철 강원도 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은 498만1362명이었다. 전년 대비 37.5%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며 재택근무자를 대상으로 한 '워케이션' 여행상품도 인기다. 워케이션(Workation)은 일(Work)와 휴가(Vacation)를 합친 말로,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휴양지에서 일을 병행하는 것을 의미한다.강원도관광재단이 인터파크투어와 지난 3월 선보인 강원도 워케이션 상품은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업무와 휴식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장점에 두달 동안 총 8238박이 판매됐다. 재단은 높은 인기를 감안해 지난달 '워케이션 시즌2' 상품 판매에 나섰는데, 이 역시 한 달여 만에 '완판'됐다.수도권 접근성과 천혜의 자연환경을 겸비한 강원도의 인기는 부동산 시장마저 달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강원도 내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3639만원 오른 1억8152만원이다. 강원도 아파트 평균 가격이 1억8000만원을 넘은 것은 201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평균 2억원대 집값을 형성한 지역도 수두룩하다. 춘천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억3050만원이며 속초는 2억990만원, 원주는 2억396만원, 강릉은 2억60만원에 달한다. 7개 시 중 절반 이상인 4곳의 평균 매매가가 2억원을 넘는 것이다.강릉의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코로나19와 재택근무가 겹치면서 외지인 수요가 부쩍 늘었다. 도심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생활을 추구하고자 강원도에 주택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속초의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강원도는 비규제지역이기에 주택 매입에 부담이 덜하다는 것도 장점"이라며 "세컨드하우스 마련을 문의한 30대 고객도 있었다"고 말했다.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도 주택거래량 5만8990건 중 외지인 매수는 전체의 35.19%에 해당하는 2만761건이었다. 2019년 23.72%보다 11.47%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외지인 거래 비중은 올해에도 8월까지 33.94%를 기록할 정도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외지인 매수세가 강릉과 속초 등 동해안 인접 지역에서 내륙으로 점차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원도 지역 매수세에는 워라밸이나 힐링라이프에 대한 선호가 반영된 만큼, 교통 편의성은 높으면서 보다 한적한 지역으로 시장의 관심이 쏠릴 것이라는 예측이다.강릉의 부동산 관계자는 "동계올림픽 직후 강릉이 후광효과를 톡톡히 누렸지만, 그 여파는 내륙으로도 퍼질 것"이라며 "바로 옆 평창의 경우 해발 700미터 고지에 위치해 여름에 열대야와 모기가 없다. 숲으로 둘러싸인데다 차로 30분이면 바닷가에 도착해 산과 바다를 동시에 만족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구도 적은 편이기에 자연환경을 우선하는 수요가 몰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