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박 두 번째 시집 '아름답습니까' 출간

보편적 美·규범 거부한 시어들
2019년 김수영문학상을 받은 시인 권박이 두 번째 시집 《아름답습니까》(문학과지성사·사진)를 발표했다.

수상작인 첫 시집 《이해할 차례이다》에서 권 시인은 소설 같기도 하고 논문이나 기사 같기도 한 실험시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치열하게 파고들었다. 이번 시집에선 보편의 미(美)나 정상으로 간주해온 규범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정말 이게 아름답습니까”라고 묻는다.‘아름다울 때도 있지. 아가의 무력한 발걸음처럼. 정오의 태양으로 생기는 무력함처럼. 있잖아. 여자는, 여성성은, 시는, 굳이 아름다울 필요가 없지 않을까? 그렇지만 너는 아름다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름답고 싶을 때 아름다우면 돼. 편견을 깨뜨리려는 싸움처럼 아름다웠으면 해. 안간힘을 다해 투쟁하는 인간이 되었으면 해. 지치지 않는 용기였으면 해. 사전에 새로 추가되는 윤리였으면 해.’ (‘누나, 부르면, 응, 답할게’ 中)

시인은 아름다움이란 가치를 부정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정해놓고 강요하는 미의 기준을 부정할 뿐이다. 그는 “아름답고 싶을 때 아름다우면 돼”라며 아름다움에서도 주체적이고 능동적일 것을 강조한다. 그에게 시는 순수한 진공 상태 속에 보존된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장르가 아니다. 부조리를 고발하고 폭로하는 장도 아니다. 세계를 공부하고 정리해 자기 언어로 재현하는 현장이다.

이번 시집은 첫 시집의 확장 업그레이드판이다. 특유의 날카로움과 자유로움은 유지하면서도 섬세한 기획을 기반으로 여러 주제어가 다양하게 변주된다. 지적이고 전위적인 시들이지만 시원하게 잘 읽힌다. 절제된 감정 속에서 담담하게 한 행씩 읽어가다 보면 정수리가 저릴 만큼 현실적인 이야기에 문득 폭발력 있는 분노를 마주하게 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