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푸드테크에 눈 돌리는 CJ·롯데

CJ제일제당, 직접 투자처 물색
올들어 美·싱가포르 등 10곳 투자

롯데, 베트남에 벤처캐피털 설립
국내 스타트업들 진출 돕고
잠재력 있는 현지 기업 육성

농심, 사내벤처서 푸드테크 도전
베트남 롯데센터 하노이 전경. 롯데지주 제공
푸드테크산업에 꽂힌 식품·유통 대기업들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룹 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직접 사내 투자전담 조직을 꾸려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해외에 벤처투자법인을 세우기도 한다. 코로나19 이후 급변하는 식품시장 흐름 속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혁신 없으면 생존 어렵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식품기업은 CJ제일제당이다. CJ제일제당은 올 들어서만 국내외 식품, 바이오 관련 스타트업 10곳에 투자했다고 17일 밝혔다. 과거에는 CJ그룹의 CVC인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를 통해 간접적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했지만 올해부터 CJ제일제당이 직접 투자처를 물색하고 과감하게 투자에 나서고 있다.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 트렌드를 이해하고,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CVC에만 맡겨놔선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서다.CJ제일제당은 국적과 사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가능성이 있는 푸드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최근 가장 공들이고 있는 분야는 대체 단백질이다. 건강 중시 풍조와 비건 트렌드가 확산돼서다. 비건 인구가 많은 미국 등 해외 시장 공략을 준비한다는 의미도 있다. 올 들어 미국의 미요코스크리머리와 플랜티블푸즈, 싱가포르의 시오크미트 등 대체 식품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CJ제일제당은 투자 전문성과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뉴프론티어팀’과 ‘테크브릿지팀’ 등 내부 전담 조직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이처럼 공격적으로 푸드테크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 3일 뉴비전을 선언하며 “최근 3~4년간 CJ는 정체의 터널에 갇혔다”고 자성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그간 식품산업에서 성장이 다소 정체됐던 CJ제일제당이 푸드테크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혁신하지 않으면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국내외 사업 환경 속에서 스타트업 투자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필수 요소”라며 “앞으로 새로운 투자처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벤처스, 성장성 높은 베트남 눈독

롯데그룹의 CVC 롯데벤처스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베트남으로 눈을 돌렸다. 롯데벤처스는 국내 스타트업의 베트남 진출을 지원하고, 현지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롯데벤처스 베트남’을 설립했다고 이날 밝혔다. 베트남 정부의 기업등록발급 승인을 받은 외국계 벤처투자법인은 롯데벤처스가 처음이다.

베트남은 외국 투자기관 유치 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롯데벤처스는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되는 베트남에 선제적으로 법인을 설립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푸드테크, 커머스 관련 스타트업과 현지 롯데 계열사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와 병행해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푸드테크 관련 신사업을 벌이는 식품회사도 늘어나고 있다. ‘톱다운’ 방식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벗어나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는 취지다. 농심은 푸드테크 사내벤처팀이 개발한 미래형 식재료 ‘심플레이트’를 정식 출시했다. 심플레이트는 채소와 육류 등 식재료를 동결 건조한 제품이다. 식재료를 따로 손질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정식 출시 전 와디즈를 통한 크라우드펀딩에선 목표치의 1000%가 넘는 금액을 모으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