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퀴어 역사의 연결…이강승 갤러리현대 개인전

미국에서 키스 해링 등과 활동한 홍콩 출신 사진가 쳉퀑치부터 국내의 이름 모를 트랜스젠더까지 다양한 성소수자의 역사를 시각예술로 다룬 전시가 열린다.

서울시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17일 개막한 이강승(43) 개인전 '잠시 찬란한'은 세대와 국경, 시대가 다른 퀴어 공동체 인물들을 연결한다.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 중인 작가는 서구·백인·남성·이성애 중심으로 서술된 주류 역사에 도전하고, 그 서사에서 배제됐거나 잊힌 소수자의 존재를 드러내는 작업을 해왔다.

그는 관련 자료를 역사학자처럼 집요하게 조사해 자신의 방식으로 새롭게 풀어낸다.

전시는 동서양 퀴어 역사를 아우르는 도서관이자 그들의 서사를 담은 작품을 모은 미술관이 된다. 흑연 드로잉, 삼베 금실 자수 작업을 비롯해 회화, 세라믹, 의상,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신작 40여 점이 전시됐다.

이강승은 쳉퀑치의 사진 등을 드로잉으로 세밀하게 옮겨 그렸다.

대형 나무 패널에는 작가의 작업 외에 다른 예술가의 작품과 기록물, 퀴어 공동체 아카이브, 각종 보도사진 등을 배열했다. 전시장 한쪽 테이블에는 어느 트랜스젠더의 일기장, '선데이 서울'의 선정적 기사들, 퀴어 관련 서적과 논문 등의 표지 등을 모은 아티스트북이 놓였다.

1990년 에이즈 관련 질병으로 세상을 떠난 쳉퀑치는 1980년 당시 19세였던 청년 예술가 션 맥쿠웨이트의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 포스터를 제작했다.

쳉퀑치에 관한 작업 중 경매에서 이 포스터를 구한 이강승은 사진의 주인공에게 연락해 협업을 제안했다. 에이즈 관련 합병증으로 눈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션 맥쿠웨이트가 다시 제작한 사진 속 의상, 이를 입고 힘겹게 포즈를 취하는 모습을 기록한 사진과 영상 등도 볼 수 있다.

이강승은 "퀴어의 여러 역사를 병치해 연결하고자 했다"며 "특히 한국 퀴어의 역사가 외딴 섬이 아니라 다른 공동체와 연결되는 세계사의 일부임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 달 31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