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등장 20년…중국·인도 뜨고 브라질·러시아는 주춤

2001년 골드만삭스 보고서로 퍼진 용어…이제는 '시들'

브릭스(BRICs)란 용어가 나온 지 20년이 지난 지금 중국과 인도, 브라질과 러시아의 성적표가 엇갈리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릭스는 2001년 11월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인 짐 오닐이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해 세계적으로 퍼진 용어로, 오닐은 브릭스 국가들이 세계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첫 10년간 브릭스 국가들의 행보는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고 평가했다.

브릭스 국가들은 2천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오닐의 기대처럼 빠른 성장세를 보였으며,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이 촉발한 세계 금융위기 속에서도 빠른 회복력을 보였다. 브릭스 국가들이 전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8%에서 2011년 19%로 확대됐다.

그러나 이후 브릭스 국가들의 행보는 엇갈렸다.

중국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이제는 미국과 함께 'G2'로 불릴 정도로 강력한 경제력을 구축하고 있다. 인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역풍에 휩싸여 있긴 하지만 지난 20년간 나름의 경제적 성과를 이룩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도는 2013년 5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방침 발표 직후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긴축발작(taper tantrum) 현상을 보였던 '취약 5개국'(Fragile Five)에 포함되는 등 시련도 있었지만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반면 러시아와 브라질은 최초 10년간 보였던 좋은 출발과는 달리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브라질은 소비자 부채와 취약한 기업 신뢰도로 경제가 하락세로 기울었으며 각종 스캔들까지 겹치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권력이 공고해진 러시아는 국제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금융권에서는 2005년부터 브릭스를 테마로 한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내놓았으나, 골드만삭스가 2015년 신흥시장 포트폴리오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원조 브릭스 펀드를 접는 등 기대만큼의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뉴욕 소재 NWI 매니지먼트의 최고경영자(CEO)인 하리 하리하란은 브릭스는 국제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새롭고 훌륭한 개념이긴 했으나 투자 측면에서는 형편없는 실적을 내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오닐은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과 영국 재무차관을 역임했다. 브릭스는 2010년 12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5번째 공식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기존 'BRICs'에서 'BRICS'로 의미가 확대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